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기생충 미나리

[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K콘텐츠의 기세가 대단하다.

과거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빌보드에 진입하고 유튜브를 뜨겁게 달궜던 일은 기적에 가까웠다. 전국민이 응원했고, 전세계가 열광했다. 결코 허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대장벽이 허물어진 순간이었다.

이후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한 ‘방탄소년단’의 롱런, 지난해까지 아카데미와 칸영화제까지 접수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까지 더 이상 K콘텐츠의 세계화는 기적이 아니다. 수많은 ‘피 땀 눈물’이 한데 모여 단단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는 것. 몇해 전만해도 공연을 봐달라며 미국에서 직접 홍보 전단지를 돌렸던 방탄소년단은 이젠 전세계가 인정하고, 앨범을 냈다 하면 빌보드 정상에 오르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이들은 ‘다이너마이트(Dynamite)’,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 은 단순히 음악을 넘어 코로나 팬데믹 시대로 힘든 세계인들을 위로하며 선한 영향력을 펼쳤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도 지난해 아카데미에서 6개 부문에 올라 4개의 트로피를 수상하며 달라진 한국 영화의 위상을 체감케 했다. 지극히 한국적인 가족들의 이야기 같으면서도 계층간의 갈등 등을 풍자적으로 풀어내며 호평 받았다. ‘봉테일’답게 봉준호 감독의 섬세한 연출도 눈에 띄었다. 올해는 ‘미나리’가 배턴을 이어 받았다.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작품인 ‘미나리’는 미국 영화지만, 한국계 또는 한국인 감독과 배우가 합심해 한국인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K콘텐츠로도 설명된다.

특히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건 ‘K할머니’ 윤여정인데, 그녀는 정형적인 할머니상을 탈피한 모습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그 결과, 지난 26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사에 또 하나의 새 역사를 썼다. ‘미나리’로 들어올린 트로피만 39개다. 물론 다시 나올 수 있는 기록이 아닐수 있을만큼 대단한 업적이다.

하지만 ‘미나리’ 이후 K콘텐츠의 미래도 밝다. ‘미나리’에 함께 출연한 한예리는 최근 에코 레이크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을 선언했다. 마동석은 OCN ‘트랩’은 미국 리메이크작 ‘더 클럽’ 주연 및 제작을 맡았다. 앞서 마동석은 마블 영화인 ‘이터널스’에서 길가메시 역으로 캐스팅돼 내로라 하는 할리우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어린 시절 이민을 가 미국 국적을 가진 마동석(돈리)이 언어적인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하며 할리우드 꽃길을 걷고 있다.

또 국내에서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꾸준히 제작되면서 ‘킹덤’ 시리즈를 시작으로 ‘스위트홈’, ‘콜’, ‘승리호’, ‘낙원의 밤’ 등이 넷플릭스를 통해 독점 공개되며 전세계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승리호’는 공개날 전세계 16개국에서 영화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넷플릭스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은 입을 모아 “해외에 사는 친구들이 잘봤다고 연락이 왔다”, “SNS 팔로잉이나 댓글에 외국 분들이 많아졌다”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K콘텐츠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콘텐츠에 전반적으로 관심이 많이 높아진거 같다. 지난해는 ‘기생충’이라면 올해는 ‘미나리’로 이어지며 지속적인 관심이 있다”며 “K콘텐츠가 이미 대단한 질적인 성취를 해서일 수도 있는데, 세상이 많이 바뀌기도 했다. 글로벌 사회 안에서 다양성을 요구하는 흐름들이 나오고 있고, 미국 사회든 어디든 스며드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이 향후에도 많이 등장할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루이비통코리아, CJ엔터테인먼트, (주)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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