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제주항공 B737-800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제주항공이 23일 이스타항공 인수를 완전히 포기했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기업회생이 불가능한 상태로 파산 수순을 밟아 1600명의 직원들이 대량 실직 사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경영권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를 해제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인수 포기 배경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지와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 우려도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 “인수합병(M&A)이 결실을 거두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간 인수·합병 무산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18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겠다며 경영권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고 3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그러나 제주항공이 실사를 하는 과정에서 우발 채무와 임금 체불 등이 드러났고 이를 이유로 제주항공 측은 인수를 차일피일 미뤘다. 지난 6월 26일 제주항공은 전환사채(CB) 발행 예정일 당사자들이 합의해 정하는 날로 변경하며 이스타항공과 거래 종결 시한 무기한 연기했는데 이틀 후인 29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스타홀딩스 통해 소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39.6%를 이스타항공에 헌납하겠다고 밝혔지만 제주항공을 움직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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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직원들이 지난 8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 제주항공에 인수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  이선율기자 melody@sportsseoul.com

특히 코로나19 감염증 여파로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지며 계약서상 선결조건 이행을 두고 양측의 갈등이 심화됐다. 제주항공은 지난 2일 이스타항공에 10일 내 선결 조건(체불임금 포함 800억∼1000억 규모)을 모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 해지하겠다는 공문을 전달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제주항공 측이 지난 3월부터 회사에 전 노선 운항 중단(셧다운)을 강요해 수익확보가 어려워졌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이스타항공 노조 측은 제주항공 측의 셧다운 지시 정황 담긴 녹취파일을 공개하고 경영진 회의록 공개하며 제주항공의 구조조정 지시 의혹을 제기했다. 제주항공 측은 셧다운과 구조조정 지시 의혹을 부인했다. 제주항공이 정한 선결조건 이행 마감시한이 하루 지난 16일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홀딩스의 선행 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 해제 요건이 충족됐으나 최종 결정은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스타항공 측도 직원들의 임금반납, 이상직 의원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헌납, 리스비와 유류비 등도 미지급금 규모를 줄여나가는 등 자체적인 노력을 추진했으나 제주항공이 선결 요건을 이행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제주항공이 인수를 포기하게 되면서 자력 회생이 불가능한 이스타항공은 사실상 파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정관리를 통해 기업회생을 시도하더라도 이스타항공은 수년째 천억원이 넘는 규모의 자본잠식을 겪고 있고 기업가치도 낮아 청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이스타항공의 1600명의 직원들이 대량 실직 사태를 겪게 된다. 제주항공 또한 이스타항공 인수를 전제로 약속된 정부의 지원금을 받지 못해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인수·합병 무산과 관련 계약 파기 책임을 두고 소송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스타항공 측은 제주항공이 인수를 전제로 셧다운을 요구해 운행 전면 중지에 돌입하면서 코로나19 피해를 더 크게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스타항공 측은 최근 공개한 양사의 경영진 간 녹취록과 회의자료 외에도 제주항공이 셧다운과 구조조정을 지시한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추가로 확보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재에 나선 정부의 향후 입장 표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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