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역전 만루 홈런 키움 박병호, 당당하게!
키움 박병호가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LG와 키움의 더블헤더 2차전 9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 LG 정우영을 상대로 역전 만루 홈런을 치고 있다. 박병호의 시즌 11호 홈런으로 통산 다섯 번째 이자 5년 만의 만루 홈런. 2020. 6. 25.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2011년 7월 31일 저녁이었다. 야구계 종사자 다수가 조용히 트레이드 마감일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한 순간 굵직한 문자 메시지가 전송됐다. LG와 넥센(현 키움)이 트레이드 마감시간을 눈앞에 두고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마운드 불안에 시달렸던 LG는 넥센으로부터 송신영과 김성현을 받았다. 넥센은 박병호와 심수창을 LG에서 데려왔다.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넥센은 트레이드를 통해 구단 역사에 남을 전환점을 찍었다. 창단 후 3, 4년 동안 하위권을 멤돌았다가 홈런왕으로 도약한 박병호와 함께 강팀으로 올라섰다. 2005년부터 2011년 전반기까지 LG에서 25홈런을 기록했던 박병호는 트레이드 이후 272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중 친정팀인 LG를 상대로 친 홈런 숫자는 30개다. 여기에는 지난 25일 잠실 LG전 9회초 결승 만루홈런도 포함 돼 있다. 반면 송신영은 LG에서 반 년만 뛰고 이적했다. 김성현도 승부조작에 참여한 것이 밝혀져 2012년 유니폼을 벗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왜 LG가 박병호를 포기했는지 궁금해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당시 LG에 있어 최우선 과제는 암흑기 탈출이었다. 2003년부터 시작된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흑역사에서 어떻게든 벗어나야 했다. 트레이드를 단행한 시점에서 LG는 42승 42패로 승률 5할을 기록했다. 가장 먼저 30승 고지를 밟았으나 마운드 한계에 봉착하며 역전패가 반복됐다. 송신영을 마무리투수로 기용해 역전패를 최소화한다면 가을야구 무대에 오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당시 박병호가 아닌 다른 타자가 목동으로 갈 수도 있었다. 박병호처럼 미완의 유망주였던 이병규(롯데)와 정의윤(SK)도 넥센 구단이 원하는 타자였다. LG 구단 내부적으로 누구를 보내야할지 의견이 분분했는데 박병호를 향한 1군과 2군의 시각차는 상당했다. 결과를 내야하는 1군과 달리 박병호와 구리에서 긴 시간을 함께한 2군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박병호의 고전이 결국에는 ‘과정’이 될 것으로 믿었다.

박병호
2010년 6월 10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10 프로야구 LG-한화 경기 중 LG 박병호가 3회 2사 13루에서 3점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잠실 | 스포츠서울DB

현역 시절 박병호와 구리에서 긴 시간을 보냈고 현재 LG 데이터분석팀에 소속된 A는 “구리에서 숙박하던 시절, 저녁 식사 후에도 택시를 타고 훈련장으로 가는 선수가 박병호였다. 어두컴컴한 훈련장에서 병호는 늘 배트를 휘둘렀다”며 “LG를 떠난 후 기량을 꽃피운 선수가 많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박병호는 아니다. 병호는 LG에서도 잘 했을 것이다. 야구를 대하는 태도와 훈련량 등 모든 면에서 있어서 병호는 다른 2군 선수들과 차원이 달랐다”고 돌아봤다. 당시 넥센에서 매니저를 맡았던 장정석 전 감독 또한 “2군 감독으로 병호를 지도했던 김기태 감독님과 병호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김기태 감독님은 병호를 향한 믿음이 정말 강했다. 넥센행이 결정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트레이드를 반대하셨다고 알고 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어느덧 9년이 지났고 2011년 구단을 운영했던 수뇌부 모두 LG를 떠났다. 그러나 LG에서 박병호와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이 2011년 7월 31일 박병호에게 작별을 고했던 아쉬움을 가슴 속에 담고 있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그리고 지난 25일 잠실경기 등 박병호가 뼈아픈 한 방을 날릴 때마다 9년 전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고 입을 모은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