가수 조영남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그림 그리는 가수’ 혹은 ‘노래 부르는 화가’로 명성을 날려온 조영남이 43년 화업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화가로서는 치명적인 대작 의혹이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16일 무명화가 A씨가 한 점당 10만원 안팎의 대가를 받고 조영남의 그림을 그려줬다는 의혹을 접수, 조영남의 소속사와 갤러리 등 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다.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사기혐의로 비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조영남은 40년전부터 화투를 소재로 한 그림을 그려왔다. 1973년 한국화랑에서 첫 미술 전시회를 연 후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뉴욕, LA 등 해외에서도 전시회를 열며 화가로도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이달 초에는 아트페어경주에서 화업 40년을 기념하는 조영남 특별전을 열기도 했다. 화투를 소재로 한 그림은 민화처럼 쉽고 단순하면서도 재밌어 한 점에 수백만원에 판매돼 왔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 작업을 마치는 대로 조영남에 대한 소환조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조영남 측은 “지인을 통해 알게 된 A 씨에게 일부 그림을 맡긴 것은 사실이나 지난 3월 팔레 드 서울에서 연 개인전에 전시한 50점 중 6점에 지나지 않는다. A씨의 도움을 받은 그림은 한 점도 판매하지 않았다”며 “A씨가 밑그림에 기본적인 색칠을 해서 보내주면 다시 손을 봤다. 개인전을 앞두고 일정이 많다 보니 욕심을 부린 부분도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 미학과 출신의 시사평론가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금번 사건은 미술계의 일반화된 관행이라며, 이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오버액션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진 교수는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검찰에서 ‘사기죄’로 수색에 들어갔다는데 오버액션이다.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콘셉트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꽤 일반화된 관행”이라며 “핵심은 콘셉트다. 작품의 콘셉트를 누가 제공했느냐다. 그것을 제공한 사람이 조영남이라면 별 문제 없는 것이고, 그 콘셉트마저 다른 이가 제공한 것이라면 대작”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이 문제는 검찰이 아니라 미술계가 나서서 논쟁할 부분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진 교수는 “원칙적으로 큰 문제는 없는데 세세하게 따지고 들어가면 애매하게 경계선 양 쪽에 걸리는 부분이 없진 않다. 복잡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내가 문제삼고 싶은 건 좀 다른 부분인데, 작품 하나에 공임이 10만원. 너무 짜다”고 적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네티즌들은 “논문은 한줄만 베껴도 표절인데, 미술은 90% 그려줘도 관행이라니”, “그림 산 사람들만 속았네”, “남이 그린 그림에 싸인만 하는 거면 찍어내는 그림공장과 뭐가 다른가”라는 반응이었다.

gag11@sportsseoul.com

KBS2‘나를 돌아봐’의 조영남. 출처|방송화면캡처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