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CF6206
코리아 유니크 베뉴 ‘왕의지밀’ 전경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DSCF6174
코리아 유니크 베뉴 ‘왕의지밀’ 전경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 전주·완주=황철훈기자] 가을 문턱을 지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가을 한복판. 들녘엔 황금물결이 일렁이고 산들은 온통 울긋불긋 그야말로 마법 같은 풍경이다. 전 세계인이 감탄하고 부러워할 한국의 가을이다. 화려한 색채의 향연이 펼쳐지는 가을. 이번 여행은 좀 특별하게 떠났다. 일명 ‘코리아 유니크 베뉴 투어’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특별한 MICE 장소와 주변 지역 관광지를 연계한 투어 프로그램이다. 코리아 유니크 베뉴(Korea Unique Venue)란 한국을 대표하는 MICE 행사 장소로 호텔,컨벤션센터 같은 일반적인 장소가 아닌 개최 도시의 고유한 콘셉트나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을 가진 장소를 말한다. 한국관광공사는 경주 황룡원, 광명동굴 등 현재 39개소를 코리아 유니크 베뉴로 선정했으며 2023년까지 총 50개소를 선정할 예정이다.
DSCF6067
코리아 유니크 베뉴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경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전북권 코리아 유니크 베뉴 2곳(한국소리문화의전당·왕의지밀)

이번 ‘코리아 유니크 베뉴 투어’의 대상지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왕의지밀’로 전북권에서 선정된 2곳이다. 먼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전주 건지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서울에 예술의전당이 있다면 전주엔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있다. 규모 또한 예술의전당에 이어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①모악당 무대 전경 ②모악당 ③공예품 전시판매장 ④야외공연장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문화예술공간인 만큼 최첨단 무대 시설을 갖춘 대형 공연 공간 ‘모악당(2037석)’을 비롯해 다목적 공연장 ‘연지홀(666석)’, 국악 전용 공간인 ‘명인홀(206석)’, 최대 7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야외공연장까지 다양한 공연 공간이 조성돼있다. 특히 250석 규모의 대회의장과 중소회의장 등 5개실로 구성된 국제회의장에는 6개 국어를 동시통역할 수 있는 수신기가 설치돼 완벽한 국제행사를 지원한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의 또 하나의 특징은 공간 배치다. 우리 전통 가옥처럼 진입부, 주공간, 후정으로 이어지는 공간 전개를 따랐다. 마당을 중심으로 사면에 건물을 배치하는 일명 ‘사동중정(四棟中廷)’이다. 주 출입구를 건물 중심에서 조금 왼쪽으로 치우치게 냈고 중앙부에는 나무숲을 조성했다. 방문객은 우회 진입을 통해 공손함을 배우고 건물은 은밀함을 이야기한다.

왕의지밀
①왕의지밀 야경 ②왕의지밀 잔디마당 ③왕의지밀 뒤편 산책로 ④왕의지밀 조식 ‘황태해장국’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나머지 한 곳인 ‘왕의지밀’은 고품격 한옥 호텔로 지밀(至密)은 왕의 침소를 뜻한다. 호텔 입구에는 현대식 건물로 지어진 컨벤션센터가 자리하고 안쪽엔 체크인 공간인 ‘승정원’이 그 뒤로 숙박 공간인 2층 한옥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각 한옥 채에는 조선 왕들의 이름을 붙여놨다. 태조관, 선조관, 영조관, 정조관, 고종관 이런 식이다. 컨벤션센터에는 첨단 장비를 갖춘 6개의 크고 작은 컨벤션 공간이 있다. 대규모 학술회의와 기업 연수는 물론 소규모 회의나 세미나까지 모두 수용이 가능하다는 얘기. 여기에 더해 멋스러운 한옥 숙박시설은 이곳만의 매력이다.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총 64개의 한옥 객실이 완비되어 있다.

