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나도 실수, 실패 많이 했다.”

삼성 박진만(47) 감독이 남긴 말이다. 사령탑이 아니라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전한 진심이기도 하다. 주눅 들지 말라고 했다. 눈치 보지 말라고도 했다. 젊은 야수들이 많은 삼성이기에 꼭 필요한 말일지도 모른다.

삼성 야수진은 리빌딩 과정을 밟고 있다. 2루수 김지찬-유격수 이재현-중견수 김현준 센터라인에 3루수 김영웅이 크고 있다. 외야에는 류승민이라는 루키가 그라운드를 누비는 중이다.

2001~2004년생들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하위권에 처진 삼성이지만, 계속 이러라는 법은 없다. 젊다는 것은 장래가 밝다는 뜻이다.

한편으로는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도 된다. 실제로 삼성 야수들이 그렇다. 20일 경기에서도 김영웅과 이재현의 실책으로 경기가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종의 ‘세금’이다. 시작부터 잘하면 최선이겠지만, 프로 무대가 또 그렇지 않다. 청운의 꿈을 안고 프로에 왔다. 왔더니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 즐비하다.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실수 한 번에 기가 ‘확’ 꺾이는 경우도 많다.

선배들이, 지도자들이 다잡아줄 필요가 있다. 담금질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기를 세워주는 것이다. 팀의 미래라면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다.

박진만 감독은 한국야구 유격수 계보의 한 축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펄펄 날았던 것은 아니다. 현대 시절 김재박 감독의 혹독한 수업을 받아야 한다. 김재박 감독은 유격수 계보 최상위에 있는 레전드다.

박진만 감독은 “나라도 왜 실패가 없었겠나. 느낀 것이 많다. 현역 시절 김재박 감독님께 많이 배웠다. 감독님이 직접 펑고를 치셨다. 난 그때 포수 장비를 차고 받았다. 진짜 훈련 많이 했다”며 웃었다.

이어 “보통 코치가 치지 않나. 그때 감독님이 직접 쳤다. 끝난 후에 보니 감독님 손이 까져서 피가 났더라. 솔직히 처음에 훈련할 때는 열 받았는데 그 손을 보니 느껴지더라. 약이 되라는 의미였다”고 덧붙였다.

자신도 겪은 과정이다. 삼성의 젊은 선수들에게도 이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실책을 하면서 위축된 것 같았다. 분위기가 그렇더라. 눈치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눈치 보지 말고, 주눅 들지 말라’고 했다. 삼성을 이끌 젊은 피다. 젊은 선수답게, 활기찬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지찬-이재현 키스톤에 김현준, 김영웅 등도 계속 경기에 나가고 있다. 처지면 그 분위기에 휩쓸린다. 젊은 선수답게 해주기를 바란다. 좋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장기 레이스다. 파이팅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진만 감독은 “감독으로서 하는 말이 아니라, 선배로서 하는 말이다. ‘너희가 이끌어야 한다. 강인한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다.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어차피 내야 할 세금이다. 고난 없는 성장은 없다. 지금의 시련을 이겨내야 한다. 그러면 더 단단해지고, 팀도 더 강해진다. 박진만 감독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부분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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