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na Airlines A350-900

이스타항공 항공기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계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 작업이 수차례 연기되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산은의 긴급 자금 수혈에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달 말로 예정됐던 아시아나항공 인수 날짜를 무기한 연기해 인수 무산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인수 당시에는 항공업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있었으나 올해 초 터진 코로나19 여파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전세계 하늘길이 막히는 등 수익을 낼 수 있는 창구가 없어져서다.

최근 HDC현산은 이달 말로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인수 날짜를 무기한 연기했다. 현산은 당초 예정했던 4월 30일이 아닌 ‘기업결합 심사 등 거래 종결의 선행 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지나간 날(신주는 구주매각 다음 날)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한 날’로 애매하게 변경했다. 이를 두고 인수 무산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HDC현산은 “러시아 정부의 기업결합심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면서 “인수절차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미국, 중국 등 5개국에선 이미 기업결합 승인이 난 상태여서 인수 의지가 있다면 굳이 주식 취득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달 21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을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조치를 취해 향후 현산이 인수작업에 발 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산 입장에서는 산은의 지원 결정에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황이나 코로나19 사태가 나아진 게 없어 여전히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인수에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원 자금도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 원을 한도대출 형식으로 추가 지원하는 방식이라 향후 갚아야한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도 5월로 늦춰지며 미적지근한 상태다. 지난달 28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지분 취득 예정일을 4월 29일에서 ‘미충족된 선행 조건이 모두 충족될 것으로 합리적으로 고려해 당사자들이 상호 합의하는 날’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또 발행 예정인 100억 규모의 전환사채 납입일 역시 기존의 4월 29일에서 6월 30일로 변경 공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3일 기업 결합 심사를 승인했지만 제주항공이 운항하는 해외 시장 중 경쟁제한성 평가가 필요한 태국과 베트남에 신청한 기업결합심사 승인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회사 측이 밝힌 일정 변경의 이유다.

업계에서는 해외결합심사가 연기될 경우 국책은행들의 지원안건 승인 절차 등도 미뤄질 수 있어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5월로 미뤄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이스타항공은 수년째 자본잠식 상태로 임금 체납 등 문제로 직원들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등 고사 위기에 처해있는 만큼 제주항공이 인수에 속도를 내기 부담스러운 여건이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달 2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545억원에 체결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인수액은 당초 예정보다 150억원 줄었다. 제주항공은 해외 기업결합심사 승인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스타홀딩스에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한 115억원을 제외한 잔금 430억원을 납입한다는 방침이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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