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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호 출렁다리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 예산=황철훈기자] 충남 예산은 예로부터 풍요로운 고장이다. 천혜의 자연이 품어낸 넉넉한 먹거리는 물론이고, 장구한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이 땅엔 인심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특히 예산의 지형은 바다가 육지 안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간, 이른바 ‘내포(內浦)’다. 그 지형 덕에 내륙 깊숙한 곳까지 배를 이용한 활발한 물자교류가 가능했다. 예산이 늘 풍요로웠던 이유다.더불어 예산은 의로운 고장이다. ‘예산(禮山)’이란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뜻하는 예(禮)를 쓴다. 형과 아우가 밤새도록 서로의 볏단을 가져다 놓으며 온 국민에게 미담 사례로 각인시켰던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바로 예산 대흥면 이성만·이순 형제의 이야기다. 무더위와 장마가 번갈아 기승을 부리던 7월,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고장 ‘충남 예산’으로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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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황새공원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우아한 날갯짓과 자태를 탐하다…‘예산 황새공원’

황새(천연기념물 199호)가 텃새일까. 철새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둘다 맞다. 황새는 원래 우리나라 텃새였지만 한국전쟁과 밀렵, 농약 과다 사용 등으로 1971년 이후 멸종했다. 겨울철에 자주 보이는 황새는 러시아나 중국에서 날아든 개체, 즉 철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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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황새오픈장 ②황새문화관 ③인공폭포·바닥분수 ④습지에서 생태 체험을 하고 있는 유치원생들.

다행히 국내 연구진의 노력으로 황새 복원은 성공한다. 1996년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유전적으로 같은 황새를 러시아와 일본에서 들여와 인공증식을 시작했고 이후 2014년에 이르러 황새는 150여 개체로 늘었다. 이곳 예산 황새공원에는 2022년 7월7일 기준 아기황새 33마리를 포함해 총 143마리가 살고 있다. 자연 방사한 121마리를 포함하면 이 일대 총 264마리가 이곳 황새공원 출신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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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는 높은 나무에 둥지를 튼다.  사진 | 김경선 작가 제공

‘황새공원’은 황새 증식과 자연 방사를 위한 야생 적응 훈련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또한 황새에 대한 관심과 생태계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한 다양한 생태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특히 황새문화관은 다양한 전시물을 통해 많은 사람이 헷갈리던 두루미(학)와 왜가리, 백로, 따오기 등의 생태적 특성과 차이점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를테면 황새는 두루미(학)보다 몸집은 작지만 대신 부리는 훨씬 길다는 점, 또 두루미는 잡식성이지만 황새는 육식성 조류로 태어나자마자 성대가 퇴화해 울지를 못한다는 점이다. 대신 황새는 부리를 부딪쳐 소리를 내고 소통한다. 육안으로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두루미는 머리 정수리 부분이 붉은색인 데 반해 황새는 머리 전체가 흰색이다. 첨언하자면 두루미 머리의 붉은색 부분은 털이 아니고 노출된 피부 돌기다. 붉게 보이는 이유는 돌출된 피부 돌기의 혈관이 비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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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 무리가 물고기 사냥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선 작가 제공

황새공원은 특히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들에게 추천한다. 야외에 있는 황새오픈장에 가면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황새를 직접 볼 수 있고 황새문화관에서는 황새 모형과 박제를 이용한 생생한 교육 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습지에 직접 들어가 논 생물을 체험할 수 있는 논 생물 체험프로그램을 비롯해 문화관 2층 공간에서는 황새를 주제로 한 다양한 어린이 공예수업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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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보부상촌 입구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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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보부상촌 전경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전통문화체험 테마파크 ‘내포보부상촌’

내포보부상촌은 보부상의 거점지역이였던 예산 덕산지역에 조성한 전통문화체험 테마파크다. 2020년 6만4000㎡(축구장 약 9개 크기) 규모로 조성한 이곳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20 강소형 잠재관광지다. 입구에 들어서면 양쪽으로 초가지붕을 얹은 저잣거리가 이어진다. 옛날 장터를 재현한 저잣거리에는 각종 기념품을 파는 ‘모꼬지’를 비롯해 음료를 마실 수 있는 ‘한다음차’, 식사를 할 수 있는 ‘내포푸줏간’ 등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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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보부상 조형물 ②구만포를 재현한 내포천 ③예산보부상박물관 옥상에 설치된 거대한 곰인형 ④숲속 놀이터 및 체험시설

특히 내포보부상촌에서 눈여겨볼 공간은 ‘예산보부상박물관’이다. 이 지역이 보부상의 거점지역이 될 수 있었던 지리적 특성과 보부상의 문화와 역사 등은 물론 전 세계 무역상들의 발자취를 간접 경험해볼 수 있는 다채로운 공간들로 꾸며져 있다. 이곳 예산이 보부상의 거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내포(內浦)’라는 지형적 특색 덕분이다. 아산만을 따라 육지로 깊숙하게 파고든 바다는 예산에 이르러 삽교천과 무한천으로 나눠진다. 다시 두 개의 하천은 마치 실핏줄처럼 내륙 곳곳으로 이어지며 바다를 건너온 다양한 물자를 공급한다. 하천은 당시의 초고속 물류망이며 배들이 정박하던 포구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물류센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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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예산보부상박물관 전경 ②전시실 ③유통문화체험관 ④물놀이터

박물관에서는 엄격한 자체 규율로 조직의 기강을 바로잡았던 보부상 특유의 조직문화를 알 수 있는 각종 전시물도 전시되어 있다. 또 전문 해설사의 도움을 받으면 더 쉽고 생생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보부상의 내부 규율을 규정한 ‘예산임방입의절목’을 보면 ‘병든 자는 치료하고 죽은 자는 장례를 지낼 것’, ‘어려움에 처하면 십시일반 도울 것’ 등 서로를 돕고 의리를 지킬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강매 및 술주정한 자 등 불의를 저지를 자에겐 엄한 징벌을 내렸다. 심지어 문상하지 않은 자에게도 볼기 15대와 벌전 5전을, 공회(公會)에서 잡담한 자에게도 볼기 15대를 쳤다고 한다.

