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루방해 당한 한유섬, 판정은 주루방해로[포토]
SSG 4번타자 한유섬이 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주루방해로 1루에서 아웃되자 심판들의 합의를 기다리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SSG ‘캡틴’ 한유섬(33)의 초반 기세가 무섭다. 팀이 치른 32경기 가운데 30경기에 출전해 홈런 5개를 뽑아내며 33타점(1위)을 수확했다. 시즌 158타점 페이스로, 커리어 하이를 노린다.

신형 타점머신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한유섬은 클러치 히터 이미지가 강하지만, 1루로 전력질주하는 악착같은 면도 눈길을 끈다. 내야안타나 상대 실책을 유발해 1루를 밟는 경우도 꽤 있다. 그는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고, 우리팀 타선의 힘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가장 빠르게 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준혁 선배님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 1루까지 전력질주하는 것은 프로의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준족까지는 아니지만, 힘을 폭발하는 타이밍을 잘 잡는 편이라 순간 스피드는 좋은 편이다. 스타트 감각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4번타자로서 가치도 높지만 ‘주자 한유섬’의 존재감도 무시 못한다는 게 SSG 코치진의 평가다. 그의 전력질주가 도드라져 보이는 것도 누상에서 이런 강점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포토]2점 홈런 SSG 한유섬, 역전이야!
SSG 한유섬(오른쪽)이 2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한화와의 경기 4회 2사 1루 한화 선발투수 김민우를 상대로 역전 2점 홈런을 친 뒤 최주환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한유섬의 시즌 3호 홈런.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프로의 기본인 전력질주만큼 눈에 띄는 대목은 빈타에 허덕여도 의연하다는 점이다. 주전으로 입지를 굳혔고 팀의 4번타자 역할을 하고 있어 슬럼프에 빠지면 침울할 수밖에 없다. 그는 “지난해까지는 타석에 여러번 나가면 결과가 안좋았던 타석에 대한 생각이 강했다. 결과에 연연했다”며 웃었다. 그는 “올해는 안좋았던 것보다 좋은 기억을 이어가기 위한 심리적 훈련을 나름대로 하고 있다. ‘안좋을 수도 있지, 다음에 치면 되지’라는 생각을 하니 한 타석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유섬은 “내야 땅볼을 치는 순간은 ‘범타로 끝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야구는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실책이 나올 수도 있고, 불규칙 바운드가 되는 등의 변수가 생긴다. 일단 출루하면, 다음 타자가 안타를 칠 수도 있다. 한 점 뽑기가 쉽지 않은 경기도 있기 때문에 항상 최선을 다해 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럼에도 나는 장타를 쳐야하는 타자다. 히팅 포인트가 앞일 수밖에 없다. (김)강민이 형 등 선배들이 타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카운트별로 상황에 맞게 대처하려다보니 삼진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126차례 타석에서 삼진 20개를 당하는 동안 사사구 20개를 얻어냈다.

20151002200034401
삼성 ‘레전드’ 양준혁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현역시절 전력질주가 트레이드 마크였다. 사진제공 | 삼성라이온즈

여러모로 MBC스포츠+ 양준혁 해설위원의 현역시절과 비슷해 보인다. 양 위원도 현역시절 “매일 최상의 타격감으로 시즌을 치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고, 잘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 안타를 빼앗길 때도 있다. 컨디션이 안좋을 때도 팀 승리를 위해 노력을 해야하는데,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선구안과 전력질주”라고 강조했다. 나쁜 컨디션인데 굳이 공격적인 스윙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볼넷을 골라 다음 타자에게 기회를 이어주는 것도 훌륭한 팀플레이다. 내야땅볼 때 전력질주는 타격 슬럼프와 관계없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다.

닮은꼴인 양준혁의 고향에서 한유섬은 오늘도 전력질주를 한다. 삼성의 기세가 나쁘지 않아, 그의 전력질주가 필요할 수도 있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