특히 한옥 채가 줄지어 늘어선 모습 자체가 장관이다. 조선왕조를 상징하는 용을 형상화한 것으로 마치 학이 날개를 펼친 듯 우아하게 내려앉은 기와지붕과 한옥 특유의 유려한 곡선미가 그윽한 풍경을 펼쳐낸다. 한옥 채 앞 잔디 마당은 가든파티, 야외웨딩 등 이벤트를 열기에 안성맞춤 장소다. 낮에는 새소리가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밤에는 풀벌레 소리가 깊어가는 가을밤의 낭만을 완성한다.

◇버려진 공간이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팔복예술공장·산속등대’

MICE 행사장소와 더불어 의미 있게 둘러볼 만한 곳이 바로 ‘팔복예술공장’과 ‘산속등대’다. 전주시 팔동복에 자리한 ‘팔복예술공장’은 코리아 유니크 베뉴인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4.5㎞ 거리로 지척이다. 이곳은 1979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카세트테이프를 생산하던 공장이었다. 카세트테이프가 CD로 대체되면서 결국 문을 닫고 25년 동안이나 방치됐었다. 이곳이 부활의 계기를 맞은 건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폐산업 문화 재생 사업에 선정되면서부터다. 이를 계기로 예술가와 시민, 기업과 지역주민들이 의기투합해 이곳을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팔복예술공장2
①당시 카세트테이프 생산공장 내부 전경 ②팔복예술공장 ③해먹이 설치되어 있는 공간 ④써니분식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세월의 흔적이 밴 건물은 최대한 살리고 색깔을 입힌 컨테이너를 이용해 건물과 건물을 잇는 브릿지를 놓았다. 황량했을 공장 바닥엔 푸른 잔디를 심고 쉴 수 있는 파라솔과 의자, 해먹 등으로 꾸민 휴식 공간도 마련해놨다. 공장 곳곳엔 형형색색의 다양한 조형물과 그라피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야말로 사방 곳곳이 인스타그래머블한 풍경이다.

팔복예술공장1
팔복예술공장 모습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실내 공간은 전시기획 공간인 A동과 예술교육 공간인 B동으로 나뉜다. 입구를 기준으로 카페 써니가 있는 오른쪽 건물이 A동 왼쪽이 B동이다. A동에서는 이 지역 팔복동이 공업단지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과거 이 자리에 있었던 카세트테이프 공장(썬전자) 직원들의 월급명세서를 비롯해 휴가원, 근로계약서 등 당시의 시대상을 알 수 있는 서류들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전시 작품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B동에서는 유아부터 성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예술 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써니
팔복예술공장 카페 ‘써니’의 상징 조형물 ‘써니’. 당시의 여공들의 모습을 형상화 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팔복예술공장 입구에 있는 카페 ‘써니’도 필히 방문해 볼 것. 마을공동체 즉 사회적기업이 운영하는 카페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인형이 볼거리다. 지역작가들의 작품으로 당시에 유행했던 나팔 청바지에 두건을 두른 모습이 이채롭다. 특히 유난히 작은 손이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손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일해야 했던 당시 여공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표현했다. 당시 여공들의 나이는 겨우 15~16세. 가족의 생계를 위해 청춘을 불살랐던 어린 소녀들의 애환이 커피 향처럼 깊게 스민다.

‘산속등대’는 전주와 맞붙어있는 완주군 소양면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 또한 40년간 방치됐었던 제지공장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드넓은 부지에 알록달록한 컨테이너 구조물과 이곳의 상징인 빨간 등대로 재탄생한 높이 33m의 굴뚝이 무척 인상적이다. 공장 건물을 재활용해 미술관과 공연장, 체험장, 놀이터, 카페 등을 꾸몄다. 마치 테마파크를 옮겨다 놓은 듯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공간과 다양한 콘텐츠가 특징이다.

