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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대형 기획사 수석 프로듀서에서 유명 음악감독 그리고 싱어송라이터까지, 뮤지션 권태은의 음악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박진영, 방시혁과 함께 비, 원더걸스, 2PM, 2AM, 노을, god의 히트곡을 탄생시키던 권태은 음악감독은 이제 Mnet ‘슈퍼스타K’, ‘보이스 코리아’ SBS ‘K팝스타’ ‘판타스틱듀오’ ‘더 팬’ JTBC ‘팬텀싱어’ ‘슈퍼밴드’에 이어 JTBC ‘싱어게인’ Mnet ‘포커스’ MBC ‘트로트의 민족’까지 수많은 음악 예능에서 자신의 실력과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싱어송라이터로서도 10년 전부터 프로젝트그룹 런치송 프로젝트(Lunchsong Project)를 통해 자신의 음악과 이야기도 들려주고 있다.

최근 7년만에 정규 ‘누구도 섬이 아니다’를 공개한 그는 “이번 음반은 개인적인 만족을 떠나 음악이라는 틀에 담아 남긴 것은 올해 한 일 중에 잘한 일”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사실 2010년 처음 ‘런치송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만 주변에서는 상업작곡가가 자신의 앨범을 내는 것에 대해 반신반의하며 싱어송라이터를 하고 싶어 한 번의 기념음반으로 끝날 거라는 반응도 존재했다. 권태은 음악감독은 “JYP에서 가수들에게 맞춤형으로 좋은 옷을 입히다가 독립을 하고 나서 내 감성이 무언지, 내 정체성이 무언지, 나를 알고 치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다. 억지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냈고 음악을 하는데 큰 동력이 됐다”고 입을 열었다.

“상업 작곡가로 10년을 일하고 싱어송라이터로 처음 앨범을 내고 지금 또 후반전과 같은 10년이 지났다. ‘런치송 프로젝트’로 활발한 활동은 안 했지만 내 음악의 정신적인 중심을 잡아줬다. 10년 단위로 했는데 그다음 10년을 가기 위한 로드맵의 단초가 됐다. 지금도 작품자이자, 프로듀서이자, 음악감독으로 일을 하는데 향후 10년을 어떤 방향으로 음악을 해야는 문제와 실험 그리고 가고 싶은 길을 담아서 확인했다.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버티지 그 생각으로 만들게 됐다.”

2010년 첫 EP ‘Acoustic Energy’를 발표한 후 2013년 첫 정규앨범 ‘Acoustic Story’, 2017년 미니앨범 ‘SPARKLE’, 싱글을 공개하는 ‘여담(餘談)’ 시리즈까지 그동안 권 음악감독은 다양한 영역의 음악을 선보였고, ‘가족의 힘’의 경우에는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도 가족과 일상 그리고 지나간 것에 대한 소중함을 이야기하면서도 보다 다양하고 완성도 높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첫 정규 1집 타이틀곡인 ‘가족의 힘’이었는데 마음이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 미니앨범을 내고 음반을 내도 괜찮나 조심스럽고 시선을 많이 의식했던 것 같다. 작품적으로도 그렇고 내 음악에 대해 자기 음악을 해온 것에 대한 부끄러운 것이 있었다. 나에게는 워너비 같은 윤상, 신승훈, 김현철 형들에게 지금도 조언과 모니터를 부탁하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힘을 주는 말이지만 주눅이 들기도 했다. 음악적 정체성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기에 하나하나 내가 다 쓰고 노래를 다 하고자 했다. 하나하나 글을 다쓰고 노래를 다하자. 그래야 온전히 내 음악을 가질 수 있기에 소극적이기에 정체성을 찾기 위해 몸부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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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년 사이에 그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변하지 않았지만 음악적인 스타일과 작법은 많이 달라졌다. ‘누구도 섬이 아니다’에는 동명의 1번 트랙 ‘누구도 섬이 아니다’를 시작으로 총 13곡이 실렸다. 호피폴라의 홍진호가 피처링한 타이틀곡 ‘행복이 널 찾아내길’, 김현철이 피처링한 ‘엄마가 해준말’, 포레스텔라가 피처링한 ‘딴따라 블루스’, 임선호와 협업한 ‘소리’, 조정현과 함께한 ‘브레이킹 블루’(Breaking Blue), 이서연과 같이한 ‘1985’, 포르테 디 콰트로의 손태진이 피처링한 ‘바라만봐도 좋아요’, 브릴란떼 어린이 합창단이 부른 ‘행복이 널 찾아내길’까지 다양한 뮤지션과 협업을 통해 자신의 결을 유지,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도전이 공존한 앨범을 탄생시켰다.

