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준(울산)
울산 현대 이동준이 지난 3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 K리그1 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전반 26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뒤 동료와 기뻐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성남=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나도 (선수 시절) 많은 경험을 했지만, 결국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은 3일 성남FC 원정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A매치 휴식기에 9명(A대표팀 7명·올림픽팀 2명)이나 각급 대표팀에 차출, 타 팀과 비교해서 정상적인 훈련을 진행하지 못한 그는 이날 예상을 깬 출전 명단을 꾸렸다. 한·일전을 마치고 전날 정오까지 파주NFC에서 코호트 격리에 나섰던 A대표팀 차출 요원 7명 중 김인성을 제외하고 6명을 출전 명단에 올린 것이다. 이중 골키퍼 조현우를 비롯해 좌,우 풀백 홍철, 김태환은 선발진에 넣었다.

워낙 한·일전 소집 전부터 대표팀 분위기가 뒤숭숭했고, 경기도 적지에서 0-3 대패 쓴맛을 봤다. 또 귀국 이후 일주일간 격리 생활을 한 만큼 이들의 심신은 지쳐있을 법했다. 애초 A대표팀 차출 요원은 성남 원정에 합류하지 못하거나, 합류해도 일부만 몸 상태를 고려해 활용하리라는 견해가 많았던 이유다. 그러나 홍 감독은 성남전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는 “오전에 (한·일전에 다녀온) 선수들과 차 한잔했다. 컨디션 얘기 듣고 최종적으로 명단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특히 대표팀에서도 컨디션 난조를 보인 홍철의 선발 기용에 관해서는 “우려가 컸는데 지금은 좀 나아졌다. 중압감이 큰 경기(한·일전)까지 소화한 만큼 오히려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점쳤다.

알 두하일 경기전 기자회견(홍명보 감독)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선수 시절 누구보다 한·일전처럼 부담이 큰 경기를 두루 소화한 홍 감독은 ‘티 타임’에서 대표 선수다운 책임감을 강조했다. 특히 A매치 휴식기 동안 팀에서 정상 훈련을 모두 소화한 동료를 위해서라도 한 발 더 뛰는 자세를 강조했다. 그는 “(한·일전 패배 이후) 대표 자원이 정신적으로 상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며 “대표팀에 소집되기 전 클럽에서 보여준 모습을 다시 증명해달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세차게 비가 내린 그라운드였으나, 울산은 홍 감독의 ‘티타임 효과’로 웃었다. 홍철과 김태환이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공수를 오가며 경기 리듬을 지배했다. 여기에 전반 22분 홍 감독은 U-22 자원 김민준과 강윤구를 일찌감치 불러들이고 바코와 한·일전을 뛴 이동준을 투입했다. 용병술은 4분 만에 적중했다. 전반 26분 윤빛가람이 오른쪽에서 차올린 크로스를 이동준이 성남 수비진을 파고들어 절묘한 헤딩으로 결승포를 터뜨렸다.

이동준은 한·일전 직후 누구보다 마음고생 했다. 당시 선발로 뛴 그는 후반 22분 볼 경합 중 팔을 휘두르다가 일본 수비수 도미야스 다케히로의 얼굴을 가격했다. 고의적인 행동은 아니었지만 도미야스는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입에서 출혈이 발생했다. 이동준은 경기 직후 뜻밖에 ‘매너 논란’에 시달리며 패배 그 이상의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이날 강하게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 시원한 골로 응어리를 날렸다.

이동준은 “파주에서 격리하면서도 훈련을 충실히 해서 몸을 잘 유지했다”며 “홍 감독께서 (패배 아픔을) 대표 선수라면 다 이겨내야 한다고 하시더라. 스스로 이행하려고 했는데 (골을 넣고) 이겨서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 4~6라운드 2무1패로 주춤했던 울산은 4경기 만에 승점 3을 따냈다. 승점 14로 선두 전북 현대(승점 17) 추격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한·일전을 앞두고 무더기 차출로 뒤숭숭한 시간을 보냈던 터라 이번 승점 3은 오름세로 돌아서는 동력이 될 전망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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