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등 흥국생명 선수들이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kovo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한 후 자축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갑작스런 권순찬 감독 경질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이영수 감독대행체제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2023.1.5.인천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인천=정다워기자] 흥국생명은 더 잃을 것도 없는 신뢰마저 잃었다.

신용준 흥국생명 신임단장은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리는 GS칼텍스와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장에 자리해 권순찬 전 감독 사퇴와 관련된 입장을 설명했다.

신 단장이 밝힌 권 전 감독과 전임단장의 동반 사태 이유는 ‘로테이션을 두고 벌인 갈등’이다. 전임단장은 김연경과 옐레나가 함께 전위에 있는 것에 대해 문제 의식을 드러냈지만 권 전 감독은 본인의 뜻대로 포메이션을 유지해 두 사람 사이에 트러블이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신 단장은 “선수 기용에 대해서가 아니라 운영에 대한 갈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로테이션 의견이 안 맞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단장은 “팬 분들이 로테이션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유튜브에서도 봤고 주변에서도 이야기했다”라며 권 전 감독의 로테이션에 문제가 있었다는 듯한 뉘앙스로 이야기했다.

황당한 설명이다. 애초에 그러한 갈등으로 감독과 단장이 동반 사퇴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심지어 그 근거가 배구 전문가가 아닌 팬의 의견, 유튜브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김연경은 “경기를 운영하다보면 맞는 부분도 있고 안 맞는 부분도 있다. 정답은 없다. 그런 걸로 경질했다고 하면 더 납득이 안 된다. 그 포메이션으로 성적이 좋았다. 그렇다면 모든 감독이 경질될 수 있다”라며 황당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영수 감독대행도 “그게 제일 좋은 포지션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연습해왔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최근 상승세를 타 선두 현대건설을 턱 밑까지 추격했다. 몇 번을 들어도 신 단장의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말도 안 되는 해명으로 긁어 부스럼을 만든 형국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상황을 수습하기가 쉽지 않다. 신 단장은 “최대한 빨리 새 감독을 선임하겠다. 힘을 합쳐 남은 시즌을 잘 보내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 후 이 대행까지 사퇴의사를 밝혔으니 새 사령탑 선임은 최대한 빨라야 한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이번 사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사소한 갈등으로 감독을 사실상 경질한 상황에서 새 단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만 늘어놨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부임하는 새 감독은 결국 ‘구단의 말을 잘 듣는다’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김연경도 “다음 감독님이 오셔도 신뢰하기가 어렵다. 구단 말을 잘 듣는 지도자가 온다는 뜻 아닌가. 누굴 위한 결정인지 모르겠다”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온 사령탑이 선수단으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얻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미 물은 엎어졌고 흥국생명 이미지는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김연경은 “이런 일이 다 생긴다. 이 팀에 속해 있는데 부끄럽다. 이런 팀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놀라운 상황이다. 배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 삼산월드체육관 내에 붙어 있는 포스터 속 ‘배구를 바꾸다! 핑크스파이더스’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배구를 바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이 없는 이유로 감독을 바꿨고, 배구판 분위기도 겉잡을 수 없이 부정적으로 만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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