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연기된 거포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한다. 성공한다면 진정한 타격의 팀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주전선수 9명만 강한 게 아닌 벤치까지 듬직해진다. 페넌트레이스 내내 무섭게 점수를 뽑는 올스타 팀 같은 위용을 갖추게 된다. LG ‘잠실 빅보이’ 이재원(24)이 시동을 걸었다.

그 어느 때보다 절치부심한 마음으로 겨울을 보냈다. 그만한 동기부여가 있었다. 새 사령탑 염경엽 감독이 꾸준히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것을 선언했다. 과거 박병호가 최고 타자로 올라선 과정을 예로 들며 한 경기 삼진 4개를 당해도 다음날 출전시킬 것을 약속했다. 지난해 11월 마무리캠프 기간 이재원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2023시즌을 바라봤다. 상무 지원 취소에 대한 아쉬움보다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가 커보였다.

기대만큼 충실히 준비했다. 마무리캠프부터 방향을 확실히 잡았다. 삼진을 당해도 상대 배터리와 수싸움을 이어가고 스트라이크존에서 크게 벗어난 공에는 배트를 내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미국 애리조나 캠프 기간 이호준·모창민 코치의 특별지도도 받으면서 장점인 장타 생산력을 극대화하되 정확성도 포기하지 않는 타격 메커닉을 만들었다. 그만큼 훈련량이 많았지만 힘든 기색없이 도약을 응시했다.

예고편은 짧지만 강렬했다. 시범경기 기간인 3월 25일 고척 키움전에서 홈런 포함 2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후 캠프 막바지 당한 옆구리 부상이 재발했고 개막 엔트리 승선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 달 가량 치료와 재활에 집중한 뒤 퓨처스리그에서 5경기 19타석을 소화하고 1군으로 올라왔다. 지난 7일 잠실 두산전에서 올시즌 첫 1군 경기를 치렀는데 2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파워는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박병호 또한 가장 주목하는 젊은 파워히터로 이재원을 꼽았다. 더불어 염경엽 감독과 이재원의 만남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자신의 스윙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실전을 치른다면 힘과 정확도가 조화를 이루며 잠재력을 터뜨리는 시점이 온다고 예상했다.

염 감독이 이재원의 성공을 확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박병호가 이미 성공 케이스를 만든 만큼 이재원도 이를 재현할 수 있다고 봤다. 이재원이 단순히 파워만 지닌 게 아닌 큰 체격에도 스피드와 유연함을 갖춘 점을 주목했다.

관건은 자리다. 이재원의 포지션인 외야와 1루 모두 LG는 리그 어느 팀보다 막강하다. 김현수와 박해민 두 국가대표 외야수에 2021년 골든글러브 홍창기, 팀에서 가장 완벽한 타격 메커닉을 자랑하는 문성주까지 4명이 외야 세 자리와 지명타자 한 자리를 맡고 있다.

1루보다는 외야가 익숙한 오스틴 딘이 1루수로 뛰면서 리그 최강 타선을 구축했다. 유격수 오지환, 포수 박동원, 3루수 문보경, 그리고 부활한 김민성이 2루에 자리해 빈틈없는 타선을 완성했다. 팀 타율 1위(0.294), 팀 OPS 1위(0.794)로 모두가 LG 타선을 두려워한다.

그런데 염 감독은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지휘봉을 잡자마자 LG가 타격의 팀이 될 것을 자신하며 적극적으로 뎁스를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캠프 기간 이재원에게 1루 수비 훈련을 시키며 이재원을 기용할 공간을 넓혔다. 주전 1루수는 오스틴이지만 오스틴이 휴식이 필요할 때 이재원이 1루수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외야수 중 누군가 휴식이 필요하거나 페이스가 떨어질 조짐이 보이면 이재원 선발 카드를 펼친다.

무엇보다 올해 LG는 상대가 왼손 선발투수를 내세울 경우 적극적으로 우타자를 배치한다. 외야수 4명이 모두 좌타자인 만큼 상대 왼손 선발투수 상대하는 날이 곧 이재원이 외야수로 선발 출장하는 날이 될 것이다. 매 시즌 우타자보다 좌타자의 비중이 컸던 LG지만 현재 홈런 1위 박동원과 홈런 3개를 친 오스틴에 이재원까지 오른손 파워히터의 비중도 커질 전망이다.

급하게 가지는 않는다. 이번 주중 3연전까지는 대타로 한 두 타석을 소화하며 경기 감각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다. 이후 외야진 혹은 1루 로테이션을 통해 이재원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계획이다. 주말 3연전이 타자친화형 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리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공하면 강한 타선 유지와 체력 안배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늘 시즌 막바지만 되면 차갑게 타선이 식었던 모습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염 감독은 “주전 의존도가 높아 시즌 막바지 타선이 고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는 다를 수 있다. 외야에 이재원이 돌아왔고 내야에 손호영까지 돌아오면 내야 외야가 모두 로테이션이 된다”고 말했다.

2022시즌 LG는 팀 타율 0.269, 팀 OPS 0.742로 두 부문에서 2위에 자리했다. 그러나 9월부터 시즌 종료 시점까지 32경기를 치르는 동안 팀 타율 0.251, 팀 OPS 0.679에 그쳤다.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타선이 정상궤도에서 이탈해 선두 SSG를 잡지 못했다.

◇2022시즌 LG 월별 팀타율·팀OPS

올시즌 적극적으로 뎁스를 활용해 꾸준함을 이룬다면, 페넌트레이스 결승점에서 위치도 지난 시즌과 달라질 것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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