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이정후가 이전 폼으로 돌아왔다. 물론 일시적일 수 있다.

그는 20일 삼성과의 홈경기에 3번 중견수로 출전했다. 1회 첫타석은 삼진, 2회 두번째 타석에선 커터를 건드려 좌익수 뜬공 아웃됐다. 5회 볼넷에 이어 7회 타석에선 삼진 아웃됐다. 이날 안타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지난해 폼이란걸 확인할 수 있다.

타격과정을 살펴보니, 오른발이 몸밖으로 나가는 오픈 스탠스로 시작했다. 그리고 투수의 투구에 맞춰 오른발을 몸쪽으로 당긴 뒤, 다시 길게 스트라이드 했다. 잠시 멈춘 동작이 있는 것처럼 보인 뒤 상체가 회전하며 타격하는 특유의 폼, 지난해 타격 폼이었다.

지난 16일 고척 KIA전 연장 투런포도 지난해 폼으로 만든 결과물이었다. 올시즌을 겨냥해 바꾼 폼으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이정후는 이번달 초부터 지난해 폼과 새 폼을 번갈아 사용했다.

새 폼은 다음과 같다. 이정후는 올시즌을 겨냥해 오픈 스탠스의 거리를 줄이고, 방망이를 들고 있는 손의 위치를 내렸다. 스트라이드 폭도 좁혔다. 빠른공에 더 신속하게 반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타격은 매우 민감하다. 이정후가 탁월한 감각의 소유자라고 해도, 프로에서 지난 6년간 몸에 장착한 개성 넘치는 폼을 수정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타격폼은 시간이 빚은 예술이기 때문이다.

이정후의 도전은 높이 사야한다. 그는 더 큰 무대를 겨냥하기 위해 변신을 시도했다. 목표는 뚜렷하다.

그러나 타석에서 리듬과 균형이 미세하게 어긋났다. 왼발과 오른발이 50대 50이었는데 그 밸런스가 흐트러졌다. 그건 타율 저하로 나타났다.

사실 모든 타자가 조금씩 변화를 시도한다. 변신 자체는 긍정적이다. 자신의 컨디션과 상대 투수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도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정후의 새 폼으로 휘두르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WBC에도 출전하며 희망하던 새 타격폼을 다듬을 여유가 부족했다.

게다가 안타가 나오지 않고 1할 타율까지 떨어지니 본인 스스로 불안했을것이다. 그래서 다시 이전 폼을 다시 꺼낸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가 다시 이전폼으로 복귀했다고 하지만, 그의 도전은 올시즌 내내 계속될게 틀림없다. 멈추면 퇴보하기 때문이다.

이날 팀은 6-1로 삼성을 꺾었다.

박용진 전 삼성·한화·LG 2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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