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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작년 10월15일 막내아들이 결혼했다. 막내아들은 미국에서 산지 벌써 23년이 됐다. 이번 설 명절에 사랑하는 큰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세상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제일 사랑하는 손자가 집에 놀러왔다.
명절을 가족들과 같이 보내는데 멀리 있는 막내아들과 막내며느리가 없어 조금 아쉬움이 있었지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손자와 2박3일 동안 재미있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나도 야구한지 53년이 됐다. 평생 한길로 달려오면서 지금도 여전히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야구의 길을 걷고 있어 감사하다.
아마야구와 프로야구 그리고 지도자생활까지 모두 합쳐 어느덧 53년째 야구하고 있다. 현장을 떠나면서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상황에 사비를 지출하면서까지 라오스와 베트남에 야구 보급에 앞장섰지만, 한 집안의 가장이자 남편, 아버지로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어느 누구보다 나의 사정을 가장 먼저 알고 있는 아내는 나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달하면서 “당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야구를 평생 하라”며 독려했다.
평생 야구 밖에 모르는 나는 지금도 아내의 마음이나 집안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라오스와 베트남 그리고 국내 전국을 돌며 젊은 선수들에게 야구를 보급하고 있다. 아내와 결혼하고 지금까지 내 생각만 하고 그동안 벌었던 돈을 다 써버리는 것은 아닌지 너무 궁금해 한 번은 아내에게 “우리 이제 뭐 먹고 사느냐”며 물었다.
아내는 “당신이 50년 넘게 야구하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받은 사랑이 얼마나 많으냐. 숟가락 못 들 정도 되면 얘기할 테니 그 전까지는 당신 하고 싶은 것 불안해 하지 말고 마음 편안하게 하라”고 했다.
솔직히 고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올해로 재능 기부 다닌 지 10년인데 아직 아내로부터 어렵다는 말을 안 들었으니 아직도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는 모양이다. 내가 이렇게 마음 편안하게 국내와 해외로 다니면서 야구를 보급시킬 수 있는 것도 다 아내 덕분이다. 아내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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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10년 동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하면서 여기까지 달려왔다. 표현 그대로다. 그러나 지난 수많은 세월동안 부은 물은 결국 싹을 틔웠다. 라오스에 야구협회를 만들고, 대표팀을 결성해 아시안게임에도 참가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염원한 야구장이 지난 2020년도에 멋지게 완성돼 2023년 2월24일부터 26일까지 라오스에서 최초로 국제대회가 열린다. 거기다가 베트남 야구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야구협회와 곧 있을 라오스 국제대회에 국가대표 선수들을 구성해 참가한다.
메마른 땅에 물을 부으면 금세 물이 증발한다. 동남아 야구 전파가 그랬다. 그러나 끊임없이 씨앗을 심었고, 물을 뿌렸다. 또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일이다. 결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려왔다. 그랬던 라오스와 베트남의 메마른 땅에서도 결국 미세한 물을 품게 되어 생명이 싹트게 됐다. 바위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아주 작은 흠집들이 만들어 지기 시작했다. 인생이 끝날 때까지 그 메마른 땅에 마중물 역할을 계속해 반드시 결실을 맺고 싶다. 그리고 그 땅에 씨앗을 뿌려 반드시 열매를 딸 것이다.
어느덧 아내와 결혼한지 40년이 넘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연애 5년 끝에 결혼 했지만 나는 평생 야구라는 한길로 달려오면서 남편으로서 또 아빠로서 부족하고 모자람이 많은 사람이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40년 넘게 밖으로 돌아 다닌 것도 부족해 아예 낯설고 잘 가지 않는 라오스와 베트남으로 야구를 전파 한답시고 몇 달이고 가족을 떠나 다녔다. 아내는 그런 내 모든 것들을 감싸고 격려하면서 사랑하는 가족과 며느리 그리고 귀여운 손자를 돌보며 살아가고 있다. 현장을 떠나 이제는 가족들과 함께 오랫동안 건강하게 노년을 맞이해야 하는데 여전히 야구라는 울타리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60대 후반을 달려가고 있지만, 여전히 예전 현역시절 만큼 열정을 갖고 야구를 보급할 수 있는 것도 아내의 헌신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이제 점점 쇠약해지고 힘도 예전 같지는 않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야구의 인생을 가고 있어 행복하다.
이만수 전 SK 감독 ·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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