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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이 26일 열린 혼다 LPGA 타일랜드 최종라운드에서 8언더파 무결점 샷으로 재기를 선언했다. 사진제공 | LPGA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무결점 플레이였다. ‘송곳 아이언’이 돌아왔다. 고진영(28·솔레어)이 완벽한 샷으로 재기 발판을 마련했다.

고진영은 26일(한국시간) 태국 파타야 인근의 시암 컨트리클럽 올드코스(파72·6576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혼다 LPGA 타일랜드 2023(총상금 17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보기없이 이글 1개와 버디 6개로 8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시즌 첫 출전에 공동 6위로 좋은 성적을 냈다.

손목 부상 탓에 겨우내 재활에 매진한 고진영은 첫홀(파5)부터 버디를 낚아 산뜻하게 출발했다. 강풍에도 불구하고 순조로운 흐름을 이어가던 고진영은 6번홀(파4) 버디에 이어 7번홀(파5) 이글을 잡아내며 기세를 올렸다. 8번홀(파3)에서도 버디를 낚아 세 홀에서 4타를 줄이는 기염을 토했다. 전반에만 다섯 타를 줄인 뒤 후반 첫홀(10번홀·파5)도 버디로 출발해 톱10에 이름을 올리더니 마지막 두 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 무결점 플레이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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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 샷하고 있는 고진영. 사진제공 | LPGA

강풍에는 파5홀에서 타수를 줄여야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데, 고진영은 네 개의 파5홀에서 이글 1개와 버디 3개를 낚아 세계랭킹 1위 시절 샷감을 회복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몇 차례 이글 기회가 있었지만, 한 번 밖에 성공하지 못했다”면서도 “그래도 좋은 샷을 많이 했다. 바람도 심했지만, 전반 나인홀에서 버디 서너개를 잡으면 톱10에 들 수 있다고 생각해 더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송곳 아이언’을 빛나게 한 건 ‘컴퓨터 퍼트’였다. 그는 “지난 사흘 동안 30개 이상 퍼팅을 해서 20대로 낮추는 걸 목표로 뒀다. 샷, 퍼팅, 정신력 모두 지난해보다 좋아졌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첫날 29차례 퍼팅한 고진영은 2, 3라운드에서 각각 31개와 33번 퍼팅했다. 스코어를 대폭 낮추지 못한 요인이 됐다. 그러나 이날은 28차례 퍼팅으로 라운드를 끝냈다. 고진영은 “지난해부터 따져봐도 언더파로 4라운드 대회를 마친건 오랜만인 것 같다. 베트남에서 열심히 훈련했고, 명상도 많이 했다. 명상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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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은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샷감을 완전히 회복했다. 사진제공 | LPGA

부상과 부진 등으로 힘든 한해를 보냈다. 고진영은 “부모님 앞에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골프는 기복이 심한 스포츠여서, 내 경기에 집중하자고 다짐했다. 이런 노력이 효과를 본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겨우내 찾고 싶어하던 샷감을 회복한 건 고진영의 도약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드라이버 티샷은 단 한 차례만 페어웨이를 놓쳤고, 그린도 세 번 밖에 놓치지 않았다.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55야드로 준수했고, 그린적중률도 83.3%로 수준급 기량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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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감 회복으로 자신감을 찾은 고진영은 내달 2일부터 개막하는 HBS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타이틀방어에 도전한다. 사진제공 | LPGA

내달 2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하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80만달러)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성적이다. 그는 “디펜딩챔피언으로 출전하는 대회인 만큼 더 좋은 기량으로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 샷과 퍼팅 등 모든 것이 지난해보다 나아졌기 때문에 기분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에 친구들이 많다. 라운드 전에 좋은 식당에 데려다줄 것”이라며 “(덥고 습한 기후 탓에)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은데, 좋은 음식을 먹고 체력을 보충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행복하고 싶은 골퍼’ 고진영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한편 이번 대회는 태풍(泰風) 강세 속 미국 국적인 리리아 부(25)가 22언더파 266타로 극적인 역전우승으로 LPGA투어 첫 승 감격을 누렸다. 태국의 낫타끄리타 웡타위랍과 아타야 티티쿨이 21언더파 267타, 20언더파 268타로 2,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김효주(28·롯데)는 2타를 줄여 15언더퍼 273타로 공동 10위로 마쳤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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