그는 ”음악적으로 향후 10년을 보고 도전해보고 싶었다. 풀 오케스트라도 있고 교향곡 같은 클래식도 있고 뉴올리언스 재즈, 팝, 일렉트로닉 등 하고 싶은 것을 다 했다고 하는데 상업작곡가로 시작해 20년 정도 음악을 했는데 이런 장르를 해보고 싶었다.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다보니 장르도 다양하고 나름대로 첫 정규앨범 냈을 때와는 시선이 달라져 있다. 장르가 짬뽕 같기도 하지만 예전에 못하던 장르가 욕심이 나기도 했다. 시간에 비해 일을 많이 하면서 음악적인 간극이 단단해지는 것 같다.“

영국 시인 존 던의 글에서 인용한 타이틀 ‘누구도 섬이 아니다’와 동명인 1번트랙은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연주곡이다. “코로나19로 개개인이 같이 있지만 섬처럼 생활, 생각하는데 우리는 섬이 나이고 물밑으로는 연결되어 있다는 전체 정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연주곡을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교향곡으로 보면 4악장 정도다. 이진주 피아니스트의 연주 하나로 시작해 피아노 위에 목관, 금관, 리듬이나 일렉 기타가 들어오고 오보에, 호른 등도 모여 끝이 난다. 나름대로 각자이고 혼자지만 모여서 같이 있는 모습을 만들고 싶었고 가사 없이 그러한 메시지를 담았다.”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음악감독을 도맡아 하면서도 그는 자신의 작업도 소홀하지 않았다. “이번 앨범에 못 실은 5곡이 더 있다”던 그는 “물리적으로 일정이 안 나온다고 하지만 일하면서 곡을 쓰고 멜로디를 다듬고 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며 미소지었다. “JYP에 있을 때 박진영, 방시혁에게 영향받고 배운 것이다. 그 형들은 하나만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멀티다. 회의, 디렉팅, 편곡 등 적어도 5개씩 돌아가는데 그곳에서 6년간 있으면서 작업 방식이 달라졌다. (박)진영형이 음악하나만 하면 나약해질 수 있으니 파생되는 콘텐츠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했는데 고마운 충고였다. 음악인생에서도 그때 경험이 주요하고 고마운 시기였다.”

‘런치송 프로젝트’는 무엇보다 권 음악감독에게는 자신을 위한 기록이기도 하다. “거창하게 십주년이 아니라 10년을 버틴 의미로 정규앨범을 낸 의미도 있다. 지인들이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인연이 돼서 활동하는 가수들에게 인터뷰를 많이 받았는데 홍보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의미 있었던 기록이다. 윤상 형은 사석에서 못하는 이야기를 해주셨고 (신)승훈형은 손편지를 써주기도 했다. (김)현철형은 가사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칭찬을 해주시더라. 모니터 후에는 ‘엄마가 해준 말’의 가창을 부탁드리기도 했다. 20년 정도 음악하면서 버틴 시간, 그리고 나에게는 이정표가 되는 음악이다.”

덧붙여 그는 “다른 싱어송라이터들도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만드는 과정이 좋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멜로디 8마디나 가사의 모티브 등 머리로 상상했던 것이 결과물로 나오면서 내가 이런 공정을 거쳐서 만든다는 것, 자기 확인하는 시간이다. 겉멋이나 배부른 소리가 아니라 성공의 목적보다는 음악적인 내 능력에 대한 결과물을 만들고 새로운 허들을 넘어서고 성숙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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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혹은 그 이상 규모로 진행되는 음악 예능프로그램에서 참가자는 물론 시청자가 감동하는 음악을 담당하는 그에게 ‘런치송 프로젝트’는 오롯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가내수공업과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른 가수에게 줄 수 없다. 사실 이번 앨범도 건축을 하는 친동생이 어린 시절 우리가 살던 집이 철거되기 직전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시작됐다. 내 고향과 추억을 음악으로 남겨야 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이야기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도 있을 것 같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쌓여가고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장르도 쌓여 가는데 그 창구를 열어 둔 것 같고 계속 열어두고 싶다. 나에게는 도피처 같은 느낌이다. 나 역시 이제 꿈 이야기보다는 옛날이야기를 많이 하는 나이가 됐지만 음악은 계속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 런치송 프로젝트에 더 집착하는 것 같다. 이번 앨범에 담은 정서가 앞으로 10년을 버티게 해줄 동력이 될 것이고 아직 음악으로 할 이야기가 남아 있다.”

권태은 음악감독은 다음 ‘런치송 프로젝트’에 대한 계획도 숨기지 않았다. “내년 5월 5일 어린이날에 동요를 내는 것이 목표다. ‘팬텀싱어’ 시즌 1때부터 마음에 담고 있던 생각인데 방송 중에 ‘어느 봄날’이라는 곡이 있는데 MBC 창작동요제 대상곡이었다. 가사가 시적이고 너무 좋았는데 이런 노래가 많았으면 한다. 마음이 따뜻해졌으면 하는데 그 다음에는 마치 한편의 동화책을 읽는 것과 같은 어린이 뮤지컬을 제작해보고 싶다. 그게 10년 뒤 꿈인데 그 지점으로 가고 싶다. 프로그램을 하면서 음악적으로는 힘을 받지만 내 음악을 못하면 지쳐서 못할 것 같다. 그것이 바로 ‘런치송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다.”

hongsfilm@sportsseoul.com

사진|런치송 크리에이티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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