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기자] 20일 울산 동구에 있는 울산 현대 클럽하우스.

전날 안방에서 우승 경쟁 팀 전북 현대에 일격을 당한 울산 선수단 분위기는 크게 가라앉아 있었다. 경기 자세부터 비판을 받은 터라 선수들은 무거운 책임감 속 입을 열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회복훈련에 앞서 미팅룸에서 선수를 모아 놓고 초심을 잃은 경기 태도 등을 강한 어조로 꼬집었다.

울산은 전날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2022시즌 K리그1 16라운드 홈경기에서 1-3으로 졌다. A매치 브레이크 이후 첫 경기. 그것도 1만3192명의 올 시즌 최다 홈 관중이 몰려들었으나 무기력했다. 강한 전방 압박을 바탕으로 실리적인 축구를 펼친 전북에 좀처럼 대응하지 못했다. 전반에만 3골을 얻어맞았다. 특히 0-1로 뒤진 전반 20분과 29분 골문 앞 수비 숫자가 많았음에도 상대 일본인 미드필더 쿠니모토의 왼발을 제어하지 못하며 실점했다.

더욱더 큰 문제는 이런 분위기에도 경기 흐름을 바꿀 만한 동작이 명확하지 않았다. 홍 감독이 경기 직후 “(그동안) 자만에 빠져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탄한 이유다. 그는 “상대보다 반응이 늦었다. 소극적인 플레이로 상대에 빌미를 제공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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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 세 시즌 연속 전북에 역전 우승을 허용한 울산은 17년 만에 리그 우승에 재도전하고 있다. 지난 3월 전북 원정에서 1-0으로 이기며 전반기 선두를 줄곧 지켰다. 하지만 이날은 리그 선두 팀 답지 않았다. 홍 감독의 말처럼 적극성이 떨어졌다. 라이벌전 승리는 경기력 그 이상의 요인이 필요하다. 가장 큰 바탕이 되는 건 투쟁심과 몰입도다. 이날 울산은 파울 수가 3개로 전북(9개)의 3분의1에 불과했다. 경고도 단 한 장이 없었다. 파울이 많은 게 좋은 건 아니지만 라이벌전에서는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적극성을 엿보는 지표가 된다. 전북은 최전방을 지킨 외인 구스타보가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개의 파울을 범했다. 옐로카드로 1장 떠안았다. 바로우 역시 옐로카드가 있다. 전방에 포진한 외인 선수부터 적극적으로 싸웠음을 느끼게 한다.

소극적으로 맞서다가 실점한 울산은 조급함까지 겹치면서 공격 정확도가 떨어졌다. 이날 623개의 패스를 시도, 전북(359개)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고 크로스도 43개를 시도해 전북(10개)에 네 배 이상이었다. 그러나 유효 슛은 7-5로 별 차이가 없다. 울산은 주장 이청용이 공격 진영으로 향한 패스(53회), 인터셉트(5회), 볼 차단(3개) 획득(9개) 등 모두 팀 내 최다를 기록했다. 서른 중반인 베테랑이 공수 주요 지표에서 가장 수치가 높은 건 홍 감독이 선수에게 지적한 ‘자만심’과 궤를 같이한다.

울산은 22일 FC서울과 17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다. 달라진 경기 자세로 서울전에 임하지 않으면 자칫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다. 17년 만에 우승으로 가는 길에 중대한 고비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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