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DOWN] 김영진 회장, 기이한 영업행태자사 제품 ‘테넬리아’와 시너지 노리고일본산 ‘슈글렛’ 2025년까지 판권이전 계약병용 허가 불가로 오히려 경쟁관계 전락슈글렛 1분기 매출액 전년 동기 18.9% 감소
김영진 한독 회장
김영진 한독 회장. 출처|한독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이정수 기자] 한독이 일본제약사로부터 당뇨 치료제 판권을 사놓고 방치하는 기이한 영업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자사 제품과의 시너지’를 노린 김영진 회장 자신감은 무색해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독이 판매 중인 당뇨 치료제 ‘테넬리아’와 ‘슈글렛’은 같은 회사가 판매하는 같은 질환 치료제임에도 올해 매출액에서 정반대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한독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테넬리아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166억원으로 전년 145억원 대비 13.7% 성장했다.

한독은 2015년 국내 7번째 DPP-4억제제 계열 당뇨 치료제 테넬리아를 출시했다. 후발주자임에도 한독의 부단한 노력 끝에 현재까지 매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독 전체 매출 중 테넬리아 비중은 2016년 3.7%에서 올해 상반기에 7.5%까지 늘어났다.

슈글렛은 이와 대조적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UBIST) 데이터에 따르면, 슈글렛 올해 1분기 매출액은 5억8000만원으로 전년 동기(6억9000만원) 대비 18.9% 감소했다. 상반기에도 12억4000만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실적 개선 결과는 얻지 못했다.

슈글렛은 일본 제약사 아스텔라스가 개발·판매한 SGLT-2 계열 당뇨 치료제다. 일본에서 동일 계열 당뇨 치료제 중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다. 이에 한독은 지난해 4월 한국아스텔라스와 슈글렛 판권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아스텔라스 기존 파트너사였던 대웅제약이 전담한 슈글렛 국내 유통·마케팅·영업은 한독이 맡게 됐다.

테넬리아와 슈글렛은 같은 당뇨 치료제지만 작용기전·계열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치료 방식·경로가 다르면 같은 환자에게 동시에 사용됐을 때 더 강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두 약을 같이 쓰는(병용) 게 더 효과적이란 얘기다.

한독도 이를 노렸다. 계약 당시 김영진 한독 회장은 “토탈 당뇨병 솔루션 기업으로서 리더십과 성공 경험을 토대로 ‘슈글렛’의 성장을 견인해갈 것”이라며 “기존 당뇨 치료제에 ‘슈글렛’이 더해지며 보다 폭넓은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두 약은 경쟁관계에 있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각 허가사항에 서로 병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허가사항에 없다면 쓸 수 없다는 것이 국내 학계 입장이고, 정부는 학계 의견에 따라 약제 보험급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두 약 중에 하나만 처방돼야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만큼, 경쟁이 불가피하다.

계열이 다른 두 약으로 당뇨 치료제 시장에서 시너지를 꾀했던 한독 전략은 이같은 상황에 막혔다. 결국 두 약보단 한 약에 집중해야만 영업 딜레마를 피할 수 있다는 점, 테넬리아와 슈글렛 매출 증감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춰보면 한독 영업력이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는 대웅제약·유한양행과 대조적이다. 두 업체도 공동판매 계약 등으로 한독과 비슷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이 판매 중인 각 SGLT-2억제제 당뇨약은 모두 올해 1분기에도 실적 성장을 이뤄내 슈글렛과의 격차를 벌렸다.

허가사항 확대를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지난 8월 동아에스티는 자체 개발한 DPP-4억제제 당뇨약 ‘슈가논’에 SGLT-2억제제 당뇨약 ‘포시가’를 병용하는 3상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한독도 테넬리아와 슈글렛 병용 임상시험이 유용하지만, 계약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이에 관한 움직임은 없다.

한독과 한국아스텔라스가 체결한 슈글렛 판권이전 계약은 2025년 11월까지로, 잔여기간은 6년이 넘는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슈글렛은 6년 넘도록 하락세를 거듭할 것이란 전망도 가능하다. 이는 한독과 김영진 회장에 대한 신뢰도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leej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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