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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1967년 롯데제과 설립으로 시작해 대한민국 재계 5위의 최대 유통기업으로 성장한 롯데그룹. 이 거대한 기업을 어깨에 짊어진 신동빈 회장에겐 지난 수년간 위기가 늘 따라다녔다.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를 청탁하는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기소(2016년),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제공에 대한 중국의 보복(2017년), 법정구속으로 인한 경영공백(2018년), 일본 불매운동에 따른 매출 하락(2019년) 등 5년 내내 최악의 위기가 모습을 바꿔가며 신 회장을 괴롭혔다.
신 회장은 망망대해에서 파도타기를 하듯 위기를 모면해 왔다. 그는 롯데의 원리더로 자리매김했으며 최근 대법원의 집행유예 판결로 경영공백 우려를 털어냈다. 올해 3분기 롯데쇼핑의 매출액이 4조40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876억원으로 56% 급감하는 등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지만 신 회장의 위기 속 리더십이 또 한번 돌파구를 마련할지에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선제적 위기 대응…‘미래성장 위한 지속적 투자’신 회장은 올초 전 계열사가 모여 그룹의 목표와 중장기 성장전략을 공유하는 ‘롯데 VCM’ (Value Creation Meeting)에서 도덕경에 나오는 문구인 ‘대상무형’(大象無形)을 언급하며 “우리가 맞이하게 될 미래의 변화는 그 형태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무한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그는 “생존을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예측과 상황 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롯데 역시 기존의 틀과 형태를 무너뜨릴 정도의 혁신을 이뤄 나가야 한다”며 “만일 명확한 비전과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면 심각한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 회장은 성장전략 수립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를 강조했다. 그는 “그룹 내 투자가 시기를 고민하다 타이밍을 놓치거나 일시적인 투자만 하는 등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며 “명예회장님은 매출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잘하고 있는 사업도 선제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하고, 투자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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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사업 확대… 롯데 브랜드 전 세계 전파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로 롯데그룹에 참여하기 시작한 신 회장은, 2004년 10월 롯데정책본부 본부장 취임을 시작으로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섰다. 2006년 롯데쇼핑을 성공적으로 상장시켰으며, 내수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롯데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신 회장이 이끄는 롯데는 말레이시아 타이탄케미칼, 미국 뉴욕팰리스호텔 등을 비롯해 하이마트, KT렌탈, 삼성의 화학 계열사까지 국내외에서 30여 건의 크고 작은 M&A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연관 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였고, 해외에서는 직접투자와 M&A를 병행하며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다.
신 회장은 불안정한 경제환경 속에서 지속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일찍이 롯데의 해외시장 진출을 활발하게 추진해왔다. 특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이머징 마켓에 많은 투자를 해왔으며 최근에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오늘날 롯데는 세계 36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롯데케미칼이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 셰일가스 기반의 에틸렌 생산설비인 ECC(Ethan Cracking Center) 준공식을 가졌다. 한국 석유화학기업이 미국 셰일가스를 원료로 하는 첫 사례로, 총 사업비 31억 달러를 투자해 에틸렌 100만톤, 에틸렌글리콜 70만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석유화학단지를 건설, 운영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프로젝트의 완공으로 기존 원료인 납사(원유의 부산물)에 대한 의존성을 낮추고 가스원료(에탄) 사용 비중을 높임으로써, 유가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원가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롯데는 관광부문에서도 유럽,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2010년 러시아 모스크바에 첫 해외체인을 오픈했으며, 모스크바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러시아 내 상트페테르부르크(2017), 블라디보스토크(2018), 사마라(2018)에 호텔을 잇달아 오픈했다. 2015년에는 미국 뉴욕에 위치한 ‘더뉴욕팰리스호텔’을 인수해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더뉴욕팰리스호텔은 100년 이상의 역사적 가치를 지닌 아름다운 건물이자 뉴욕의 랜드마크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뉴욕에서 수학하면서 해당 호텔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던 신 회장이 인수를 적극 추진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롯데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유통, 식품, 화학 부문 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베트남 주요 도시에서는 대규모 복합단지 건설을 추진 중이다. 호치민 시 투티엠 지구의 약 5만여㎡ 규모 부지에 백화점, 쇼핑몰, 시네마, 호텔, 오피스 및 주거시설 등으로 구성된 에코스마트시티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하노이시 떠이혹 신도시 상업지구에는 복합쇼핑몰 ‘롯데몰 하노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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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체제로 전환, 경영투명성 확대…기업가치 제고
