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SINGAPORE-GOLF-HSBC WOMEN\'S WORLD CHAMPIONSHIP
고진영이 5일 싱가포르 센토사GC에서 열린 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을 따낸 뒤 트로피에 입맞추고 있다. 싱가포르 | 신화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누구보다 많이 흘린 땀과 눈물이 있으니 이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여왕’이 돌아왔다. 정확히 1년 만에 통산 14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 동안 두 단계는 성장한 것 같다. 이번 우승이 14승 중 (선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우승”이라며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송곳 아이언’에 ‘컴퓨터 퍼트’를 장착한 고진영(28·솔레어)이 다시 한번 세계 정상에 도전한다.

고진영은 지난 5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80만달러)에서 우승을 따냈다. 타이틀 방어에 성공함과 동시에 HSBC 대회 사상 최초로 2연패 금자탑을 쌓았다. 최종라운드 18번홀 그린으로 이동하면서 눈물을 왈칵 쏟아낸 그는 챔피언 등극 후 캐디인 데이비드 브루커의 품에 안겨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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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오른쪽)이 5일 싱가포르 센토사GC에서 열린 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캐디 데이비드 브루커의 조언을 듣고 있다. 싱가포르 | AFP 연합뉴스

그는 “여러 생각이 스쳤다. 프로 데뷔 후 첫 우승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며 “지난해 성장하는 시간이 있어서 이번에 우승한 것 같다. 남은 시즌을 어떻게 치러야할지 알게된 대회다. 심리적으로 치유한 대회여서, 이번 우승이 내게 가장 특별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여왕의 귀환’을 선언해, LPGA투어에 다시 한번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고진영과 우승 경쟁을 펼친 넬리 코르다(25·미국)가 변함없는 기량을 뽐냈고,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리디아 고(27·하나금융그룹)도 꾸준히 다음 우승에 도전 중이다. 지난해부터 LPGA투어에 거센 바람을 일으킨 태국 선수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어, 미국 본토에서 시작하는 본격적인 레이스는 혼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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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리 코르다가 5일 싱가포르 센토사GC에서 열린 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티샷하고 있다. 싱가포르 | AP 연합뉴스

고진영은 “코르다와 대회 최종일에 함께 플레이하는 건 늘 힘겹다. 나보다 뛰어난 선수여서, 코르다가 샷할 때는 쳐다보지 않으려고 한다”고 웃으며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들과 함께 라운드하면, 하나라도 배우려고 노력한다”고 존경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코르다도 물론 훌륭한 선수이지만, 지난 겨울 내가 흘린 땀과 눈물이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훈련했고, 자신 있었기 때문에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고 강조했다.

자신감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시즌 첫 대회로 선택한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공동 6위에 오른 고진영은 두 번째 대회에서 우승을 따냈다. 혼다 LPGA에서는 최종일 8언더파로 뒷심을 발휘했고,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에서는 첫날 이븐파로 주춤하고도 2, 3라운드에서 14타를 줄여 선두경쟁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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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이 5일 싱가포르 센토사GC에서 열린 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싱가포르 | AFP 연합뉴스

결과를 떠나 매 순간 포커페이스를 유지했고, 궂은 날씨에도 루틴을 철저히 지키는 등 냉철하게 경기를 풀어간 것도 자신감의 발현이다. 자신감에 부담감을 내려놓았으니, 압도적 세계랭킹 1위를 이어가던 기량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고진영은 우승 후 “후련하다”는 말을 남겼다. 지난 1년간 맺힌 응어리를 풀어내고 ‘초심’을 되찾았다는 말도 따라붙었다.

2주간 달콤한 휴식을 취하지만, 시차나 현지적응 등을 고려하면 마냥 쉴 수만은 없다. “자만심보다 열심히 해야한다는 마음가짐을 잊지 않겠다”는 고진영이 천하통일을 준비하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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