DSCF6287
아원고택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DSCF6216
오성한옥마을체험관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한없이 머물고 싶은 풍경…‘오성 한옥마을’

전국을 여행하다 보면 유독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 있다. 아름다운 풍경이 눈길을 오래 붙잡기도 하고 평온함을 주는 무언가가 마음을 오래 붙잡기도 한다. 전북 완주의 ‘오성 한옥마을’이 바로 그런 곳이다. 거울처럼 빛나는 저수지 ‘오성제’와 마을을 감싸듯 자리한 위봉산과 종남산이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광을 펼쳐내는 곳. 여기에 멋스럽게 자리한 한옥이 화룡점정. 그야말로 세상 부러울 게 없는 풍경이다.

오성한옥마을
①오성한옥마을 입구 ②오성한옥마을체험관 ③저수지 오성제와 BTS 소나무 ④오성한옥마을체험관 잔디마당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저수지 북쪽에는 마을공동체가 운영하는 오성한옥마을체험관이 있고 저수지 한 중앙을 바로 보고 오스갤러리가 자리하고 있다. 또한 저수지 동쪽 위봉산 자락에는 소양고택과 아원고택이 각각 자리하고 있다. 오성한옥마을체험관은 한옥 숙박은 물론 커피와 전통차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저수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풍광과 드넓은 잔디마당, 잘 꾸며진 산책로가 강점이다. 지난달 문화체험관이 완공함에 따라 가족 단위 관광객은 물론 50명 이하의 단체 관광객도 맞을 수 있게 됐다.

오스갤러리
①오스갤러리 ②~③오스갤러리 카페공간 ④오스갤러리 음악감상실

오스갤러리는 미술관과 카페, 음악감상실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원래 이곳은 잠종잠이었다. 잠종장으로 쓰였던 창고건물에 붉은 벽돌을 쌓아 올려 갤러리를 만들었고 이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카페 공간을 만들었다. 붉은 벽돌은 화신백화점과 전주초등학교 철거 때 나온 벽돌을 재활용했다. 푸른 잔디와 붉은 벽돌을 쌓아 올린 카페가 마치 유럽에 와있는 듯한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카페 한쪽 벽면을 통창으로 채워 아름다운 정원을 통째로 끌어들이고 대신 반대쪽 서쪽 벽면은 창을 길고 가늘게 냈다. 깊고 길게 들어오는 서향 빛을 막고 창문으로 보이는 저수지 풍경이 액자 속 그림처럼 느껴지게 하기 위해서다. 카페의 안팎이 모두 아름다운 곳. 그래서 더욱 커피 향이 향기롭게 느껴지는 곳이다. 특히 이곳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수억대를 호가하는 음향 장비를 갖춘 ‘음악감상실’이 있다는 점이다.

아원
①아원고택 입구에 자리한 미디어아트 전시공간 ②아원갤러리 ③아원고택 산책로 ④아원고택에서 바라다 본 풍경.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아원고택과 소양고택은 한옥의 품격과 가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마디로 현대판 별서정원 같은 곳이다. 아원고택은 갤러리와 고택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특히 입구에서 펼쳐지는 미디어아트가 볼거리다. 답답한 실내 공간이 아닌 앞이 탁 트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미디어아트가 자연과 어우러지며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갤러리에는 전시 공간과 조식과 차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있다. 좁은 진입로와 대나무 산책로는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명상길이다. 각 고택은 서로 시야를 가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앞마당에는 물을 가득 담은 사각 틀이 마치 호수처럼 자리하고 그 호수 넘어 종남산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그윽한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된다.

소양고택
①소양고택 카페 ‘두베’ ②소양고택 ‘여일루’ ③소양고택 플리커 책방 내부 ④소양고택 플리커 책방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소양고택은 카페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고창과 무안에서 이축한 고택 3채와 카페와 서점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돼있다. 특히 수국이 가득한 산책로와 카페 앞 징검다리처럼 놓인 진입로가 포토 스폿이다. 보물찾기하듯 이곳저곳을 둘러보게 되는 곳으로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color@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