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타격만 잘해도 감지덕지다. 지난 2년 동안 지나간 4명의 외국인타자들을 돌아보면 특히 그렇다. 그런데 잘 뛰고 수비도 잘 한다. 심지어 코너 외야와 1루를 두루 맡을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이대로라면 저주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모처럼 LG 외국인타자가 전력의 핵심 구실을 하고 있다.

주인공은 우투우타 외야수이자 1루수 오스틴 딘(30)이다. 캠프 첫 인상부터 좋았는데 그 모습이 정규시즌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올시즌 첫 5경기에서 타율 0.350 OPS 0.909로 활약했다.

물론 5경기 만으로 앞으로 139경기를 장담할 수는 없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미국에서 활약했던 모습이 한국에서도 보인다는 점이다. 타구 방향이 넓게 분포된 스프레이 히터로서 좌측으로만 타구를 날리는 게 아닌 가운데와 우측으로도 타구를 보낸다. 지금까지 기록한 안타 7개 중 좌측이 5개, 가운데와 우측도 각각 1개다.

변화구에 대처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좀처럼 헛스윙을 하지 않으면서 꾸준히 배트에 공을 맞힌다. 22타석 동안 삼진은 단 한 번. 이전에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다가 금방 떠난 타자들과 여러모로 다르다.

가장 다른 모습은 타석 밖에서의 활용 가치다. 적극적으로 주루플레이에 임하고 스피드도 나쁘지 않다. 팀 컬러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며 이미 도루 1개를 기록했다. 타구 방향과 상대 수비의 반응에 맞춰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주루플레이를 펼친다.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가 팀 전체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더불어 수비에서도 LG에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다. 지난 겨울 채은성의 FA 이적, 채은성 대신 주전 1루수로 낙점한 이재원의 부상 이탈로 1루에 물음표가 자리했다. 그러자 시범경기까지 외야수로 출전해온 오스틴이 1루를 메우고 있다. 미국 시절에도 외야와 1루를 병행한 만큼 1루 수비에서 자신감을 보였고 그 자신감이 그라운드 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포구 후 자연스러운 송구 동작으로 선행 주자를 잡고 안정된 포구로 아웃카운트를 완성한다.

사령탑도 활짝 웃었다. 염경엽 감독은 오스틴에 대해 “캠프부터 깜짝 놀랐다. 보통 외국인선수들은 캠프에서 페이스를 조절하고 자신의 루틴을 지킨다. 그런데 오스틴은 우리 선수들과 모든 것을 똑같이 했다. 그랬다가 부상 당할 수 있다고 말리기도 했는데 실제로 캠프 막바지에 옆구리가 안 좋기도 했다”며 “야구에 임하는 자세가 참 좋다. 늘 배우려 하고 동료들에게 파이팅도 불어 넣는다”고 미소지었다.

오스틴은 LG가 유독 외국인타자와 좋은 인연을 이어가지 못한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반복된 실패 사례를 끊을 것이고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동료에게 다가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것을 다짐한 바 있다.

지난 2월 애리조나 캠프 당시 “계약 후 LG 팬들에게 DM을 많이 받았다. DM을 통해 LG 외국인타자 저주에 대해서도 들었다”며 “쉽지 않은 리그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나간 LG 외국인 타자들은 의식하지 않을 것이다. 주루 플레이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늘 팀에 헌신하는 선수임을 보여드리고 싶다. 한국에서 좋은 기록을 남기고 다시 메이저리그로 가는 것도 좋지만 나는 일단 LG와 재계약을 하고 싶다. 올해 잘해서 내년에도 재계약하고 계속 이 팀에서 뛰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캠프에서 다짐이 진실임을 증명했다. 첫 인상부터 시즌 첫 5경기를 치른 지금까지 만점을 줄 수 있는 오스틴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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