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선수들이 너무 고마워해요. 저희도 많이 배웁니다.”

16일부터 19일까지 울산에서 장애인체육 꿈나무들의 대축제, 제17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가 진행됐다. 17개 시도에서 총 3479명(선수 1639명, 임원 및 관계가 1840명)이 참가했다. 총 17개 종목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스포츠에 승부는 기본이다. 순위는 갈렸다. 그러나 모두가 즐기는 축제의 장이 됐다. 그리고 이들이 없었다면 대회 진행도 어려웠다. 자원봉사자들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한 6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대회 진행을 위해 애를 썼다.

조금 특별한 자원봉사자들도 있었다. 서울과학기술대 스포츠과학과 학생들이다. 육상 종목 자원봉사자로, 19학번 박찬혁·김연준·한정석·김현태 군과 21학번 정수용 군까지 5명으로 구성됐다. 울산의 같은 숙소에 묵으면서 대회를 위해 애를 썼다.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학생 소집, 경기 과정 동영상 촬영(판정 시비 및 부정행위 대비), 육상 필드 선수의 경기 보조, 육상 트랙 선수 결승선 인솔, 감독과 코치의 지시 이행, 기타 대회 기간 중 선수들의 불편 사항 및 활동 지원 등을 담당한다. 바쁘다.

올해만 하는 것도 아니다. 서울과기대 스포츠학과 학생들은 2018년부터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줄곧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서울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다. 자발적인 의지로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 장애인육상 선수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가 3년째라는 박찬혁 군은 “선배들이 2018년부터 계속 했다. 나도 선배들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 2019년부터 하고 있다. ‘한 자리 비었는데 해볼래?’라고 했고, 나도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좋은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었다”며 웃었다.

다른 4명은 처음이다. 그러나 서울과기대 스포츠과학과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 한정석 군은 “사실 전부터하고 싶었는데 선배님들이 계속 하고 있었다. 자리가 없었다. 올해 처음으로 하게 됐다”며 웃었다.

박찬혁 군은 “선배님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을 계속 했다. 원래 친한 선배님들이 하고 있었고, 우리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어떤 활동을 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는 이미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즐겁게 하고 있다. 박찬혁 군은 “매년 오는 친구들이 있다. 계속 보니까 서로 얼굴을 기억하게 된다. ‘다른 형은 어디 갔느냐’며 졸업한 형들을 찾더라. 기억해주는 것이 좋았다. 고마웠다. 학생 선수들 너무 귀엽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좋은 기분을 나만 느끼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느끼고 싶었다. 우리가 뭔가 해주고, 챙겨주면 고마워한다. 청각장애인 친구들과 대화가 잘 통했다. 우리도 수화를 배웠다. 그런 소소한 재미들이 많다”고 미소를 보였다.

대회 3일차인 18일에는 비가 내렸다. 악조건에서 대회가 진행됐다. “육상 종목 친구들이 혹시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다행히 넘어지거나, 사고가 나지는 않았다”며 안도했다.

김연준 군은 “내년에도 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계속 하고 싶다. 자원봉사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 아닌가. 나도 동기부여가 된다. 배울 것이 많다. 그 부분이 너무 좋다”고 강조했다.

김현태 군은 “사실 살면서 장애인, 장애학생들과 가까이 있을 일이 별로 없지 않나. 인식 개선이 필요한데, 확실히 이런 자원봉사를 하면 크게 달라지는 것 같다. 다 똑같은 사람 아닌가. 꼭 필요한 일 같다. 서로 도움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막내 정수용 군 또한 “선배님 권유로 하게 됐는데, 뜻깊다. 함께하게 되어 좋고, 불러줘서 감사하다.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대회이기에 주인공은 결국 선수다. 그러나 주변에서 도움을 주는 자원봉사자들 또한 주역이다. 이들이 있어 대회도, 선수도 더 빛이 난다. 그 빛이 다시 자원봉사자들에게 향한다.

‘봉사의 매력’이 있다. 확실하게 느끼는 모습이다. 선배가 후배에게 전했고, 그 후배가 선배가 되어 다른 후배에게 다시 전하고 있다. ‘내리사랑’이 이어지는 모습. 좋은 것은 나누면 더 좋은 법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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