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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1일 불구속 기소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등 삼성그룹과 삼성물산·삼성바이오로직스 소속 전·현직 임원 10명도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1일 자본시장법·시세조종·외부감사법 위반 및 분식회계·배임 등 혐의로 이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날 검찰은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실행된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조직적 부정거래행위, 시세조종, 업무상배임 등 각종 불법행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2018년 12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시작한 1년 9개월간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 부회장을 기소하면서 검찰은 그동안 8차례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모두 따라온 전례를 뒤집는 첫 사례를 만들었다. 앞서 지난 6월 열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 이후 법률·금융·경제·회계 등 외부 전문가들의 비판적 견해를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수사내용과 법리, 사건처리방향 등을 전면 재검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학계와 판례의 다수 입장, 증거관계로 입증되는 실체의 명확성, 사안의 중대성과 가벌성, 사법적 판단을 통한 국민적 의혹 해소 필요성 등을 감안해 주요 책임자를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치밀하게 계획됐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당시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각종 부정 거래를 일삼았다고 봤다. 특히 검찰은 수사의 출발점이 된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사기 의혹 역시 ‘고의적 분식회계’로 판단하고 이 부회장 등에게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삼성바이오는 당초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았는데 2015년 합병 이후 1조8000억원의 부채로 잡으면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4조5000억원 상당의 자산을 과다 계상했다. 검찰은 이런 불법 행위가 결과적으로 총수의 사익을 위해 투자자의 이익을 무시한 것이라 보고 업무상 배임 혐의라고 지적했다. 또 자본시장법의 입법 취지를 무시한 조직적인 자본시장 질서 교란 행위로서 중대 범죄라고 비판했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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