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2001)
2001년 대표팀 시절의 김상식 전북 현대 감독이 거스 히딩크 감독과 대화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스포츠서울 DB

프로축구 K리그1은 올해도 ‘현대가 양강 체제’다. 울산 현대가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전북 현대가 2위를 달리며 추격하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에도 선두 경쟁은 이어진다. 전북은 지난 2019년과 2020년 2위를 달리다가 울산에 역전 우승하며 4연패를 달성했다. 공교롭게도 양 팀은 올 시즌 새 수장이 지휘봉을 잡았다. 울산은 홍명보 감독, 전북은 김상식 감독이 각각 이끌고 있다. 현역 시절 국가대표팀에서 동료로, 한때 선수와 코치 ‘사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K리그1 우승컵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본지는 추석 연휴에도 훈련과 경기에 매진하는 ‘현대가 라이벌’ 수장에게 공통질문을 던졌다. 서로를 향한 메시지도 담겨 있다.<편집자주>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우상 명보형.’ 김상식(45) 전북 현대 감독 휴대전화에 저장된 홍명보(52) 울산 현대 감독의 이름이다.

김 감독에게 홍 감독은 ‘아이돌’이다. 2000년 A대표팀에 승선하며 홍 감독을 지근거리에서 처음 만난 후로 김 감독은 늘 선배를 동경해왔다. 대표팀에서 함께 생활할 때에도,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코치와 선수로 호흡할 때에도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은 K리그를 대표하는 두 팀에서 당당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존경심은 여전하다. 휴대전화 속 선배의 이름을 우상으로 저장한 이유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특히 어렸을 땐 홍 감독님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 시대로 따지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었다”라면서 “홍 감독님은 늘 모범적이었다. 저와는 포지션이 비슷했기 때문에 동경하는 마음이 컸다. 워낙 카리스마가 넘치던 분이었다. 저처럼 어리고 구석에 밀려나 있는 선수 입장에서는 말 한 마디 걸기도 어려웠다”라고 회상했다.

홍 감독은 김 감독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인을 받은 선배이기도 하다. 그는 “언제 다시 대표팀에 들어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강했던 때였다. 히딩크 감독님 시절로 기억한다. 용기를 내 방에 찾아가 유니폼에 사인을 받은 적이 있다. 같은 축구선수로서 사인을 받아본 유일한 사람이 바로 홍 감독님”이라며 웃은 후 “아마 기억 못하실 것 같다. 저 말고도 그런 선수가 또 있지 않았을까. 전 워낙 긴장하고 들어갔기 때문에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라고 말했다.

사제지간으로 변한 후 김 감독은 코치였던 홍 감독에게 의지했다. 특히 2006년 아시안컵서 자신의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경기를 잊지 못한다. 그는 “제가 공을 빼앗겨 실점해 이길 경기에서 비겼다. 그때 ‘홍쌤’이 방으로 불러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흔히 말하는 ‘멘붕’이 왔는데 홍쌤 덕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라는 일화를 들려줬다. 이후에도 교류는 계속됐다. 전북에서 주장으로 있던 시기에도 김 감독은 홍 감독의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김 감독은 “2002 월드컵 때 불만 많은 선수들을 항상 불러서 같은 상에서 식사를 하셨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팀을 끌고 가려면 모든 선수들을 챙겨야 한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지도자가 된 후에도 늘 마음에 담고 있는 조언”이라고 말했다.

홍명보
스포츠서울DB

김상식
전북 김상식 감독이 지난달 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수원FC와 전북현대의 경기에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수원 | 강영조기자

올해 두 사람은 나란히 K리그 감독으로 데뷔했다. 엎치락뒤치락 하며 선의의 경쟁 우승 경쟁을 하고 있다. 김 감독은 “홍 감독님은 저보다 경험이 훨씬 많은 분이다. 멀리서 배우는 것도 많다.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이 보인다. 축구 내용도 좋아 보인다. 공수 밸런스가 잡혀 있고 다양한 패턴으로 공격을 시도한다. 울산이 전보다 더 좋은 팀이 됐다”라며 홍 감독의 울산을 높이 평가했다.

그렇다고 김 감독은 우승 싸움에서 밀려날 생각이 없다. 사적인 마음을 내려놓고 감독 대 감독으로 경쟁해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운동장 안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어야 한다. 감독으로 대결하는 만큼 저도 지고 싶은 생각이 없다. 전북과 울산, K리그의 큰 두 팀이 우승 도전을 하고 있다. 저도 냉정하게 싸워 이기고 싶다.”

존경하는 마음과 경쟁심 그 어딘가. 김 감독은 진심으로 홍 감독의 건승을 기원했다. 그는 “K리그는 정말 피 말리는 무대다. 홍 감독님도 굉장히 피곤하실 것으로 안다. 단 하루도 마음 놓고 살기 어려운 일상이 이어진다. 늘 건강 잘 챙기셨으면 좋겠다. 서로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워낙 바쁜 분인 것은 알지만 시즌이 끝나면 편안하게 식사라도 한 번 하고 싶다. 기분 좋게 만나고 싶다. 일단 다음 맞대결에서 우리가 이기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웃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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