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바람피면 죽는다'가 미스터리한 전개에 유머 한 스푼을 더해 흥미로운 첫 방송을 완성했다.


2일 KBS2 수목드라마 '바람피면 죽는다'가 첫 전파를 탔다. 조여정과 고준이 살벌한 부부관계를 그리며 코믹 미스터리극을 완성했다.


이야기는 골목길에 한 남자가 세찬 비를 맞으며 쓰러져있는 모습으로 시작했다. 이 사람의 정체는 한우성(고준 분). 그는 비에 저항할 힘마저 없는 듯 거칠고 지쳐 보였지만 이내 두 명의 남성을 찾아가 "내 아내를 죽여줘. 돈은 얼마든지 주겠다"고 말한다. 이제 시간은 그로부터 3개월 전으로 돌아간다.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한우성은 글을 쓰다 지쳐 잠든 아내 강여주(조여정 분)에게 "내가 대신 써줄까요?"라는 존댓말로 자상한 면모를 보인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한우성이 베개로 강여주 얼굴을 누르려다 이내 참고, 머리맡에 놓는 모습이 포착돼 궁금증을 안겼다. 강여주의 "운동가?"라는 질문에, 태연하게 "바람피러"라고 답하는 한우성. 어딘가 좀 이상한 대화 패턴을 가진 부부다.


한우성은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유명한 이혼 전문 변호사다. 아내를 끔찍이 아끼는 애처가 이미지가 강한데 현실에서는 바람둥이었다. 특히 강여주와 악연이 있는 백수정(홍수현 분)과 외도를 하는 모습에서 긴장감을 안겼다. 강여주는 이를 눈치챘던 건지, 갑자기 평소 하지 않던 요리를 하더니 백수정을 집에 초대해 어색한 삼자대면 구도를 만들어 심리를 궁금하게 했다.




의중을 알기 힘든 캐릭터 강여주는 추리소설 작가로, 바람을 피운 남자들이 잔혹한 벌을 받는 이야기를 담는 것으로 유명하다. 살벌한 구도를 선호하는 만큼 실제로도 시크하고 거침없다. 자신의 북토크에서 한 독자가 "만약 남자가 바람피우면 이혼하실 건가요?"라고 질문하자 "생각해본 적 없다. 과부는 몰라도. 제 소설처럼 자살이거나 사고사이거나 완전범죄일 것이다. 여보, 변사체로 발견되고 싶지 않으면 잘 해. 사랑해"라는 으스스한 답을 남겼다.


어딘가 휘청거리는 두 사람이지만 첫 만남은 꽤 운명적이었다. 8년 전, 고시원 총무였던 한우성은 한 살인 소설 작가 소개 글을 본 후 미모가 뛰어나 감탄했다. 그 때 손님이 방을 구하러 왔는데 바로 그 작가 강여주였던 것. 강여주는 "사람 죽었던 방"을 원한다며 미스터리한 말을 했다. 한우성은 그런 방이 없었지만 "살인사건이 일어난 방"이라고 거짓말하며 한 방을 안내했다. 강여주는 그 방에서 살인 소설을 완성했고, 한우성은 해당 소설 사인회를 찾아가 강여주와 재회하며 사랑을 키웠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극 말미, 집에 귀가한 한우성은 "신체포기각서. 바람피면 죽는다"라고 쓰여있는 종이가 무한 인쇄되는 걸 발견했다. 당황한 그는 "(바람 피운 것이) 모두 완벽했으니 침착해야 해. 아내가 장난하는 거다"라고 자기 주문을 걸었다. 강여주는 이를 뒤에서 칼을 든 채 엿보고 있었고, 이내 한우성에게 휘둘렀다.


'바람피면 죽는다' 측이 첫 방송 전부터 강조했던 건 코믹, 미스터리, 로맨틱 등이 결합된 나름 신선한 불륜물이라는 거였다.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스산한 전개에 곳곳 배치된 코믹한 장면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특히 변호사인 만큼 엘리트해 보이지만 엉뚱한 구석도 있는 남자 고준 캐릭터가 그랬다. 운동을 하다가 쓰러져 있는 노숙자에게 "아저씨가 내 첫 남자라니. 여보 미안해"라면서 인공호흡을 하는 가하면, 이 노숙자를 데리고 병원을 갔다가 출연 예정이었던 프로그램에 지각할 뻔했다.


또한 이런 모습들에 "그러려니"하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인물 조여정도 눈에 띄었다. 히트작이었던 전작 '99억의 여자'와 다른 결의 캐릭터로 앞으로 어떤 감정선을 가진 인물을 완성할지 기대가 모인다.


한편 '바람피면 죽는다'는 매주 수, 목요일 오후 9시 30분 방송된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ㅣKBS2 방송화면 캡쳐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