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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태헌 기자] “최태원 회장이 ‘딥체인지’를 강조하는 이유는 SK그룹의 사업 구조에 대한 위기감 때문일 겁니다”
재계 관계자들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연일 강조하고 있는 ‘딥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를 그룹 내 핵심 사업의 위기감이 부른 변화의 시작이라고 평가한다. SK그룹은 국내 재계 3위의 대기업이지만, 사업 구성은 글로벌 시장보다 내수 시장에 더 편중돼 있다.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은 국내 1위 사업자면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해외 사업이 없고, SK에너지의 경우 에너지 패러다임이 친환경으로 변화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석유화학이 사업의 중심에 서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반도체 D램 가격이 하락하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이 때문에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해야 한다는 등의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8월 ‘SK판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이천포럼에 참석해 “AI(인공지능),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혁신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한편, 우리 고객 범위를 확장하고 고객 행복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통해 SK가 추구해 온 딥 체인지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표 기술들이 고객 가치 창출로 연결돼야 그룹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최 회장은 또 “거래비용을 최소화하고,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하는 혁신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면 SK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며 디지털 기술 역량 강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위기감을 고취시켰다.
◇ ‘위기’의 최태원 “구성원 DNA부터 바꿔라”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이 같은 주문에 내년 1월 구성원들의 딥 체인지 역량을 향상 시키기 위해 그룹 싱크탱크인 SK경영경제연구소와 기업문화 교육기관인 SK아카데미 등 역량개발 조직을 통합한 ‘SK 유니버시티’(SK University)’를 출범시킨다. 구성원들이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하기 위해서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을 만나 “급속한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인적 자본(Human Capital)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라면서 “구성원들은 SK 유니버시티를 통해 미래역량을 기르고 축적하게 될 것이며, 이것이 곧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성장과 행복을 위한 변화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 회장이 AI와 DT가 확산되면서 대기업·중소기업 등 전통기업의 종전 업무가 사라지거나 업무 형태가 바뀌는 것은 물론 일의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역량도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대응책 마련을 주문한 것이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구성원들의 성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조직 문화 변화에도 앞장섰다. 그 첫번째 변화가 최 회장이 직접 임직원들과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거나, 소통을 이어가는 ‘행복토크’다. 최태원 회장은 올 한해 동안 직원들과 100회 만나겠다고 약속했고, 최근 90번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바쁜 스케줄 중에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주당 평균 2회 가량 행복토크를 열고 임직원들을 만났다. 최 회장은 지난달 90번째 행복토크에서 직원들에게 “우리의 SKMS(SK 경영관리체계)가 규정하는 것처럼, 행복이 커진다는 믿음이 있으면 몰입을 하게 되고, 그에 따라 성과가 나타나 우리 구성원 전체의 행복이 더불어 커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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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룹의 수평적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지난 8월부터 임원제도를 직책 중심으로 변경하면서 상무와 전무 호칭도 없앴다. 이 제도는 임원의 보수와 직급의 관련성이 적어지면서, 직급은 동일하지만 보수는 훨씬 높게 받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이는 내부 핵심 인재들이 직책보다 연구개발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성과에 의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 기업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 된다. 조직 문화와 관련해 최태원 회장은 각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디지털 경제 시대가 시작됐는데도 일하는 장소와 시간, 인센티브 지급 방식이 과거에 머무르면 구성원들의 행복을 이룰 수 없다”면서 평가와 보상 체계의 대대적인 개편을 주문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8월 열린 ‘2019 이천포럼’에서는 SK가 AI와 DT 등 혁신기술을 딥 체인지의 핵심 동력으로 삼아야 하며, 이들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그룹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한 ‘에너지 솔루션’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한 뒤 “앞으로 에너지 공급자 시각만으로는 에너지 산업 변화의 물결에서 생존할 수 없다”며 환경문제를 해결하면서 고객 가치를 높이는 에너지 솔루션형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SK 유니버시티 설립 제안도 이 같은 혁신기술 역량을 내재화하고 우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최 회장은 또 마무리 발언을 통해 “나부터도 변화는 두렵고 달갑지 않은 일이지만 번지점프를 하듯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꾸 새로운 시도를 해야 딥 체인지를 이룰 수 있다”며 구성원들에게 “피할 수 없다면 변화를 즐기자”고 당부했다.
