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사직=윤세호기자] 메이저리그(MLB)는 지속적으로 여러가지 규정에 변화를 주고 있다. 올시즌 피치 클락과 시프트 제한, 그리고 베이스 크기 확장 등을 도입했는데 그 결과 경기 템포가 훨씬 빨라졌다. 안타와 도루가 늘고 득점도 많아졌지만 투수가 공을 던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축소되면서 경기 시간이 20분 이상 줄었다.

규정 변화의 마침표는 스트라이크·볼 자동 판정이 될 전망이다. MLB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2023시즌 개막에 앞서 앞으로 몇 년 안에 스트라이크·볼 자동 판정을 시행할 뜻을 전했다. MLB는 지난 몇 년 동안 독립리그를 시작으로 마이너리그, 혹은 가을리그에서 스트라이크·볼 자동 판정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정밀하게 설계된 기계가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고, 심판은 기계가 판정한 공을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한국도 퓨처스리그와 아마추어 무대에서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지난 11일 막을 내린 올해 첫 고교전국대회 신세계이마트배에서 스트라이크·볼 자동 판정을 시행했다. 고교 감독들은 아직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꾸준히 보완하면 충분히 심판을 대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트라이크·볼 자동 판정으로 피할 수 없는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포지션도 있다. 경기 내내 투수의 공을 받는 포수다. 투수의 공을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간 것처럼 포구하는 프레이밍 능력이 뛰어난 포수가 특히 그렇다. 프레이밍이 뛰어난 포수는 한 시즌 동안 볼이 될 수 있는 수십개의 공을 스트라이크로 만든다. 하지만 스트라이크·볼 자동 판정이 정착되면 포수의 프레이밍 능력은 의미가 없어진다.

KBO리그에서 프레이밍이 가장 뛰어난 포수는 롯데 유강남이다. 프레이밍으로 경기 흐름을 바꿀 정도로 포구 능력이 특출나다. 보더라인에 걸치는 판정하기 어려운 공을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특출난 재능을 지녔다. 자연스러운 포구로 무수히 많은 스트라이크 콜을 얻는다.

그리고 당연히 유강남 입장에서는 스트라이크·볼 자동 판정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유강남은 지난 11일 사직 LG전을 앞두고 스트라이크·볼 자동 판정에 대해 “도입이 된다면 야구의 묘미가 좀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프레이밍도 야구가 지닌 하나의 재미인데 그 묘미가 떨어지게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KBO리그에 언제부터 스트라이크·볼 자동 판정이 도입될지는 알 수 없다. 일단 KBO는 MLB의 변화를 유심히 바라보며 도입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 올시즌 시행되고 있는 피치 클락과 시프트 제한, 베이스 크기 확장 등이 몇 년 안에 KBO리그에서 고스란히 이뤄질 수 있다. 스트라이크·볼 자동 판정도 마찬가지다. MLB가 스트라이크·볼 자동 판정을 도입한 모습을 보고 KBO도 기술적인 문제가 없을 때 도입 여부를 확정지을 것이다.

한편 MLB는 스트라이크·볼 자동 판정을 두 가지 방식으로 고민하고 있다. 현재 시범운영되는 것처럼 기계에 판정 전체를 맡기는 것. 그리고 이전처럼 주심이 스트라이크·볼을 판정하지만 비디오 판독 제도를 통해 판정을 번복할 수 있게 만들고 기준점을 기계 판정으로 하는 것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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