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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가 KT와 FA 계약을 체결하며 정든 삼성을 떠나게 됐다. 사진제공 | KT 위즈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대구에서 자라며, 대구에서 학교를 다녔고, 대구 연고의 프로 구단에 입단했다. 그리고 그 팀에서 무려 14년을 뛰었다. ‘적통’, ‘성골’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런 선수가 팀을 떠났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이적. 충격적인 소식이지만, 다 이유가 있었다. 삼성을 떠나 KT로 이적한 김상수(32) 이야기다.

KT는 24일 “프로 데뷔 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내야수 김상수와 4년 총액 29억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나도현 단장은 “김상수는 공·수·주를 두루 갖춘 내야수다. 센터 라인에서 중심을 잡아줄 수 있다. 또한 중고참으로서 내야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유격수 심우준의 상무 입대에 따라 주전 유격수가 필요해진 KT다. 나아가 2루수 박경수의 은퇴도 다가오는 중이다. 2루수도 구해야 한다. 마침 2022년 후반기 삼성의 주전 유격수로 뛰면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2루에 3루까지 볼 수 있는 김상수가 FA가 됐다.

KT가 적극적으로 구애했고, 김상수를 품었다. 대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특히 고등학교는 지역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경북고를 나왔다. 2009년 삼성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해 2022년까지 14년을 뛰었다. 이런 선수가 떠난다. 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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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가 KT와 FA 계약을 체결하며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팀을 옮겼다. 사진제공 | KT 위즈

김상수의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KT에서는 이강철 감독이 직접 김상수에게 전화까지 해서 필요하다고 했다. 김상수에게 크게 작용한 부분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나를 필요로 하는구나’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겠나. 삼성과 가장 큰 차이였다. 선수 입장에서는 대우 잘 받고 이적했다. 잘된 일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이 열린 날인 17일부터 계속 연락이 왔다. 문이 열리자 마자 적극적으로 나왔다. 3번 정도 만났고, 합의에 이르렀다.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됐다. 현장에서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김상수가 필요하다고 계속 말을 했다. 그러면서 좋게 흐르지 않았나 싶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그렇게까지 어필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김상수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덧붙였다.

삼성에 대해서는 “김상수는 파란 유니폼만 입었다. 김상수에게 삼성은 크게 자리잡고 있다. 첫 FA 때도 그랬다. ‘삼성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이 강한 선수다. 정작 삼성은 김상수에 대해 크게 마음이 없지 않았나 싶다. 삼성과 한 번 봤는데, 특별히 협상이라고 할 것이 없었다. 제안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사실이었다. 삼성 구단도 구체적인 제안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삼성 관계자는 “김상수와 만난 것은 한 차례지만, 협상 담당자가 통화는 자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구체적인 오퍼를 낸 것은 아니다. 분위기 자체가 나쁘지는 않았다고 들었다. ‘한 번 돌아보고 와라. 이후 다시 고민을 해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제안을 하고, ‘답을 언제까지 달라’ 같은 것은 없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꼭 잡고 싶은 선수였다면 제안을 하기 마련이다. 애초에 삼성이 김상수를 ‘반드시 잡아야 할 자원’으로 보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 실제로 “백업으로 기용할 선수에게 큰돈을 쓰기는 어렵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것이 김상수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KT가 적극 구애했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팀을 떠난 이유다.

1회말 이정후 타구 처리하는 김상수[포토]
삼성 유격수 김상수가 9월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키움전에서 1회말 이정후의 타구를 처리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필요도’는 결국 팀이 정하는 부분이다. KT는 당장 주전 유격수가 필요하다. 김상수는 통산 1552경기에 나섰고, 그 대부분이 유격수 출전인 선수다. 잠시 2루로 옮기기도 했지만, 2020년 8월부터 유격수로 돌아와 좋은 모습을 보였다. 유격수로 뛸 때는 타율도 0.301로 좋았다.

가을야구 경험도 풍부하다. 통산 33경기에 뛰었다. 이 가운데 26경기가 한국시리즈다. 아직 나이도 32살로 많은 것이 아니다. 여러모로 KT에 딱 맞는 선수다. 심우준이 돌아오면 유격수 자리가 더 두터워지는 효과가 있다.

삼성은 ‘육성’을 테마로 잡았다. 2022년 1차 지명자 이재현을 차기 주전 유격수로 설정했다. 이쪽을 집중 육성한다. 2루수는 김지찬이 주인이 됐다. 3루의 경우 김영웅이라는 2022는 2차 1라운더가 있다. 여기에 강한울 등 백업도 있고, 베테랑 이원석도 원래 포지션이 3루수다.

이런 구상에 김상수의 비중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오선진에게는 조건을 제시했다. 답을 기다리는 중이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것과 별개로, 현재 효용 가치에 집중한 모양새다.

30억원 가까운 돈을 제시하면서 감독까지 나서서 구애를 한 구단이 있고, 이렇다 할 제안 없이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한 구단이 있다면, 당연히 전자가 끌릴 수밖에 없다. 그게 KT다. 후자가 정든 삼성이기에 생각이 많았던 부분도 있지만, 결과는 수원행이다. 결과적으로 김상수의 KT 이적은 필연에 가까웠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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