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김동영기자] “살면서 가장 열심히 했어요.”

리그 최고의 ‘준족’을 두 번이나 잡았다. 방망이도 잘 친다. 그런데 고작 22살이다. 심지어 군필. 앞길이 창창하다. KT ‘차세대 안방마님’ 강현우(22)가 주인공이다.

강현우는 지난 2020년 2차 1라운드 지명자다. NC 정구범에 이어 전체 2순위였다. 당연히 포수로는 전체 1번이다. 1년차인 2020년 1군에서 26경기에 출전, 타율 0.200, 1홈런 3타점, OPS 0.617을 작성했다. 좋은 수치는 아니지만, 고졸 1년차 포수가 1군에서 이 정도 뛴 것만으로도 충분히 준수하다.

그러나 1군은 녹록하지 않았고, 강현우는 동기들과 다른 길을 택했다. 일찍 군대에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2021년 5월 현역으로 입대했다. 시간이 흘러 지난해 11월 전역했다. 만 21세에 예비역이 됐다. 이후 팀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구슬땀을 흘렸다.

2023시즌 새롭게 시작한다. 이강철 감독도 눈여겨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재능은 확실한 선수. 시범경기부터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일단 타격이다. 시범경기 9경기에서 12타수 6안타, 타율 0.500을 치고 있다. 26일 SSG전에서도 2안타 1타점을 생산했다. 출루율 0.600, 장타율 0.583, OPS 1.183을 만드는 중이다. 포수가 이 정도 치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수비도 좋다. 23일 LG전에서 박해민의 도루 시도를 두 번이나 저지했다. 심지어 넉넉하게 잡아냈다. 모두를 놀라게 한 장면. 24일 LG전에서는 오지환도 저격했다. 제대로 쐈다. 시범경기 들어 뛰고 또 뛰는 LG였지만, 강현우가 위였다.

26일 수원에서 만난 강현우는 “지난 겨울에 준비를 좀 많이 하기는 했다. 야구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열심히 한 것 같다. 덕분인지 생각보다는 잘되고 있는 듯하다”며 웃었다.

이어 “신인 때보다 힘이 좋아졌다. 결과로 나와서 좋다. 도루 잡는 것이나, 풋워크가 강점이니까 잘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프레이밍, 블로킹 등도 괜찮은 것 같다. 리드는 (장)성우 선배님한테 물어보고 좋은 의견을 들었다. 잘 활용해서 해보니까 괜찮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LG전 박해민 도루 저지에 대해 “첫 번째 도루 시도 때는 대비만 하고 있었다. 두 번째는 뛸 타이밍 같아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 임무는 주자가 뛰면 잡는 것이다. 도루 저지하고 더그아웃 들어왔는데 형들이 많이 환영을 해줬다”며 미소를 보였다.

원동력은 ‘절실함’이다. 군 문제까지 해결했으니 잘하는 것만 남았다. 당당히 1군에서 활약하고 싶다. 당장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

강현우는 “올해 야구 10년차다. 길게 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열심히 했다. 군대도 다녀왔다. 군대에 있는 동안 야구를 많이 하지 못했다. 더 잘해야 했고, 몸도 잘 쓰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에 많이 나가고 싶었다. 출전시켜주셔서 감사하다. 나도 아직 부족한 것을 안다. 무엇보다 경험이 부족하다. 감독님께서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1군은 무엇보다 수비가 중요하다. “내 장점은 팝타임(포구 후 공을 빼는 시간)이다. 공을 빼는 것, 스텝 하는 것 등을 최대한 빨리 하려고 한다. 송구의 정확성도 중요하다. 연습을 많이 하니까 잘되는 것 같다. 투수 리드는 더 보완해야 한다. 투수가 편안하게 느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단 개막전에서 ‘맛’은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강철 감독은 “개막 2연전에 강현우를 포함시킬 것이다. 이후 퓨처스로 보낼 생각”이라 했다. 한시적이기는 해도, 또 모를 일이다. 2연전에서 잘하면 내릴 명분이 사라진다. 강현우에게는 기회다.

잠시 군대 이야기도 나왔다. 포병으로 복무했다. K-9 자주포의 ‘포수(砲手)’였단다. 주포와 기관총 사격을 담당하는 자주포 승무원. 한자는 다르다. 야구의 포수(捕手)와 한자가 다르다. 그러나 발음은 같다. 달리는 주자를 잡기 위해 공을 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비슷한 결이기도 하다. 이쯤 되면 ‘천직’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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