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는 방시혁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관훈클럽 주최로 열린 관훈포럼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오랜만에 국내 공개석상에 서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다. 방 의장은 이날 SM 인수 포기 이유와 K팝의 과제, 방탄소년단(BTS)의 활동 계획 등 그간의 궁금증에 대해 밝혔다.

15일 오전 관훈클럽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초청해 관훈포럼을 개최했다. SM 인수를 둘러싸고 벌였던 ‘쩐의 전쟁’이 일단락 된 후 처음으로 서는 공개석상에 많은 이목이 쏠렸다.

방 의장은 이 자리에서 K팝 시장에 관련된 강연을 마친 후 질의 응답도 받았다. 최근 가장 뜨거웠던 SM 인수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경영권 싸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하이브는 지난 12일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자사 주주가치 저하에 대한 우려 속에서 최근 카카오와 플랫폼 사업 협력 논의가 이뤄지면서 인수 절차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안경 고쳐 쓰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관훈클럽 주최로 열린 관훈포럼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방 의장은 답변에 앞서 최근 열린 SM 소속 보아의 20주년 콘서트를 축하하며 “기업이 K팝을 여기까지 끌고 온건 맞지만 가장 큰 공을 세운게 아티스트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수를 전쟁으로 바라보는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순간에도 아티스트들은 자기의 자리에서 본업을 충실히 했고 팬들도 그런 아티스트를 지원하고 응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이브와 카카오는 아티스트와 팬들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며 시작했으나, 그 과정에서 그러지 못해 매니지먼트로서 미안하고 가슴 아프다. 이렇게까지 아티스트와 팬들이 괴로운게 맞는 것인가 미안해서 밤잠을 못잤다”고 털어놨다.

SM 인수에 뛰어든 과정에 대해서도 소상히 밝혔다. 방 의장은 “하이브가 SM 인수를 생각한건 2019년부터다. 이미 두 차례 오퍼를 넣었고 거절당했다”며 “그러다 이수만 전 프로듀서에게 지분인수 의향과 관련해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았다. 과거에 인수를 반대했던 요인들이 사라졌다고 생각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상밖의 치열한 인수전과 시장 과열에 부담을 느꼈다는 방 의장은 “하이브에는 ‘하이브스러움’이란 말이 있다. 어느 순간에도 합리적이고 맞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처음 인수전에 들어갈 때 생각했던 가치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주주가치와 시장 질서를 훼손하면서까지 ‘전쟁’으로 바라보면서 인수를 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결국 카카오에 경영권을 양보한 것에 대해선 “인수를 승패의 관점에서 보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밖에서 보기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고 생각하실 거다.(웃음) 하지만 저에겐 카카오와 플랫폼에 관해서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 개인적으로는 만족하고 있다”고 이번 SM 인수전 결과에 대해 자평했다. 그러면서 “이런 형태의 인수보다는 원래 로드맵대로 글로벌로 나가고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나가자는 의사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하이브는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와 6000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맺었는데, 인수전에서 발을 빼게 되면서 이미 확보한 SM 지분과 이 전 PD와의 계약 이행사항에 대한 궁금증도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하이브가 카카오의 SM 주식 공개매수에 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방 의장은 “담당자들을 다 휴가 보냈다. 그분들이 돌아오고 논의해보겠다”며 웃었다. 이어 “인수를 안 하기로 하면서 실무진 중에 우신 분들도 있다더라. 많은 공을 들였다”며 “(SM 주식 관련해서는) 가장 합리적이고 도리에 맞게 가장 ‘하이브스러운’ 선택을 하겠다”고 말했다.

관훈포럼 참석하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관훈클럽 주최로 열린 관훈포럼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포럼에서 방 의장은 K팝 시장 성장에 가려진 위기에 대해 기조연설을 했다.

방 의장은 K팝 대표로 현장일선에서 느끼는 바와 K팝과 앞으로 음악산업에 대한 발전적인 논의에 대해 운을 뗐다. 방 의장은 “저는 국가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이 전세계에서 사랑을 받게 되고, 저도 글로벌 마켓에서 사업을 펼쳐가면서 ‘K’가 가진 의미를 되새기게 됐다. 지금은 이 글자에 대해 책임과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시가총액이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에서 의장을 맡은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방 의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K팝의 위기감에 대해 강조했다. 방 의장은 “보이그룹은 방탄소년단, 걸그룹은 블랙핑크가 슈퍼 IP로 이끌어지며 이들의 성취가 K팝 신드롬을 본격화하고 있다. K팝은 국가 핵심 수출 사업으로 성장했고 K팝은 비단 음반 음원을 넘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관광객 10명 중 1명 이상이 K팝 경험을 뽑고 있다”면서도 “괄목할만한 성과임은 분명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미국 주류시장에서 K팝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방 의장은 “‘핫100’ 차트 K팝 음반 차트인이 53% 감소했고, 음반 수출 성장률도 2020년부터 감소세다”라며 “동남아시아에서도 역성장 추세다. 국내 엔터가 글로벌 탑티어 회사들 사이에서 신규 플레이어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신선함 그 이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이브
하이브 사옥. 제공 | 하이브

먼저 방 의장은 K팝의 글로벌 성장을 위해선 규모의 경제과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IP 자체를 넘어 기업단위에서 글로벌 시장에 존재감을 높여야 한다”며 “크리에이티브가 핵심 경쟁력인 산업이기에 충분한 수준의 건강한 경영방식과 플랫폼을 개발하고, 아티스트 경계를 넓히면서 전세계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멀티레이블 체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밝혔다. 방 의장은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체제는 회사 전체적으로 성공을 재생산하는 구조이며 경험과 시행착오, 고민을 바탕으로 세밀하게 구축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크리에이터의 색깔을 지키기 위한 제작의 자율성 확보를 중요한 과제로 꼽으며 “본사는 회사의 인프라와 네트워크 팬덤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리스크를 분사하며 한 레이블의 성과가 그곳에만 머물지 않도록 공유하고 있다. 건강한 경쟁이 서로의 수준을 높여가며 선순환의 집적이 문화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잠재적인 팬덤을 찾고 넓혀가야 한다며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가 음악산업을 바꾸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방 의장은 “기존엔 아티스트가 팬들을 찾아갔으나 이젠 팬들이 원하는 시간과 공간에서 아티스트와 만나는 팬덤 플랫폼이 자리 잡으며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이 진화했다. 위버스가 그 대표적인 예”라며 “2023년 3월 기준 1000만 다운로드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일본, 미국 등 해외 아티스트 입점을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팬들이 단순히 듣고 보는 것에서 경험하고 생산하고 교류해나가는 과정을 우리나라 음악기업이 리드해야 한다”고 플랫폼 사업 확장의 중요성에 대해 지적했다.

사람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밝혔다. 방 의장은 “회사는 인간이자 아티스트로서 아티스트의 의지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매니지먼트의 본질은 회사와 아티스트가 파트너쉽으로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회사는 일방적인 결정과 통보의 주체가 아니다”라며 엔터 전반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 전반에서도 공감대가 필요하다. 아티스트 육성과정도 존중과 성장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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