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기자] 멈출 줄 모르는 상승세 속 올 시즌 첫 번째 실패였다. 울산 현대가 대한축구협회(FA)컵 8강에서 돌아선 가운데 홍명보 감독의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다시 빛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울산은 지난 28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2023 하나원큐 FA컵’ 8강에서 전,후반 연장까지 120분간 1-1로 맞서다가 승부차기에서 5-6으로 졌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승점 47(15승2무2패)로 2위권 팀과 승점 격차를 10 이상으로 벌리며 압도적인 선두 레이스를 펼치는 울산은 내심 FA컵도 정상을 두드렸다. 특히 홍 감독 체제에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4강에 올랐지만 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그러나 이날 강한 수비 집중력을 발휘한 제주가 승부차기로 승부를 끌고 간 끝에 웃었다.

특히 울산은 마틴 아담, 바코, 박용우, 루빅손, 설영우, 정승현 등 주전 다수가 120분간 처절하게 뛰었다. 후반 교체로 들어간 주민규, 이청용 등도 연장까지 장시간을 소화하면서 오는 2일 예정된 광주FC와 20라운드 원정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광주도 이날 전북 현대와 FA컵 8강(0-4 패)을 치렀지만 직전 리그에 나선 선발 11명을 싹 바꿔 울산전을 대비했다.

홍 감독은 FA컵 탈락 직후 “연장, 승부차기까지 사투 끝에 져서 조금 어려운 점이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잘 회복해서 다음 경기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라커룸에서 선수에게 “2021년 경험을 잘 살려야 한다고 얘기했다”며 “그때도 ACL(챔피언스리그)에서 승부차기로 지고 계속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FA컵도 (4강에서) 탈락했다. 싹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자고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울산은 홍 감독이 부임한 2021년에도 리그 선두를 달리는 등 승승장구하다가 그해 10월21일 포항 스틸러스와 ACL 4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한 뒤 커다란 후유증을 떠안았다. 사흘 뒤 벌어진 성남FC와 K리그1 경기에서 1-2로 충격패하며 전북 현대에 선두 자리를 내줬고, 다시 사흘이 지나 치른 전남 드래곤즈와 FA컵 4강에서도 1-2로 졌다. 결국 그해 전북에 리그 역전 우승을 허용, 새드엔딩이 됐다.

그러나 쓴보약이 됐다. 부임 첫해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데 애쓴 홍 감독은 지난해 ACL 조기 탈락 등 변수에도 17년 만에 리그 우승이라는 ‘명확한 목표’에 맞춰 내부 동기부여를 심었다. 주전, 비주전을 가리지 않고 ‘그날이 베스트11’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원 팀’으로 거듭나게 했다. 이를 무기로 각종 징크스와 트라우마를 극복, 전북을 넘어 K리그 통산 세 번째 별을 달았다.

그 결과 올해 ‘적수 없는 시즌’을 보내왔다. 전북은 물론 대구 원정, 수원 삼성 원정 등 그간 징크스로 여긴 키워드를 모두 지워냈다. 사력을 다한 FA컵 8강에서 탈락했지만 이전처럼 허탈함을 안기보다 K리그1 2연패와 하반기 ACL이라는 목표 지향적 사고를 강조한 것이다.

주말 광주 원정은 울산에 위기이자 기회다. FA컵 후유증이 나타나면 ‘진짜 위기’가 될 수 있지만, 슬기롭게 강한 팀 정신으로 극복하면 더 높이 날 날개를 달게 된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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