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귀포=장강훈기자] 긴장한 표정도 잠시. 50㎝ 남짓 챔피언 퍼트를 홀컵에 떨어뜨린 뒤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갤러리도, 함께 플레이한 챔피언조 ‘언니’들도 뜨겁게 축하했다.
이예원(20·KB금융그룹)은 9일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롯데스카이힐 제주컨트리클럽(파72·6370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총상금 8억원) 최종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적어,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로 생애 첫 정규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눈물이 아는 환한 미소로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32전33기 만의 우승이다. 지난해 정규투어에 데뷔한 이예원은 29개 대회에 출전해 26번이나 컷오프를 통과했고, 이중 절반인 13차례 톱10에 진입했다. 컷통과 대회에서 톱10 진입 확률 50%는 경기운영 능력과 체력 등 정규투어 선수가 갖춰야 할 대부분의 조건을 가진 것으로 봐야한다.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240m에 이르고, 페어웨이 안착률 78.4%, 그린적중률 75% 등 안정감있는 실력을 뽐냈다.
그러나 우승문턱에서 주저 앉은 게 옥에 티였다. 지난해 5월 열린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따내 우승 가능성을 열었지만 롯데오픈과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이상 3위) , OK금융그룹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이상 2위) 등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채 데뷔 시즌을 마쳤다. 2022 KLPGA투어 신인왕에 등극해 정글 같은 정규투어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했지만, 우승하지 못한 아쉬움까지 날려보내진 못했다.
대회를 앞두고 “호주 전지훈련에서 그린주변 쇼트게임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데뷔시즌을 돌아보니 체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껴 체력훈련도 많이했다”면서 “전반기에 첫 우승하고, 후반기에 최소 1승 이상 따내 다승을 하는 게 2년차 목표”라고 강조했다.
강풍이 잦고 스콜이 자주 내리는 호주 퍼스에서 훈련한 덕을 제주에서 열린 국내 개막전에서 톡톡히 봤다. 올해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은 궂은 날씨 탓에 출전선수 전원이 고전을 면치못했다. 구질보다 직진성에 강점을 지닌 이예원은 깃대가 휘어질 정도의 강풍 속에서도 자신의 타수를 차근차근 줄여나갔다. 첫날 7언더파 65타로 선두에 1타 뒤진 2위로 출발해 2라운드에서도 2타를 더 줄여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맑은 날씨 속에 치른 3라운드는 그린 위에 있는 볼이 움직일 만큼 강한 바람이 불어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이예원도 3라운드에서 2타를 잃었지만 6타차 여유있는 단독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섰다.
날씨를 극복한 ‘바람의 여신’은 최종라운드에서 자신과의 싸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우승경쟁을 하면,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여러 환경상) 의식할 수밖에 없다. 최대한 내 것만 신경쓰는 게 최선”이라고 마음을 다잡고 생애 첫 정규투어 우승 도전을 시작했다. 4번홀(파5)에서 버디를 낚아 7타 차로 벌어질 때까지만 해도 손쉽게 우승을 차지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7번홀(파4)에서 짧은 파퍼트가 홀컵을 외면해 1타를 잃었고, 9번홀에서 함께 라운드한 박지영(27·한국토지신탁)이 칩인 이글, 전예성(22·안강건설)이 버디를 각각 기록한 뒤 기세가 꺾였다. 10번홀(파4)에서 보기로 전예성에게 3타차 추격을 허용하더니 13번홀(파4)에서 1.5m 남짓 파퍼트를 또 놓쳐 2타차로 압박당했다. 미소를 잃지 않던 이예원은 14번홀(파3)에서 버디로 3타차로 다시 벌렸고, 전예성이 17번홀에서 1m 이내 파 퍼트를 놓쳐 우승을 확정했다.
마지막까지 치열한 2위 다툼을 펼친 전예성과 박지영은 마지막 홀에서 나란히 버디를 기록하고 3언더파 285타 공동 2위에 올랐다.
롯데 소속인 이소영(26)이 최종합계 1언더파 287타로 안선주(36·내셔널비프)와 함께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이소영 은 3연속 톱5에 올라 꾸준함을 과시했다. ‘슈퍼루키’ 김민별(19·하이트진로)이 2타를 줄여 1오버파 289타로 안송이(33·KB금융그룹)와 공동 6위에 올랐다. ‘큐티풀’ 박현경(23·한국토지신탁)도 이날 2타를 줄여 이 대회 첫 톱10(공동 6위)에 올라 올시즌 기대감을 높였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