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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반기문 테마주는 곡소리가 나고, 안희정 테마주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사상초유의 국정농단 게이트로 정치권이 요동치는 가운데 주식시장도 덩달아 출렁이고 있다. 후보 이름을 따 ○○○ 테마주로 불리는 주식들이 대선후보 지지율에 따라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주식시장에 파형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테마주는 후보 당사자나 회사와 직접적, 확정적 관계가 미미하다. 후보나 후보가족과의 학연, 지연을 이유로 그럴싸하게 스토리가 만들어지면 비공식채널과 사설정보를 통해 관련 내용이 널리 전파되며 개인투자자들이 모여든다. 불특정 다수의 ‘사자’와 ‘팔자’가 반복되며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고, 테마주로 재탄생하게 된다.
◇쪽박 난 반기문 테마주여권의 강력한 대권후보로 손꼽혔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일 대선출마포기 선언을 한 뒤 일명 ‘반기문 테마주’는 폭락했다. 대선출마를 공식화하기 전부터 높은 지지율을 갖고있던 반 총장은 관련 테마주만도 10여개가 꼽혔다.
반 전 총장의 친인척이 대표이사로 있는 의류업체 지엔코와 지엔코의 모회사인 반도체테스트장치 생산업체 큐로홀딩스 등은 반 전 총장의 출마설과 함께 지난 연말 반짝 상승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반 총장이 대선출마를 공식화하기 직전인 12월19일 9550원의 호가를 기록한 지엔코는 6일 현재 2460원으로 무려 75%가 폭락했다.
큐로홀딩스 역시 12월21일 3100원까지 올랐다가 6일 현재 1350원으로 57%가 빠졌다. 반 전 총장의 대학 후배와 동문이 재직하고 있는 금형부품 제조사 일야, 어학전문업체 와이비엠넷 등도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40%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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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안희정 테마주
새로운 인물이 부상하면 관련 주식도 귀신처럼 등장해 동반상승한다. 대선후보 지지율 30%를 돌파하며 원톱을 굳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15%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는 안희정 지사의 관련 주로 꼽힌 회사들도 수혜를 입고 있다.
레이더디텍터 개발·생산업체인 백금T&A는 대표가 안 지사와 고려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돼 지난 3일 7740원까지 치솟았다. 반 전 총장이 불출마 선언을 하기 전 5900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30% 상승이다. 충남에 특수사료공장을 갖고있는 배합사료 전문업체 대주산업도 테마주로 분류돼 지난 3일 3960원을 기록, 사흘만에 52%가 치솟았다. 여권의 새로운 주자로 떠오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학동문이 대표로 있는 국일신동의 주가도 출렁였다.
테마주로 불리는 이들 회사가 후보와 직접적 관련성이 있는지, 있다해도 그것이 주가와 연동할 구체적인 이슈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회사입장에서는 사실이든 아니든 주가가 오르니 딱히 부인할 이유도 없는게 사실이다. 본사가 충남으로 잘못 알려지며 ‘안희정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폭등한 KD건설은 지난 2일 조회공시답변을 통해 “당사는 안희정 지사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이례적으로 해명 공시를 하기도 했다.
소문을 근거로 한 정치테마주의 손실율도 높았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9~11월 정치 테마주 16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테마주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중 72%가 손실을 봤으며, 평균손실액은 1계좌당 191만원으로 밝혀졌다. 손실투자자 수만 50만7884명에 이르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치 테마주는 일종의 ‘폭탄 돌리기’다. 전혀 근거도 없고 이유도 없이 ‘언젠가 한번은 터져주겠지’하는 기대심리로 움직이는 주식이라고 보면 된다. 속칭 ‘찌라시’로 정보를 접하는 투자자들도 정치테마주가 실체가 없다는 걸 모르지는 않는다. 올랐을 때 치고 빠져나와야지 하고 들어가는거다. 실제 투자자도 있고 작전세력도 붙고 한다”고 말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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