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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현숙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진짜 연기는 인생에서 나온다. 삶의 체험이 고스란히 연기에 녹아들기 때문이다.

최근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를 통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터 되었다. 한국인 배우로는 최초다.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윤여정의 연기는 순탄치 않았던 그녀의 인생역정에서 우러나왔다.

삶의 체험이 연기의 폭을 결정한다면, 사실 준비된 배우는 여럿 있다. 성공과 당락은 기회의 여부다.

KBS공채탤런트 9기 출신의 배우 이현숙도 준비된 배우다. 힘들었던 투병생활과 코로나로 사업까지 휘청거렸지만, 삶의 굴곡을 무대에선 아름다운 곡선으로 그릴 수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던 그녀는 당시 특이하게도 작은 역할을 자처했다. 매회 등장하지만 단역에 가까운 가사도우미 역할을 본인이 선호했다.

이현숙은 “공채탤런트 출신이라 배역은 꾸준히 들어왔다. 세트장 촬영이 많은 가사도우미 역할을 자처했는데 스케쥴 조정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TV속 이미지는 굳어졌지만 나머지 시간을 활용해 사업에 올인했다. 내 나름의 꿈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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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현숙

꿈의 실현을 위해 이현숙은 한복 대여 사업(탤런트 드레스한복)을 시작했다. 드레스에서 시작해 한복 대여로 자리를 잡았다. 한복수선, 촬영, 모델, 홍보, 상담 등 1인 10역으로 치열하게 일했다.

그런데 몸을 혹사한 탓일까. 2018년 메니에르병에 걸렸다. 6개월간 투병생활을 하며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다시 사업에 몰두하며 전조를 느꼈다. 재발의 기미였다. 다시 건강을 챙겨야 했다.

여러 고비를 경험한 이현숙에게 두 가지 욕심이 생겼다. 코로나 위기에서 버티게 해준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연기 재도전이다. 이현숙은 “한창 카메라 앞에 섰을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게 최선이 아니었구나 싶다. 배우라는 복된 직업의 소중함을 더 느끼고 있다”라고 했다.

이전과 달리 맡고 싶은 역할에 제한은 없다. 사업체를 운영한 경험으로 사업가나 임원 역할에 자신감은 넘친다. 착한 역할 콤플렉스는 버렸다. 억척스런 연기도 제대로 할 수 있다.

영화 ‘미나리’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채소 ‘미나리’는 질긴 생명과 적응을 상징한다. 척박한 상황을 이겨내며 푸른 밭이 되었다.

삶의 현장에서 바닥을 다져온 이현숙, 그녀가 배우로서도 ‘제2의 전성기’를 꿈꾼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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