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사직=윤세호기자] “나도 모르게 타석에서 너무 소극적이었다. 올해는 쳐서 나가는 모습 많이 보여드리겠다.”

선구안만 좋아서는 출루율 0.456을 기록할 수 없다. 정확한 선구안과 극강의 콘택트 능력이 동반될 때 출루율 4할대 중반이 찍힌다. 2021시즌 경이로운 활약을 펼쳤던 LG 홍창기(30)가 당시 모습으로 돌아왔다. 스트라이크 존에 벗어난 공은 참고, 들어온 공은 강하게 때린다. 마치 기계처럼 정확하게 움직이며 쉬지 않고 베이스를 밟는다.

현재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다. 홍창기는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까지 10경기를 소화하며 타율 0.353·출루율 0.532를 기록했다. OPS는 1.032다. 2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기간 지난해 아쉬웠던 모습을 돌아보며 반등을 다짐했는데 그 다짐이 실현되고 있다.

캠프에서 홍창기는 “작년에 부상을 당하면서 타석에서 좋았던 모습이 사라지고 말았다. 이전에는 탑포지션부터 치러나간다는 느낌으로 타격했다. 그런데 부상 복귀 후 준비가 늦고 타이밍도 안 맞았다. 계속 타이밍이 늦다보니 그냥 공을 맞히기에 급급했다. 타구질이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며 “계속 정타가 안 나오다보니 나도 모르게 타석에서 너무 소극적이었다. 올해는 쳐서 나가는 모습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캠프 기간 중점을 둔 것도 적극성 회복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손목을 급히 덮었던 것을 고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호준 타격코치와 타구를 강하게 때려서 앞으로 보내는 느낌을 유지하기로 했다. 홍창기는 “작년에 2루 땅볼이 너무 많았다. 올해는 타구를 외야로 많이 보내고 싶다. 내가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2루타는 많이 기록할 수 있다. 타구질을 좋게 만들겠다”고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을 밝혔다.

실제로 2루타도 많이 만드는 타자였다. 주전으로 도약한 2020년 2루타 29개로 이 부문 리그 공동 16위,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2021년에는 2루타 26개로 이 부문 리그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스윙 궤적이 좋아 우중간,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꾸준히 생산했다. 선구안이 뛰어난 것은 물론 작년까지 두산에서 뛰었던 호세 페르난데스처럼 타격존이 넓고 타구의 질도 좋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2루타가 19개로 뚝 떨어졌다. 부상으로 525타석만 소화하기도 했지만 2루타 29개를 날린 2020년에는 당시보다 적은 507타석이었다. 홍창기 스스로 밝힌 것처럼 타석에서 소극적으로 선구안에만 의존하는 모습이 많았다.

그리고 올시즌 캠프 기간 다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48타석에 들어선 가운데 2루타 3개, 3루타 1개다. 단순히 계산했을 때 시즌을 마치는 시점에서는 2루타 43개를 친다. 물론 시즌 내내 지금의 타격 컨디션을 유지할 수는 없지만 달라진 방향성이 홍창기를 가장 무서웠을 때 모습으로 돌려놓고 있다.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2루타 하나, 3루타 하나 포함 총 안타 3개를 쳤고 볼넷도 하나 골라 4출루 경기를 했다. 주인공은 결승 투런포를 터뜨린 김현수였으나 득점을 만드는 대부분의 과정에 홍창기가 있었다. 2021년 ‘창기 트윈스’의 모습이 고스란히 재현됐다.

경기 후 홍창기는 “박세웅 같은 좋은 투수와 상대할 때는 빠른 카운트에 승부하려고 한다. 속구와 비슷하게 오는 공을 치자고 마음 먹었다. 적극적으로 때리려고 하면서 변화구 타이밍에도 잘 맞은 타구가 나왔다”며 “1번 타자는 당연히 출루를 많이 하면 좋다. 안타도 나오고 볼넷도 나오면서 팀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 (김)현수형, (박)해민이형, (박)동원이형이 조언을 많이 해준다. 그러면서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2021년 겨울 홍창기는 이정후, 구자욱과 나란히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타자 반열에 오른 순간이었다. 그리고 올해 당시 무결점 타자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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