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사외이사’ 감독·조언 필요한데, 도덕성 결여?
증권 애널리스트 리포트 전 선행매매까지, 개인 일탈일까
[스포츠서울 | 홍성효기자] DB금융투자에서 전군표 사외이사의 불법 부동산 명의신탁, 애널리스트 불법 선행매매 적발 등 불미스러운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어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전군표 사외이사는 이번 불법 명의신탁 외에도 과거 국세청장 당시 뇌물수수 등으로 구속된 경력도 있다. 도덕적 윤리의식 결여에 자질론 마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29일 국내 언론에 따르면 전군표 DB금융투자 사외이사(전 국세청장)가 자신이 소유하던 강원도 평창군 소재 ‘동계올림픽선수촌아파트’ 한 호실을 명의 신탁했다. 수탁자는 전 사외이사 차남의 장모 동생 A씨다. 전 사외이사는 “명의신탁한 사실을 인정한다”며 “세금회피의 목적은 아니였다”고 말했다.
전 사외이사는 2018년 11월 등기를 마친 후 A씨에게 2021년 9월 소유권을 이전했다. 거래가는 3억2000만원이지만 둘 사이에 매매대금이 오간 근거는 없이 서류상에 소유자 명의만 다른 사람 이름으로 변경됐다. 이 물권은 지난 3월 다시 전 사외이사 측에 소유권이 넘어간 상태다.
부동산실명법에 따르면 부동산의 물권을 명의신탁해 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해선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에게 정부는 부동산가액의 30% 범위 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을 처분할 수 있다.
전군표 사외이사는 지난 2006년 7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국세청장으로 근무했다. 당시 현직 국세청장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중간에 가석방됐지만 2013년 CJ로비사건에 휘말리며 다시 구속된 바 있다.
기업에서 ‘사외이사’란 기업 경영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감독 역할을 하며 이사회에 참석해 객관적인 입장에서 충고나 조언을 하는 역할을 한다. 주로 교수나 공무원 등 전문적인 직종으로 권력 남용을 예방하고 투명한 경영을 위한 제도다.
DB금융투자는 관(官) 출신 사외이사 선임 기조를 지속하며 지난 3월 전군표 전 국세청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일반적으로 정관 출신들의 사외이사 영입은 전문적인 자문을 구한다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DB금융투자 전 사외이사의 과거 행적에 최근까지 이어진 불법적 명의신탁 문제 등은 이러한 연유에 신빙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모양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정관계의 출신 사외이사 영입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며 “전군표 DB금융투자 사외이사의 불법적 명의신탁과 과거 불법적인 행적들은 자칫 정관계 인사를 통해 기업 방패막이 역할을 위한 사외이사 선임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DB금융투자 관계자는 “전 사외이사는 다른 회사에서도 사외이사를 담당한 적도 있어 과거 행적이 문제가 되는 사항은 아니다”며 “직원 개인의 일탈일 뿐, 결론이 날 때까지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계속적인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지난 27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자본시장특사경)은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였던 B씨의 부정거래행위를 적발해 서울 남부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자본시장특사경은 B씨 수사를 위해 DB금융투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매수의견’이 담긴 자신의 조사분석자료를 공표하기 전에 차명 증권계좌를 이용해 해당 주식(22개 종목)을 매수했다가 자료 공표 후에 주식을 매도하는 방법으로 약 5억2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자본시장법 제178조를 위반한 것으로 징역 등 형사처벌을 받는다.
A씨는 지난 10년간 이베스트투자증권, IBK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 증권사 3곳에 근무했다. 직전 직장인 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는 일부 언론사가 선정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섹터 베스트 애널리스트’에도 오르는 등 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DB금융투자 관계자는 “금감원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지난 10년간 저지른 일이기에 DB금융투자에서만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차명 증권계좌를 이용해 선행매매를 진행했기에 회사에서 모니터링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shhong082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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