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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쿠니모토(22·경남)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경남의 일본인 공격수 쿠니모토는 24일 일본 가시마의 가시마 사커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시마앤틀러스와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E조 4차전에서 후반 18분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쿠니모토의 골로 경남은 ACL 첫 승을 올렸다. 조 선두 산동루넝(8점)과 2위 가시마(7점)와의 승점 차를 좁히며 16강 진출 가능성을 만들었다.

쿠니모토를 위한 경기였다. 쿠니모토는 자국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신의 기량을 십분 발휘했다. 특유의 기민한 드리블과 동료를 활용하는 플레이로 가시마 수비를 흔들었다. 결승골을 넣는 장면도 좋았지만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K리그1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쿠니모토는 이날 경기의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쿠니모토는 일본이 포기한 재능이었다. 2013년 만 16세의 나이로 우라와레즈에서 팀 역사상 최연소 출장과 득점을 경신할 정도로 실력과 잠재력이 대단했지만 문제는 정신력이었다. 쿠니모토는 팀 동료들과 갈등을 빚거나 폭행사건에 휘말리기도 했다. 자기관리에도 실패하며 우라와와 아비스파 후쿠오카에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가진 것은 많지만 프로축구선수가 되기에는 인성적인 자질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2017년에는 사실상 팀에서 방출됐다.

재기하기 힘들어 보였지만 쿠니모토는 김종부 경남 감독을 만나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넓은 마음과 ‘밀당’ 리더십으로 쿠니모토의 마음을 잡았다. 쿠니모토도 자신을 믿어주는 지도자에게 보답하며 정착했다. 쿠니모토는 지난해 K리그1 35경기에 출전하며 5골2도움을 기록, 경남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쿠니모토가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선 시즌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자국인 일본의 안방에서 쿠니모토는 주인공이 됐다. 경기 후 감격한 쿠니모토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자신을 포기했던 조국 앞에서 당당하게 부활을 선언한 것이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국가대표 및 22세 이하(U-22) 대표팀 감독은 이날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쿠니모토는 1997년생으로 다음해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 차출 대상이다. 쿠니모토가 뛰어난 활약을 보인 만큼 모리야스 감독의 구상에 들어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쿠니모토는 경기 후 일본 언론 스포니치 아넥스와의 인터뷰에서 “나쁜 소년이었던 과거와 이별했다”라며 “내 꿈은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다. 만족하지 않고 노력해 꼭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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