2017년 10월,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롯데지주가 출범했다. 이는 선진적인 기업구조와 경영투명성을 갖추어 지속성장 가능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이러한 신 회장의 생각은 2006년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상장 과정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당시 풍부한 현금이 있는데 왜 이런저런 간섭을 받을 수 있는 상장을 하느냐는 내부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신 회장은 롯데쇼핑의 상장을 추진, 결국 이뤄냈다. 2016년에는 비상장사라도 자산규모 3000억원 이상인 모든 계열사에 사외이사를 두도록 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회사경영이 이뤄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후 롯데는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그룹 전반의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고 주주가치 및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4개 상장사의 투자부문을 합병하여 설립됐다. 지난해 4월에는 롯데지알에스, 한국후지필름,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상사, 대홍기획, 롯데아이티테크 등 6개 비상장사의 투자부문이 롯데지주에 추가로 통합되면서 롯데그룹 내 모든 순환출자 및 상호출자가 완전히 해소됐다. 롯데는 20104년 6월 기준 순환출자가 75만개에 달하는 등 복잡하고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해 지적 받아왔다. 이후 수차례에 걸친 노력과 지주회사 출범 등을 통해 순환출자를 줄여나갔다. 롯데는 이를 통해 경영투명성을 제고하는 한편, 복잡한 순환출자로 인한 디스카운트가 해소돼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에 대해 긍정적인 재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0월에는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주식을 롯데지주가 매입하면서 롯데케미칼을 포함한 롯데 유화사들이 롯데지주에 편입됐다. 이를 통해 롯데지주는 기존에 유통·식품 부문에 편중되어 있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기업가치를 더욱 제고하는 것은 물론, 롯데의 지주사 체제를 한층 더 강화할 수 있게 됐다. 같은 해 7월에는 롯데지주의 자회사인 롯데정보통신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는 2006년 롯데쇼핑 상장 후 12년만의 롯데 계열사 상장이자, 롯데지주 출범 후 자회사를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상장이다. 롯데지주는 앞으로도 우량한 자회사의 기업공개를 지속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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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지분 매각 마무리…호텔롯데 상장 재추진
의지 ‘변함없다’
일반지주회사인 롯데지주는 공정거래법상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게 돼 있다. 따라서 롯데지주는 출범 후 2년 내에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 등 그룹 내 금융사를 처분, 매각 등의 방안을 통해 처리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었다. 롯데는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기 위해 내부적으로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11월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공개 매각을 거쳐 올해 5월 롯데지주가 가진 롯데카드 지분 79.83%를 MBK파트너스와 우리금융은행의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롯데호텔(23.68%), 부산롯데호텔(21.69%) 등 롯데그룹이 소유한 롯데손해보험 지분 53.49%는 JKL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올해 10월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음으로써 해당 절차를 마무리했다.
또한 올해 9월에는 롯데지주(25.64%)와 롯데건설(11.81%)이 보유한 롯데캐피탈 지분을 일본 롯데파이낸셜코퍼레이션에 매각키로 했으며, 롯데지주가 가지고 있던 벤처캐피탈 롯데액셀러레이터의 지분 9.99%도 최근 호텔롯데에 매각했다. 이로써 롯데지주는 올해 10월 11일이 최종시한이었던 지주회사의 금융사 지분 소유 금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게 됐다. 출범 후 2년만에 지주사의 행위제한 요건을 대부분 충족하고 유통, 식품, 화학 등 주요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 것이다.
신 회장에게 남아 있는 과제는 호텔롯데를 상장하고 이를 롯데지주와 합병, 완전한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15년 신 회장은 호텔롯데를 상장하고 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기업투명성을 강화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후 실제로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였으나 앞서 언급한 여러 이슈로 현재는 잠정적 연기된 상태다. 롯데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이라는 기본 방침은 변함없으며, 향후 가장 적합한 시기에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konplas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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