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2  2번홀 버디 성공후 기뻐하고 있다
이지현이 2번홀에서 첫 버디를 성공시킨 뒤 캐디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이천=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5월 안에 우승하는 게 목표였는데 마지막 주에 그꿈을 이뤘다.”

춘추전국시대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또 무명의 여왕이 또 한 명 탄생했다. 이름이 생소한 투어 3년 차 이지현(21)은 28일 경기도 이천 사우스스프링스골프장(파72)에서 열린 E1채리티오픈(총상금 6억원) 마지막 날 버디 4개, 보기 2개로 2타를 줄여 9언더파 207타로 조정민 등 2위 그룹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믿기지 않은 우승에 실감이 나지 않은 듯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다.

그는 이날 난생 처음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에서 라운드를 펼쳤을정도로 그동안 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적이 없다. 2015년 데뷔해 아직 우승이 없고, 첫해 상금랭킹 90위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상금랭킹 41위였다. 그러나 이번 시즌 그는 달라진 모습으로 상위권에 자주 이름을 올렸다. 2주 전 NH투자증권레이디스오픈에서는 공동 2위에 오르며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더니 마침내 정상에 오르는 감격의 주인공이 됐다.

이지현이 그저 그런 평범한 선수에서 올시즌 갑자기 상승세를 탄 이유는 장기인 드라이버샷을 갈고 다듬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장타 부문에서 47위(243.81야드)에 머물렀지만 사실 그는 동료들 사이에선 숨은 장타자로 유명했다. 그의 장타 능력이 빛을 보지 못한 것은 워낙 페어웨이를 벗어나는 드라이버샷이 많아서였다. 라운드마다 아웃오브바운즈(OB)가 잦아 타수를 많이 잃어버렸다. 지난해에도 페어웨이 안착률이 작년 69위(75.3%)에 불과했다. 그러다 보니 맘 놓고 공을 때리지도 못했다. 오죽하면 스스로 “비거리보다 똑바로 갔으면 좋겠다”고 자주 말했을정도다. 그런 이지현의 드라이버 샷이 올해는 확 달라졌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이 대회 전까지 18위(82.9%)로 향상됐다. 드라이버샷 방향이 잡히자 기록으로 나타난 비거리도 늘어 장타 부문 4위(평균 260.13야드)까지 치고 올라갔다. 실제로는 비거리는 작년보다 는 것이 아니지만 작년보다 자신 있게 치니 기록상 비거리가 증가한 것이다.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에서 돌아온 허석호에게 코치를 받으면서 샷의 일관성이 좋아진 결과다.

그렇게 숨은 비거리를 되찾은 결과가 드디어 이번에 우승으로 이어졌다. 최종 라운드를 조정민에 2타 뒤진 공동2위로 출발한 이지현은 승부처에서 정교해진 장타 덕을 톡톡히 봤다. 16번홀까지 조정민 1타 뒤져 우승이 어려울 것 같았던 이지현은 16번홀(파5)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페어웨이 한가운데 떨군 뒤 두 번째 샷을 곧바로 그린에 올려 퍼트 두 번으로 가볍게 버디를 잡아내며 공동선두로 나섰다. 그리고 남은 17, 18번홀을 안전하게 파로 막았다. 반면 조정민은 18번홀에서 3퍼트 보기를 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두 번째 샷이 홀에서 15m 거리에 떨어뜨리고 첫번째 퍼트가 너무 짧아 보기를 범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이지현은 “우승을 했는데 우승한 거같지 않아 아직도 얼떨떨하다. 우승 인터뷰를 하니 비로서 실감이 난다”면서 “준우승 한 뒤 5월안에 첫 우승하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뤄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드라이버가 잡히니 아이언 샷도 좋아져 우승으로 이어진 거같다. 덕분에 우승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샷이 더욱 안정된다면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최혜진(학산여고)은 보기없이 6언더파 66타를 쳐 공동2위(8언더파 208타)에 올랐다. 또 2부투어에서 뛰다 이번 대회에 행운의 출전 기회를 잡은 이예정이 3타를 줄여 공동 준우승을 차지했다.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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