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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수들이 우루과이와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24일)를 이틀 남겨 뒀다. 이맘때면 전술적으로 가다듬는 것은 물론, 누가 경기에 나갈지 예상될 것이다. 중요한 첫 경기인 만큼 언론 기사나 팬 목소리가 민감하게 다가오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선수끼리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경기에 뛰는 선수든, 안 뛰는 선수든 월드컵에서 ‘할 수 있다’는 믿음 속에 하나가 돼야 한다.
12년 전 남아공 월드컵에서 ‘첫 월드컵 경기(그리스전)’를 앞뒀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난 20대 초반이었지만 긴장을 잘 하지 않는 편이었고 (볼턴 소속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도 1년 경험했다. 그런데도 굉장히 떨었던 기억이 난다. 월드컵이라는 무대의 중압감이 컸다. 그러다가 경기 당일 킥오프 호루라기가 울린 뒤엔 ‘에라 모르겠다’하고 뛰었다. 카타르에서 처음 월드컵을 경험하는 후배들도 긴장이 될 텐데, 킥오프 이후 10~15분이 지나면 여느 경기처럼 느끼고 몰입할 것이라고 본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상대도 월드컵이라는 상징성으로 초반에 긴장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런 것을 잘 이용하고 초반 실점하지 않는다면 우리 것을 충분히 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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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월드컵에 처음 출전하는 선수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팀보다 자신에게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반면 경험한 선수는 경기 중 자기 것 외에 팀에 무엇이 필요하고 중요한지 안다. 큰 경기는 작은 실수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월드컵 경험자들이 처음 출전하는 동료에게 다른 경기와 어떻게 다른지 등을 잘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 또 경기 당일엔 많은 관중이 들어 차 소통이 어려울 수 있다. 코치진도 많은 신경을 쓰겠지만 경기 2~3일 정도 남았을 땐 세트피스 등 약속한 전술을 가다듬는 게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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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첫 경기 상대가 12년 전 남아공 대회 16강에서 만난 우루과이다. 당시 골을 넣었지만 팀이 1-2로 져 축구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경기로 남는다. 우리 선수들이 ‘원 팀’이 돼서 나를 포함해 선배들의 아쉬움을 풀어줬으면 한다. 우루과이는 12년 전 우리를 상대로 2골을 넣은 루이스 수아레스가 여전히 주력 공격수로 뛴다. 지금도 12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부지런히 뛰고 수비 실수를 잘 노린다. 상대 입장에서는 얄미운 공격수다. 또 우루과이는 다른 남미 팀과 비교해서 기술보다 조직적으로 열심히 뛰는 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높은 수준의 선수가 있고 어느덧 대등하게 겨룰 수준의 팀으로 성장했다고 본다. 주눅 들지 않고 맞서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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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팬들에게 바람이 있다. 사실 선수는 경기가 끝나면 팬의 반응을 주시한다. 그리고 월드컵처럼 큰 대회일수록 반응 하나하나를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즉 격려와 따뜻한 말 한마디가 다음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월드컵 기간 혹시나 실수하는 선수가 나오더라도 질책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셨으면 한다. 나도 한국 축구를 응원하는 한 사람으로 온 마음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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