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이 지난 29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에서 선수를 향해 주문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벼락치기의 한계를 무너뜨린 건 ‘홍명보 리더십’이다. K리그1 울산 현대가 신임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 조기 안정화를 꾀하며 전반기를 선두로 마쳤다.

울산은 지난 29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하나원큐 K리그1 2021’ 1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1 신승했다. 리그 3연승이자 공식전 9경기 연속 무패(5승4무·FA컵 포함). 승점 36을 기록한 울산은 1경기 더 치른 2위 수원 삼성(승점 33)과 승점 격차를 3으로 유지하며 1위를 지켰다. 울산은 A매치 휴식기를 보낸 뒤 내달 20일 코로나19 여파로 미뤄진 성남FC와 14라운드 홈경기를 치른 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가 열리는 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울산 구단 내부에서는 출범 5개월째인 ‘홍명보호’ 체제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리그 1위’ 성적표 외에도 내부 결속력, 프런트와 소통이 어느 때보다 잘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성적은 더할 나위 없다. 올 초 3년 6개월 만에 현장 지도자로 컴백한 홍 감독은 이르게 자신의 색깔을 선수단에 입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울산이 지난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일정으로 12월까지 힘을 쏟은 터라 선수들은 휴식이 필요했다. 게다가 시즌 개막을 앞둔 2월 클럽월드컵에 참가하게 되면서 홍 감독은 동계전지훈련을 2주도 채 소화하지 못했다.

210407199845
제공 | 울산 현대

그저 주어진 조건에서 최상의 퍼포먼스를 발휘해야 하는 게 홍 감독의 미션이었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실전 경기를 대비해야 하는 사실상 ‘벼락치기 상황’에서 실리적 전술을 고심했다. 그 결과 김인성과 이동준 등 빠르고 공격력이 좋은 윙어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수비는 대표팀 사령탑 시절 호흡을 맞췄던 김기희와 불투이스를 중심으로 짰다. 결과적으로 초반 김인성과 이동준이 각각 4골씩 넣는 등 파괴력을 뽐내면서 개막 3연승을 달렸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상대가 울산의 전술 패턴을 인지하고 틀어막으면서 이후 3연속 무승(2무1패)으로 흔들렸다. 홍 감독은 3월 A매치 휴식기에 플랜B 마련을 고심했으나 다수 대표 차출로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 기간 새 외인 바코와 루카스 힌터제어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보란 듯이 바코는 지난달 7일 FC서울전(3-2 승)에서 처음 선발 출격해 1골 1도움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 두 달 2골 3도움 활약을 펼쳤다. 공격 포인트를 떠나 측면에 국한한 울산 2선의 다변화를 끌어냈다. 지난해 득점왕 주니오의 대체자로 입단했으나 리그 적응 속도가 더뎠던 힌터제어도 지난 1일 광주FC전(2-0 승)에서 K리그 데뷔골을 터뜨렸고 19일 전북 현대와 라이벌전(4-2 승)에서 감각적인 발리 골로 날아올랐다.

210501517774
제공 | 울산 현대

외인 활약과 별개로 벼락치기의 한계를 극복한 진짜 힘은 ‘업그레이드한 팀 정신’이다. 울산은 최근 몇 년간 좋은 선수를 보유했으나 승부처에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매 시즌 리더가 바뀐 것도 한몫했다. 홍 감독은 이를 눈여겨보고 주장 이청용과 베테랑 미드필더 신형민을 중심으로 울산만의 근성과 팀 색깔을 두는 데 집중했다. ‘전북 출신’ 신형민은 지난달 21일 전북전에서 싸움 닭 같은 투쟁심으로 팬은 물론 동료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청용도 최근 부상에서 복귀해 경기 흐름을 바꾸는 교체 요원으로 팀에 ‘할 수 있다’는 긍정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그 결과 울산은 최근 무패 기간 승부처로 불리는 ‘후반 30분 이후’에만 5골을 집어넣었다. 제주전에서도 후반 추가 시간 김지현의 페널티킥 결승골로 웃었다.

울산 한 관계자는 “홍 감독 부임 초반 워낙 여유가 없었기에 리그 3~4위 정도만 해도 긍정적이라고 봤다. 현재 전북이 주춤한 것도 있지만 선두를 달리는 건 감독의 지도력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울산의 한 베테랑 선수도 “확실히 홍 감독께서는 선수를 뛰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개성 있는 선수를 하나로 어우르게 하는 리더십도 있다 보니 선수가 믿고 더 잘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복수의 축구 전문가도 홍 감독의 지도력을 높게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홍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었을 때 큰 성공과 실패를 두루 경험했는데 여러 노하우가 울산에서 잘 나오는 것 같다”며 “준비 기간이 짧았음에도 선수와 스스럼없는 소통, 그리고 위기관리 능력으로 울산의 비상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