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여배우들 활약상

[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기생충’을 이끈 여배우들의 활약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민을 울리고 웃겼던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이 개봉 일주년을 앞두고 있다. 제72회 칸 영화제,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예상을 뒤엎고 수상하며 전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했던 ‘기생충’은 국내에서도 천만 관객 돌파에 최근 흑백판 개봉까지 더하며 일년을 꽉 채웠다. 보통 영화들이 개봉 후 짧게는 2주, 길게는 2~3개월 내에 존재감을 다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높아지는 ‘기생충’의 화력만큼 배우들에 대한 관심도 비례했다. 또 ‘기생충’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맞게 된 이들의 다음 스텝에도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영화에서 주요 배역이나 장르가 남자 배우들에게 집중됐던 것과 달리 ‘기생충’은 조여정, 이정은 등 여배우들도 깊은 인상을 남기며 더욱 기대감은 커져갔다. ‘기생충’의 여우(女優)들은 영화보다는 드라마를 택해 대중성을 높이고 있다. 영화의 경우 촬영과 개봉까지 공백이 생기지만 바로 선보일 수 있고, 피드백도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는 드라마로 한 층 더 대중적인 배우로 거듭난 것.

조여정은 KBS2 ‘99억의 여자’로 타이틀롤에 도전했다. 전작 ‘동백꽃 필 무렵’의 후속작이라는 부담감이 컸지만, 10%대의 시청률을 이끌며 호평 받았다. 이후로도 KBS2 드라마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바람피면 죽는다’ 출연을 제안 받고 긍정검토 중으로 알려져, 또 다시 강렬한 연기로 돌아올지 궁금해진다. ‘기생충’에서 가장 여운이 짙었던 이정은도 ‘기생충’ 못지 않게 가장 바쁜 한해를 보냈다. 그는 일년 동안에만 OCN ‘타인은 지옥이다’, KBS2 ‘동백꽃 필 무렵’, 넷플릭스 ‘나 홀로 그대’, tvN ‘반의반’, 영화 ‘미스터 주’, ‘용길이네 곱창집’에 출연했고 현재는 KBS2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 출연 중이다. 김혜수와 함께 한 영화 ‘내가 죽던 날’ 개봉도 앞두고 있다.

이정은의 경우, 주연만큼 존재감이 큰 조연으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타인의 지옥이다’에서는 방영 전부터 배역과 높은 싱크로율로 화제를 모았고,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극중 동백(공효진 분)의 엄마로 분해 ‘기생충’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지지를 받았다.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서도 단란주점 사장에서 분식점 사장으로 변신, 시장 사람들과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강초연으로 분해 극의 활력을 불어 넣는다. 장혜진도 JTBC ‘루왁인간’, KBS2 ‘계약우정’, tvN ‘사랑의 불시착’, ‘반의반’ 등에 연이어 출연하며 주연, 조연, 특별출연을 막론하고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겹치는 역할 없이 다양한 열연을 펼쳤다.

청춘 배우들은 어떨까. ‘기생충’에서는 청소년 배역을 맡았던 20대 배우 정지소는 이후 tvN ‘방법’을 차기작으로 택해 저주를 거는 능력을 지닌 10대 소녀 방법사로 빈틈없는 연기를 선보였다. 어두운 연기도 해내며 성동일, 조민수 등 연기파 배우들과 함께여도 밀림 없이 자신의 몫을 해냈다. 박소담은 JTBC ‘청춘기록’으로 박보검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그간 영화에서 활약해 왔던 박소담은 드라마에서의 성적표가 아쉬웠던 게 사실, ‘기생충’ 이후로 달라진 박소담을 증명해낼지도 주목받는다.

이처럼 ‘기생충’의 여배우들은 이후의 선택들이 모두 관심을 받으며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업계에서의 위치도 달라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생충’을 통해 연기력, 흥행성, 화제성을 모두 인정 받지 않았나. 이 배우들을 잡으려는 작품들이 많다. 캐스팅 1순위가 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제안 받는 작품의 수가 달라졌다. 그러나 다음 스텝이 중요한만큼 선택에는 더욱 신중해지고 있고 부담도 있는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는 결코 ‘기생충’이라는 대작을 만나 거둔 우연의 성과가 아닌 작은 노력이라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수적천석(水滴穿石)’의 뜻처럼 그동안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 동안 이어나간 꾸준한 노력의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박수받을만 하다. ‘기생충’의 영광에 젖어 반짝스타가 아닌 롱런의 길을 닦고 있는 이들의 활약상이 더욱 기다려진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스포츠서울DB, tvN, 높은엔터테인먼트, 아이오케이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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