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SSG 이건욱(28)이 달라졌다. ‘만능 불펜’으로 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오롯에 필승조는 아니지만, 필요할 때 올라가 자기 몫을 해준다.

이건욱은 올시즌 1군 6경기에 등판해 13이닝을 소화하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2.77을 찍고 있다. 탈삼진 8개에 볼넷 4개로 비율도 좋다.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발이 필요하면 선발로 나설 수 있고, 자연스럽게 롱릴리프 역할도 가능하다. 1이닝씩 짧게 끊어갈 수도 있다.

첫 등판이 지난 5월10일 광주 KIA전이었다. 선발로 나섰다. 기존 로테이션에 공백이 생기면서 이건욱에게 기회가 갔다. 결과는 4이닝 5피안타 2볼넷 1탈삼진 3실점.

무시무시한 호투는 아니었지만, 상대 외국인 에이스 숀 앤더슨과 붙어 우위에 섰다. 앤더슨은 3.1이닝 4실점(3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한 이닝만 더 막았으면 승리투수도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팀이 4-3으로 1점 앞선 상황이었고, 김원형 감독이 무리시키지 않았다. 불펜이 잘 막았고, 타선도 추가 1점을 만들며 5-3으로 승리했다.

이후 1군에서 한 차례 말소됐다가 5월말 다시 올라왔다. 불펜에서 꾸준히 등판하며 팀에 보탬이 됐다. 지난 11일 다시 퓨처스로 갔고, 24일 올라왔다. 아쉬울 법도 하지만, 팀 사정이 있기에 묵묵히 받아들였다.

25일 홈 삼성전에서 위력투를 다시 뽐냈다. 4이닝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일궜다. 선발 조성훈이 3이닝 5실점으로 조기에 무너졌으나 이건욱이 버티면서 SSG도 승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건욱은 “1군에 다시 올라온 만큼 퓨처스에서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퓨처스로 갔다고 해서 마음 놓지 않았고, 더 열심히 준비했다. 빨리 1군에 돌아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뭔가 될 듯 되지 않았던 이건욱이다. 올해는 각오부터 남달랐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시즌 준비 과정부터 다르게 임했다. 체중도 감량했고 겨울에 (문)승원이 형과 같이 운동하며 의지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타자와 승부에서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붙으려고 한다. 결과도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원형 감독에게 고마움도 표했다. “지난 광주 선발 등판 때, 감독님께서 특별히 따로 지도해주셨다. 감독님께서 슬라이더 그립도 알려주셨고, 전반적인 피칭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깨달은 것이 많았다. 마운드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시즌 특히 마운드에서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작년과 달리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내 장점인 속구를 믿고 타자와의 승부에서 피하지 않는 피칭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망하면서 아픈 ‘연관 검색어’가 있는 선수다.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29)다. 2012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당시 맞대결을 펼쳐 이겼다. 지금은 비교가 불가한 수준이지만, 당시 이건욱은 특급 유망주였다.

시간이 흘러 20대 후반이 됐다. 뚜렷하게 무언가 이룬 것은 없다고 봐야 한다. 올해는 다르다. SSG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제 오타니 이야기는 그만 해도 될 듯하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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