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영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1인 기획사’를 세우는 가요계 스타들이 늘어나고 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올해는 1인 기획사를 세우는 스타들의 수가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1인 기획사를 세울 때는 수익적인 측면에서 뚜렷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소속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났을 때 감내해야 할 약점, 단점도 적지 않다.

최근엔 가수 홍진영이 ‘1인 기획사’를 세우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홍진영은 소속사와 전속계약 분쟁 중인 가운데 사실상 ‘1인 기획사’에 가까운 ‘가족기획사’를 설립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홍진영 측은 일단 이 사안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홍진영은 이미 소속사 뮤직K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솔로 데뷔 후 줄곧 함께 해온 소속사다. 육체적 고통에 시달린 채 활동일정을 강행해야 했고, 광고주와의 이면 계약,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매달 수수료 명목으로 많게는 수천만 원 빠져나간 것으로 의심되는 불투명한 정산 방식, 원치 않았던 공동사업 계약 체결 강행, 행사 및 광고 수익 정산 다수 누락 등 의혹도 제기했다. 소속사 측은 즉각 이를 부인했다.

홍진영이 언니 홍선영을 비롯한 가족과 운영하는 기획사를 설립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홍진영은 법정 대리인을 통해, 결별한 뒤 가족회사를 차리더라도 뮤직케이 측에서 일감을 가져오면 건당 수익을 분배해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홍진영은 SNS를 통해 “가족과 기획사를 차리려 했다거나, 언니의 전속계약을 추진했다거나 회사가 굶어 죽을 것이라 말했다는 등의 이야기는 명백히 사실무근”, “원한다면 계약을 맺어 그 쪽이 최소한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도와줄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을, 마치 제가 돈에 눈이 멀어 가족 소속사를 차리기 위해 계약을 해지한 것인 양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속사와 갈등을 빚은 뒤 1인 기획사를 설립한 대표적인 최근 사례로는 강다니엘이 꼽힌다. 강다니엘은 그룹 워너원 출신으로 올해 1월 그룹 활동을 마친 뒤 소속사 LM엔터테인먼트와 법적 분쟁을 벌였다. 이후 1인 기획사 커넥트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솔로 데뷔에 나섰고, 지난달 25일 발매한 솔로 데뷔 앨범 ‘컬러 온 미’로 초동판매량 초동(음반 발매 후 일주일 간의 누적 음반 판매량, 7월 29일~8월 4일 집계) 판매량 46만 6701 장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하며 ‘스타파워’를 입증했다.

이밖에 씨스타 출신 효린가 지난해, 블락비 출신 지코는 지난 1월, 에일리는 지난 7월 각각 소속사와 계약이 만료된 뒤 1인 기획사를 세우고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가수의 1인 기획사 설립은 쉽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배우의 경우 훨씬 이전부터 1인 기획사가 활발했지만 가수의 기획사 설립은 ‘진입장벽이 높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한 전문가는 “기존 기획사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방송 PR 능력 등이다. 가수가 출연할 수 있는 지상파 TV 프로그램의 수가 한정적이었을 땐 기획사의 PR 능력이 중요했다. 하지만 다매체 시대로 접어들면서 지상파 외에 종편, 케이블 등 TV 방송국 숫자가 많아졌고, 굳이 TV가 아니라도 유튜브 등 영향력있는 뉴미디어가 늘고 있다. 1인 기획사가 단점을 극복할 방법이 많아진 셈”이라며 “활동에 제약, 제한이 많아서 예전엔 1인 기획사를 엄두도 못냈다면 이제는 본인의 스타파워, 영향력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말했다.

아티스트와 소속사의 수익 배분이 필요없다는 건 1인 기획사를 설립할 때 아티스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다. 신인급 가수의 경우 소속사와 5대5, 6대4 비율로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이름값있는 스타의 경우 7대3이 일반적이다. 계약 세부사항으로 넘어가면 가수마다 행사, 음원, 방송 수익의 배분율이 다른 경우도 많다. 방송 출연료를 소속사가 100% 가져가고, 행사 수익은 가수의 배분율을 높이는 식이다. 하지만 1인기획사를 설립하면 모든 수익이 아티스트의 몫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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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니엘. 사진 | 커넥트엔터테인먼트

하지만 1인 기획사의 취약점도 적지 않다. 아티스트가 회사 운영의 전문성을 간과했다가 사무실 계약, 차량 구입, 직원 채용 등 기본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약점은 ‘리스크 매니지먼트’ 측면에서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씨스타 효린은 지난 5월 ‘학폭 논란’에 휘말렸을 때 대처가 미숙했고, 강다니엘 역시 이달초 트와이스 지효와 열애 사실이 알려졌을 당시 대응방식이 아쉬웠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에 대해 한 가요 관계자는 “우리나라 가요 기획사의 시스템은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구축돼 있다. 방송 스케줄을 잡는 매니저만 있는 게 아니라 언론 홍보팀도 있고, 음악적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는 A&R팀도 있다. 철저한 분업을 통해 일련의 계획과 전략을 수립한다. 1인 기획사는 시스템이 없다 보니 계획과 전략을 꼼꼼하게 세우기 어렵다. 이 차이는 당장은 나타나지 않더라도 6개월, 1년 후엔 확연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기획사는 어떤 사안에 대해, 여러 전문가의 의사 결정 과정을 통해 최대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도출하려 노력한다. 상대적으로 1인 기획사는 아티스트, 혹은 극소수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 사안을 아티스트의 입장에 치우쳐 해결하려다 부작용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 사건·사고가 터졌을 때 해결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덧붙였다.

1인 기획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소속사와 갈등이 표면화되고, 장기화될 경우 방송 출연이나 이미지 등 여러 부분에서 아티스트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도 1인 기획사를 설립할 때 아티스트가 간과하면 안될 요소로 꼽힌다.

올해는 아이돌 스타들의 ‘1인 기획사’ 설립이 붐을 이룰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12년 데뷔 러쉬가 있었던 만큼, 표준 계약서상 최대 기간인 7년째를 맞는 올해, 계약 만료 시점을 맞은 아이돌 그룹이 많기 때문이다.

monami153@sportsseoul.com

<홍진영. 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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