아울러 보부상은 수난의 역사 속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당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군량미를 구해 전달한 이들이 바로 보부상들이다. 특히 전란 시 보부상들의 빠른 발은 어느 때보다 빛났다. 전국각지를 빠르게 연결하는 통신병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보부상의 상징인 패랭이 단 목화솜 뭉치도 전쟁에서 유래했다. 이성계가 왜장 아지발도(阿只拔都)와 전투 중 왼쪽 다리에 화살을 받았는데 상인이 자신이 팔던 목화솜을 이용해 치료해 줬다고 한다. 이성계가 이를 기념해 보부상의 패랭이에 목화솜을 달게 했다고 한다. 또 병자호란때는 남한산성으로 피난 가던 인조가 다리 부상을 당했는데 이때도 솜장수의 도움으로 치료을 했다. 그후 인조도 이성계처럼 상인들의 모자에 목화솜을 달라고 했고 결국 보부상들은 패랭이 양쪽에 솜뭉치를 달게 됐다.

예산보부상박물관에는 보부상들의 이같은 활약상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박물관 2층 ‘4D 영상관’에 가면 임진왜란 당시 보부상들의 활약상을 물, 바람, 진동 등이 느껴지는 4D 입체영상으로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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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호 출렁다리 전경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호수의 낭만 ‘예당호 출렁다리’

예산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으레 들리는 곳이 바로 이곳 예당호다. 예당호는 국내 최대 저수지로 면적 약 9.9㎢에 둘레만 40㎞에 달하는 광활한 규모를 자랑한다. 쉽게 말해 여의도 2개를 합쳐놓은 것보다 조금 더 크다고 보면 된다. 특히 예당호의 명물은 2018년 12월에 완공된 ‘출렁다리’다. 예당호 출렁다리는 길이 402m, 폭 1.8m 규모의 현수교로 주탑 높이만 64m에 달한다. 당시에만 해도 국내 최장 출렁다리였다. 2020년 10월 논산 탑정호에 길이 600m 출렁다리가 생기면서 아쉽게 1위 자리를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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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호 출렁다리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예당호 출렁다리 입구에는 거대한 공룡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거대한 황새알 조형물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나무 데크에 올라 호수로 다가가니 우아한 자태의 출렁다리가 눈 앞에 펼쳐진다. 주탑에서 양쪽으로 뻗어나간 케이블엔 세로로 촘촘하게 매달린 케이블이 상판과 이어진다. 그모습이 마치 거대한 하프를 닮았다. 또 어찌보면 날개를 펼친 황새가 호수 위로 비상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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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예산 출렁다리 ②출렁다리 전망공간 ③출렁다리 전망공간을 오르는 원형 계단 ④출렁다리 전망대에서 바라다 본 풍경

출렁다리는 생각보다 출렁임이 없다. 어지러움을 타는 사람이라도 안심하고 건널 수 있다. 다만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건너는 상황이라면 출렁일 수 있다고 한다. 다리 중간 부분 주탑에는 전망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달팽이처럼 생긴 계단을 뱅글뱅글 돌다 보면 4층 높이의 전망 공간에 닿는다. 호수의 강한 바람을 맞으면 이곳저곳을 내려다보다 보면 마치 한 마리 새가 된 듯한 느낌이다. 특히 주탑에서 시원스레 뻗어 나온 케이블과 드넓게 펼쳐진 호수, 물 위에 떠 있는 좌대가 마치 어촌의 포구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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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호 ‘느린호수길’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아름다운 예당호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호숫가로 이어진 ‘느린호수길’이 제격이다. 물넘이 수변공원에서 출발해 물 위에 떠 있는 부잔교, 수변산책로, 출렁다리, 문화광장 등을 거쳐 예당호 중앙생태공원까지 이어지는 7㎞ 비순환길이다. 길은 평탄하고 순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특히 느린호수길을 걷노라면 영롱한 호수풍경과 함께 절기별로 변화무쌍한 농촌 풍경이 펼쳐진다. 길의 종착지인 중앙생태공원 바로 코앞에는 ‘의좋은 형제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맛집 정보●대흥식당(예산군 대흥면)

=예당호 인근에 자리한 어죽집으로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순한 맛이다. 이 집의 또 하나의 시그니처 메뉴인 고소한 ‘민물 새우튀김’과 ‘미꾸라지 튀김’도 맛있다.

맛집
①예산 대흥식당 ‘어죽’ ②대흥식당 ‘새우튀김’ ③예산 한일식당 전경 ④예산 한일식당 ‘소머리 국밥’
●한일식당(예산군 삽교읍)

=중소기업벤처부가 인증한 백년가게로 소머리국밥으로 정평이 난 맛집이다. 다양한 머리 고기를 풍성하게 넣고 토렴식으로 말아낸다. 대표 메뉴인 소머리국밥은 육개장처럼 벌겋지만, 실상 맵지 않고 담백하다. 또한 취향에 따라 ‘맑은 국밥’과 ‘양국밥’도 선택할 수 있고 양이 많은 사람은 ‘특 국밥’을 주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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