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골 김인성 \'내가 해결사\'
2019 K리그1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가 1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렸다. 울산 김인성이 후반전 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울산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한 번도 없었다.”

김인성(30·울산 현대)의 축구 인생은 결코 평탄치 않았다. 초등학생 시절 체육대회에서 매년 계주 마지막 주자를 도맡을 정도로 달리기는 원래 잘했다. 그러나 ‘빠른 발’ 하나를 무기로 하기엔 프로의 세계는 너무 냉정했다. 2011년 K리그 드래프트 지명을 받지 못해 내셔널리그 강릉시청에 입단했다. 이듬해엔 테스트를 통해 러시아 최고 명문이자 유럽 굴지의 클럽인 CSKA 모스크바에 덜컥 합격, 일본의 축구 영웅 혼다 게이스케와 함께 뛰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썼다. 그러나 1년도 채 채우지 못하고 방출돼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2013년 성남FC, 2014년 전북 현대, 2015년 인천까지 매해 소속팀이 달라졌다. 2016년 울산으로 이적하며 처음으로 한 팀에서 1시즌 이상 뛰게 됐다.

올해로 울산 소속 4년 차다. 이제는 팀의 확실한 공격 옵션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12일 전북전에서는 팀을 1위로 올려놓는 선제골을 터뜨렸다. 벌써 리그 5골로 득점 공동 1위에 올랐다. ‘저니맨’ 생활을 확실히 청산한 셈이지만 그 시간을 견뎌내기는 쉽지 않았다. “어릴 땐 진짜 내가 제일 빠른 줄 알았다. 취미로 전국 육상대회에 나간 적도 있다”며 웃던 그는 “당연히 프로 데뷔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이겨내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다. 내가 가진 걸 보여주기 위해서 계속 여러 팀의 문을 두드려왔다. 내가 생각해도 팀을 너무 자주 옮겼다”고 돌이켰다.

5번이나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면 한 번은 축구를 그만두고 싶을 법도 했다. 그러나 김인성은 “한 번도 다른 꿈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던 노력이 이제와서는 큰 자산이 됐다. “팀을 자주 옮기면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 팀마다 스타일이 다르지 않나. 돌아다니다 보면 ‘지금쯤 이 전술에서 이렇게 해야겠구나’하고 감이 온다. 적응력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제 울산에 오래 있었던 만큼 팀에 정도 많이 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꼭 ‘리그 우승’만큼은 해보고 싶다. 운도 따라야겠지만 올 시즌 끝에는 웃고 싶다”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2014년 전북에서 우승을 맛보긴 했지만 11경기 출전에 그쳐 사실상 들러리였다.

인터뷰 말미 ‘과거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전해달라는 요청에 김인성은 잠시 머뭇댔다. 이후 진심 어린 당부는 꽤 오랜 시간 이어졌다. “나는 최하위 리그에서도 있어봤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팀에도 있어봤다. 천재적으로 타고났다면 수월했겠지만 상황이 내 뜻대로 풀리지만은 않더라. 그래도 힘들다고 가만히 있는 사람과 해보겠다고 발버둥이라도 쳐보는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차이가 생긴다. 준비가 돼 있으면 기회는 온다. 내가 경험해봐서 안다. 어떻게든 포기하지 말고 개인 기량을 꺼내보일 수 있게 노력해라. 가장 진부하지만 그게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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