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43753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기자] “아시안게임 이란전보다 더 짜릿한 경기.”

언제나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도 어린아이처럼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드라마틱한 역전극에 홍 감독은 지도자 커리어에서 가장 극적인 승부로 꼽았다.

홍 감독은 8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35라운드 전북 현대와 홈경기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추가 시간 마틴 아담의 연속포로 2-1 역전승했다. 21승9무5패(승점 72)를 기록한 울산은 2위 전북(승점 64)과 승점 차를 8로 벌리면서 선두를 지켰다. 리그 잔여 3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울산은 오는 11일 36라운드 포항 스틸러스 원정에서 이기고, 전북이 무승부 이하 결과를 내면 조기 우승을 확정한다. 17년 만에 K리그 우승트로피가 눈앞에 왔다.

홍 감독은 “올해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정말 많은 팬이 찾아주셨다. 정말로, 정말로 우리가 기쁨을 드리게 돼 좋다. 선수들이 좋을 때나, 좋지 않을 때나 격려해준 서포터에게 감사하다”고 벅찬 감정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이 시기에 전주에서 (전북에)2-3으로 졌을 때 상황을 그대로 돌려줬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이 남았다. 오늘 승리는 오늘까지만 즐기고 다음 경기까지 시간이 별로 없으니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울산은 전반 바로우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추가 시간 아담이 페널티킥 동점골을 넣고 3분이 지나 코너킥 기회에서 헤딩 결승골을 꽂았다. 홍 감독이 후반 교체로 내보낸 용병술이 적중했다. 그는 “레오나르도와 투 스트라이커로 나섰다. 아무래도 한 선수(아담)는 키가 크다 보니 한쪽으로 (수비가) 몰리는 경우가 있다. 전술적으로 임했다. 결과적으로 아담이 들어가서 경쟁적으로 우위를 점했고, 골로 연결됐다. 본인이나 팀에 기쁜 일”이라고 했다.

g44665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홍 감독은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역전승이 되리라고 했다. 그는 “오늘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란에 4-3으로 이길 때”라고 했다. 12년 전 아시안게임 당시 한국은 후반 초반까지 1-3으로 뒤지다가 막판 3골을 몰아넣어 4-3 역전극을 펼쳤다.

또 홍 감독은 울산이 ‘전북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계기가 된 것도 언급했다. 울산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전북에 리그 역전 우승을 허용했는데, 시즌 말미 맞대결에서 기를 펴지 못했다. 홍 감독은 “지금까지 울산이 (전북과 겨룰 때) 멘탈적인 부분에 무너지는 게 있었다. 오늘 후반에도 상대가 득점 찬스에서 성공했으면 또 무너질 수 있었는데, 그것을 버텨내는 것을 보면 울산이 많이 성장했다고 말하고 싶다. FA컵 (패배) 이후 멘탈 리허설을 한 게 오늘 마지막까지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울산은 포항에서 우승을 확정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내일부터 포항전을 대비하겠다. 포항은 내가 유일하게 한국에서 뛰었던 팀이지만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 잘 준비하겠다”며 친정팀과 승부에서 양보하지 않겠다고 했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