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환희 재현… 나지완 은퇴식
KIA 나지완이 7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 9회말 끝내기 홈런 세리머니를 재현하고 있다. 광주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광주=장강훈기자] “마! 인사 안하나?”

2008년 3월29일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최초로 개막전 4번타자로 나선 나지완이 타석에 들어섰다. 삼성 안방을 책임지던 진갑용(현 KIA 수석코치)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인사를 꾸벅하자 “뭐주꼬?”(무슨 공을 던져줄까)라는 말이 다시 날아들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신인 타자의 첫 타석은 3구 삼진이었다.

은퇴하는 나지완의 마지막 타석
KIA 나지완이 7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전에서 현역 마지막 타석을 소화하고 있다. 광주 | 연합뉴스

이날로부터 5305일이 지난 2022년10월7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8-1로 앞선 8회말 공격을 준비할 때 관중석에서 “나지완”을 연호하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신인 때 룸메이트였던 호랑이 선배는 어느덧 감독이 돼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시원하게 돌리고 와”라고 말했다. 초구 몸쪽 높은 공을 가까스로 피한 뒤 카운트 싸움을 펼친 끝에 3루수 파울플라이. 역대 한국시리즈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9회말 끝내기 홈런(2009년)이 상징처럼 각인된 나지완의 마지막 타석이 끝났다.

은퇴하는 나지완 \'가족과 함께 찰칵\'
KIA 나지완이 7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아내 양미희 씨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광주 | 연합뉴스

아내 양미희 씨는 “타이거즈 팬으로서 1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오직 KIA만을 위한 홈런, 안타, 타점 덕분에 너무 행복했다. 멀게만 느껴진 그날이 왔다. 1년간 매일 성적표를 받는 기분이 어떨지 상상이 안되지만, 티내지 않는 오빠의 모습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했다. 야구, KIA가 최우선이던 ‘선수 나지완’이 유니폼을 벗기로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마음고생했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선수 나지완은 마침표를 찍었지만, 앞으로 훨훨 날아다닐 나지완을 가까이에서 최선을 다해 응원하겠다. 고맙다. 사랑한다”며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2009년 환희 재현… 나지완 은퇴식
KIA 나지완이 7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 9회말 끝내기 홈런 세리머니를 재현하고 홈을 밟자 동료들이 물세례를 하고 있다. 광주 | 연합뉴스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그라운드 위에 홀로 선 나지완은 “KIA를 심장에 묻고 떠난다. 어려운 형편 속에 운동했는데, 명예와 부를 모두 안겨준 팀이 KIA여서 고마움을 잊을 수 없다. 팬 여러분도 과분한 사랑 보내주셨다. 아들(현준군)에게 야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간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버텼는데, 감독님께서 (은퇴경기에서 출전할 수 있는) 너무 소중한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헹가래 받는 나지완
KIA 나지완(위)이 7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동료들에게 헹가래 받고 있다. 광주 | 연합뉴스

‘타이거즈의 4번타자’를 자부심으로 여기던 나지완은 이렇게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2008년 신인2차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은지 15년. 1473경기에서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최다인 221홈런을 쏘아 올리며 1265안타 862타점 타율 0.277의 성적과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남기고 야인으로 돌아간다.

나지완은 “선수로서는 유니폼을 벗게 됐지만, 어떤 형태로든 KIA와 연을 이어가려 한다. 구단과도 꾸준히 소통하며 어떤 옷을 입을지를 숙고 중이다. 지도자의 길도 걷고 싶고, 타이거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다. 팬 여러분께 받은 사랑에 보답해야 하므로 영원한 타이거즈맨으로 남겠다”고 은퇴의 변을 남겼다.

나지완, 양현종과 작별 인사
KIA 나지완이 7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에이스 양현종과 뜨겁게 포옹하고 있다. 양현종은 이날 나지완 은퇴경기에서 팀이 5위를 확정해 시즌 최종전에 나서지 않는다. 광주 | 연합뉴스

그러면서 “지금의 나지완을 만들어준 (채)병용이 형(현 SSG 코치)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덕분의 최고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밥살게”라며 넉살을 떨었다. “가을무대에 오르면 ‘타이거즈 DNA’가 살아나기 때문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김에 플레이오프까지는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임팩트 순간 혀를 내밀던 모습도 특유의 홈런 세리머니도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지지만 ‘타이거즈를 사랑한 초대형 나비’는 구단 해리티지로 남을 전망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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