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배우 수현이 해외 활동을 하며 느끼는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수현은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이하 신동범·데이빗 예이츠 감독)에서 내기니 역을 맡아 새로운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내기니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어둠의 마법사로 등장하는 볼드모트가 키우는 뱀이자 그의 영혼 일부를 담은 호크룩스 중 하나다. 이처럼 시리즈의 세계관을 잇는 중요한 인물인 만큼 수현의 캐릭터는 개봉 직전에서야 공개되는 등 화제의 중심이기도 했다.

지난 2015년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통해 할리우드에 진출한 수현은 영화 ‘다크타워: 희망의 탑’, 드라마 ‘마르코폴로’ 등에 출연하며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수현을 만나 신작 ‘신동범’과 할리우드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해외에서 활동하며 어려운 점도 많을 것 같다.

혼자 외국에서 산다는 것이 무섭고 외롭기도 했다. 매니저가 없는 시스템이다 보니 오해하지 않게 소통해야 했고 스스로 모두 조율해야 했다. 그래도 지금은 오히려 자유롭게 느껴진다. 외국 크루들과도 편한 친구가 됐다. 한국에서 갖고 있었던 틀 같은 것이 많이 없어진 것 같아서 이상한 해방감도 있다.

- 한국에서의 틀이라면 어떤 것일까?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배우들끼리 잘 만나지 못한다. 특히 여배우들은 제한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학교 다닐 때처럼 자유롭게 친구들도 사귀었다. 배우들 모두 각자 다른 역할을 할 뿐 동료 같은 느낌으로 더 친해질 수 있었다.

- 언어적인 부분이나 표현의 방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표현에 방식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여배우가 조심해야 할 것과 제약이 많았다. 남에게 방해가 되거나 불편할 수 있는 표현은 자제하는 것이 현명하다 배워왔는데 (해외에서는) 좀 달랐다. 농담도 그렇고 진심도 툭툭 뱉더라.

- 연기를 하는 환경에 있어서 한국과 가장 달랐던 부분은 어떤 것일까?

연기에 있어서는 계속 덜 하라고 하더라. ‘다크타워’ 촬영 당시 긴급한 상황이 담긴 장면에서 언성이 높아질 것 같았는데 계속 힘을 빼고 덜 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예민한 감정신을 촬영할 때는 굉장히 소프트하게 연기하더라. 그런 것이 다른 것 같다.

수현
- 연기 외적인 현장에서는 어떤 점이 달랐는지도 궁금하다.

밥이 달랐다.(웃음) 케이터링이 굉장히 잘 돼있다. 배우 두 명마다 트럭이 있는데 원하는 것을 다 해주더라. 어느날 김치를 갖다줬는데 요리를 만들어줬다. 스무디나 건강한 스낵도 많이 있다. 세트도 굉장히 잘 돼있다. ‘어벤져스’ 촬영 당시에도 울트론 모형을 이용했다. 이번 ‘신동범’도 런던에 세트가 있었는데 1920년대를 배경으로 빈티지한 소품이 많았다. 하루는 감독님이 아름다운 하늘을 꼭 담고 싶다고 했다. 효과로 만들 수도 있었지만 컬러감을 떨어뜨린다 해서 직접 그 모습의 하늘이 나타날 때만 촬영했다. 매일 한 시간 동안 3주 정도를 촬영했다. 이렇게 디테일에 타협하지 않는다. 그리고 작은 것일 수도 있지만 촬영할 때는 집을 나선 순간부터 들어갈 때까지 모두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식사나 운전도 그렇고 촬영 기간 동안 용돈도 준다. 오로지 연기에만 집중하게 한다.

- ‘서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등 아시아 배우가 중심이 되는 영화도 주목 받는 등 할리우드에서 아시아 배우의 위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그런 작품이 대중에게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 중요하다. 예전에 오디션을 봤을 때 아시안의 역할과 이름은 그대로인데 나중에는 백인 배우가 섭외되는 경우도 있었다. 아시아 배우들은 작품에 한 명만 섭외되는 것을 보고 ‘역시’라는 이야기도 했는데 이번에 맡은 내기니 역에 대한 논란도 그렇고 중요한 움직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영화를 촬영하며 ‘해리포터’의 팬들도 워낙 많고 ‘어벤져스’와는 또 다른 큰 프랜차이즈 영화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서포트를 많이 해주신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 배우를 넘어 아시아 배우로서 너무 뿌듯하고 감사하다.

- 현재 수현이 어느 국가에 거주 중인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다.

한국에 살고 있다.(웃음) 여러 나라를 다니다보니 제 방에 세 들어 사는 사람 같다는 느낌도 든다. 아무래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다 보니 운동을 더 열심히 하는 것으로 채우려 한다. 몸이 어느 시차에 적응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운동을 해서 빨리 피곤하게 한 뒤 잠에 든다.

- 한국 활동 계획은 없는지?

한국 작품 활동을 당연히 하고 싶다. 잠깐 회사가 없었을 때 예능 프로그램의 섭외를 위해 직접 연락을 주신 감독님이 계셨는데 외국인에게 설명하듯 말하시더라. 저에 대해 교포, 국적이 한국이 아니라는 오해도 있는데 아니다. 한국 활동에 대해서는 계속 알아보고 있다. 한국에는 굉장히 남성 위주의 작품이 많은데 외국처럼 변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시리즈 영화를 한다고 다른 작품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항상 다른 기회를 보고 있고 오디션도 보고 있다.

-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아직 못해본 것이 많다.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도 재밌게 봤다. 캐릭터 모두 맘에 들었고 이야기 전개도 다른 작품에 비해 잔잔한 부분이 있더라. ‘미스터 션샤인’도 한국 작품 같지 않았다. 한국 감독님과 외국 감독님의 컬래버레이션 작품이 있다면 참여해보고 싶다. 일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은 욕심도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아시아 배우에게 많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산드라 오나 존 조 같은 경우에도 대단한 것 같았고 부러웠다. 다양한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true@sportsseoul.com

사진 | 문화창고 제공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