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KIA 김기태 감독이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KIA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 앞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비록 시범경기이지만 KIA 김기태 감독의 화법에 변화가 생겼다. 선수단 운용 전략에 관한 즉답을 피하던 이 전과 달리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있다. 김 감독은 “약체일 때와 강팀으로 올라섰을 때에는 생각이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공개한대로 오는 24일부터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치를 kt와 2018 KBO리그 정규시즌 개막 2연전 선발투수는 헥터 노에시와 양현종이다. 등판 순서까지 공개한 김 감독은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했지만 가장 먼저 기다렸을 팬의 마음을 생각했다. 우리 선수들 특히 원투펀치를 얼마나 보고 싶어하셨겠느냐”라며 웃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선수 본인과 상의도 해야하고 일정, 상대성 등을 두루 고려해 결정을 유보했다. 두고 보자.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던 모습과 정반대다. 시범경기 운용 방안도 “주전들이 네 경기, 백업들이 두 경기를 선발로 나간다. 개막 전에는 라이브 피칭을 겸해 야간경기 적응훈련까지 할 것”이라고 공개했다. 전력 변화가 없기도 하지만 숨김없이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모습은 예전의 김 감독과 분명 달라진 부분이다.

김 감독은 10개구단 사령탑 중에서도 가장 ‘창의적인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베테랑인 NC 김경문 감독도 “김기태 감독이 팀을 끌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는 게 참 많다. 지난해 통합우승을 일궈냈지만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할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고 칭찬했다. 적극적인 전력 공개도 이와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다.

양현종
KIA 양현종이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KIA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5차전 9회말 등판해 승리를 지켜내며 통합 우승을 확정지으면서 기뻐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강팀은 약팀을 보호할줄 알아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의 철학이다. 리그 흥행과 전력 평준화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김 감독은 “하위권 팀은 1승 1승이 소중하다. 나도 예전에 한 점이라도 더 뽑기 위해 풀카운트에서 스퀴즈 번트 사인을 내고 혹시 사인 미스가 났을까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있다. 있는 사람이 더하다는 얘기가 적어도 야구계에서는 나오지 않도록 해야 팬도 우리를 존중하지 않겠는가. 특정팀이 계속 우승을 차지한다면 리그 흥행과 발전에도 마이너스”라고 강조했다. 약체는 강팀을 이기기 위해 때로는 연막작전으로 상대를 교란하기도 한다. 경기 중에도 흐름을 끌어오기 위해 변칙적인 선수 운용을 하기도 하는 등 1승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사활을 건다. 이런 발버둥에 강팀까지 같은 스탠스를 취하면 진흙탕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강팀은 한 시즌을 안정적으로 치를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다. 기본적인 전력차가 있기 때문에 정석으로 약팀의 변칙과 맞서도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멋있는 야구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겉멋이 든 것이 아니라 매너있고 상대를 존중할줄 아는,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해 상대와 경쟁하는 팀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적극적인 전력 공개는 통합우승을 일궈낸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김 감독의 새로운 실험이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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