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신인 드래프트서 지명된 영광의 얼굴들
2020 KBO 신인 드래프트. 사진 |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10개 구단 스카우트 모두 ‘올스톱’입니다.”

키움 스카우트 업무를 총괄하는 고형욱 상무는 이 분야에서만 13년을 종사했다. 이런 베테랑에게도 올해 신인드래프트는 예상하기 힘든 변수다. 고 상무는 “이제까지 일하면서 가장 ‘여유 있게’ 드래프트를 준비하는 것 같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정말 난감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든 업무가 막혀있는 상태”라며 “선수를 볼 수 없는 게 제일 어렵다. 직접 보고 파악을 해야 드래프트가 가능하지 않나. 나름 연구하며 준비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전염병 확산세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프로야구팀 소속 스카우트들은 이맘때가 본격적으로 바빠지는 시기다. 3월 말 개막하는 고교야구 주말리그를 보러 다니느라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주중에는 못 봤던 팀을 보기 위해 직접 학교를 찾느라 쉴 틈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말 그대로 할 일이 없는 상태다. 코로나19 때문에 주말리그도 무기한 연기됐고,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 권고하면서 학교 내 단체 훈련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 선수를 관찰하는 게 주 업무인 스카우트팀은 하던 일이 민폐가 됐다. 기존에 만들어둔 선수 평가서와 동영상 자료들을 가공·보강하는 정도가 현재 할 수 있는 전부다. 몇몇 구단들은 팀원들이 돌아가면서 밀렸던 휴가를 사용하는 실정이다.

[포토] 행사 기다리는 신지후-박주홍
북일고 신지후(왼쪽)와 장충고 박주홍. 사진 | 스포츠서울 DB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고3 학생선수 상당수는 사설 연습장을 찾고 있다. 각 구단도 확인이 꼭 필요한 선수에 한해 이곳에라도 스카우트를 보내는 중이다. 그러나 이는 고육지책일 뿐, 사실상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현장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LG 백성진 스카우트팀장은 “굳이 거기 가서 본다고 해도 그게 선수의 정확한 모습이 아닐 수 있다. 훈련과 실전은 다르다. 예전에도 훈련에서 드러난 능력이 실전에서 얼마나 나오는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했다”며 “경기를 계속 안 한다면 드래프트도 어떻게 될지 장담을 못 하겠다. 대학마다 입시 요강에 최소 이닝·타석수가 있기 때문에 누가 어떻게 진학하게 될지도 미지수다. 교육계와 협의하든 해서 관련 문제를 풀어나가야 갈피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예년대로라면 6월 말 정도에는 모든 팀이 1차 지명에 들어가야 한다. 올해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정을 연기하자는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도 12월 3일로 미뤄지는 등 전반적인 대학 입시 일정이 연기돼 드래프트 일정도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아직 프로야구 개막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 한국야구위원회(KBO) 차원에서 드래프트 논의는 아직 시작하지도 못했다. 롯데 김풍철 육성팀장은 “어쨌든 스카우트 업무를 하면서 1학년 때부터 봐온 선수들이 있다. 상위권 선수풀은 저학년 때와 비교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본다”며 “우선 지난해 구상했던 후보군을 대상으로 체크하려고 한다. 현재 상태로는 훈련만 보고 확인해 지명해야 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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