◇ “‘사회적 가치’가 ‘경제적 가치’”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을 ‘착한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여러차례 공언했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책임을 ‘경제적 가치’로 발전 시켜 지속가능케 하겠다는 것이다. SK그룹 한 임원은 “SK의 사회적 가치는 단순히 좋은 일을 하겠다는 차원이 아니라 앞으로 기업이 살아남고 성장, 발전하려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만 한다”며 “이는 최태원 회장이 강조한 주문”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실제 지난 달 19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SK Night’에 참석해 “사회적 가치는 일자리 창출, 세금납부, 교육제공, 친환경 재료 사용 등을 통해 다양하게 창출할 수 있다”며 사회적 가치 책임을 수 차례 강조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베이징 포럼 2018’ 개막식에서 “오늘날 경영환경은 기업들이 경제적 가치 창출뿐 아니라 사회 시민으로서 사회적 가치 창출과 같은 더 큰 역할을 하도록 요구받고 있다”며 “SK는 이 같은 경영환경에 맞춰 기업의 목적함수에 사회적 가치를 포함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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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이 이처럼 중점을 두고 있는 사회적 가치를 위해 SK그룹은 국내 공기업, 공공기관, 사회적기업은 물론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 독일 바스프 등과 협력해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 구축을 위한 활동에 나섰다. 앞서 최 회장 “더 많은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려면 계량화를 통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 측정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측정 체계구축의 중요성을 설명했었다.
SK그룹은 사회적 가치 측정을 위해 지난해 4월 150억원을 출연한 비영리연구재단인 사회적가치연구원을 설립해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25개 공공기관과 공통 적용이 가능한 사회적 가치 지표 제작을 공동 연구 중이다. 최태원 회장은 “사회문제가 해결되는 속도보다 사회문제가 발생 속도가 더 빠른 복잡한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이 경제적 가치만 추구해서는 지속가능할 수 없다”라며 “사회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 측정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가치연구원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었다. 또 SK그룹은 전사적인 역량 집중을 위해 최근 계열사 임직원의 KPI(핵심성과지표)에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50% 반영하기로 했다.
◇ ‘착한기업’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
이외에도 SK그룹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서린사옥에서 KDB산업은행, 펀드 운용사인 옐로우독 및 SKS PE와 함께 ‘소셜밸류 투자조합 결성식’을 가지고 더 많은 사회적 가치 창출 스타트업 육성에 나섰다.
투자조합에는 KDB산업은행 200억원, 행복나래(SK가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100억원, 이재웅 쏘카 대표 80억원, 임팩트 투자 전문 벤처 캐피탈 옐로우독 20억원, 성장자본 중심의 투자를 추구하는 SKS PE 20억원 등 총 420억원 출자가 확정됐다. 내년 초까지 80억원을 더해 500억원을 채울 예정이다. 이는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소셜 임팩트 투자 분야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최태원 회장은 그동안 “투자한 사회적 기업이 성장하여 자금이 회수되고, 또 다른 사회적 기업에 투자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민간 자본시장 조성을 통한 사회적 기업 생태계 활성화를 강조해 왔다.
실제 SK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이른바 ‘착한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본 생태계를 만드는 데 노력해왔으며, 지난 2017년 110억원 규모로 KEB하나은행과 1호 펀드를 조성했고, 2018년에는 신한금융그룹과 200억원 규모의 2호 펀드를 결성했다. 올해는 3호인 셈이다.
11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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