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시장 선점을 위한 이커머스 업계 배송 전쟁이 출혈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체 간 더해지는 배송 열기와 점점 빨라지는 배송 속도만큼 성장 속도는 더욱 주목되는 모양새다.

과거 일반배송으로 3일 만에 물건이 도착해도 ‘빨리 도착했다’라는 인식을 가진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마켓컬리’가 최초 새벽배송을 시도하면서 업계 판도를 뒤바꿔 놓았다.

마켓컬리는 ‘샛별배송’을 내세웠다. 샛별배송은 오후 9시 전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배송을 완료하는 서비스다. 샛별배송 서비스는 2016년 초 월 매출 20억 원, 회원 수 8만 명을 돌파했다.

성장세는 더욱 가파른 곡선을 그리며, 2016년 말 회원 수 16만 명, 월매출 30억 원, 주문 건수 월평균 6만 건 기업으로 성장했다. 마켓컬리는 국내 첫 새벽 배송 시도와 함께 급성장하며 물류 업계 판도를 뒤바꿨다.

마켓컬리의 첫 시도와 별개로 이를 급성장 시키고 경쟁을 심화시킨 것은 ‘쿠팡’의 역할이 크다.

쿠팡은 안정적으로 배송 시장 선두를 달리며, 자동화 기술, AI 기반 운영 시스템 등으로 빠른 배송을 유지하고 있다. 쿠팡은 전국 익일배송으로 영업 실적을 크게 개선했으며, 사실상 현재 국내 물류배송 업계에서 넘버원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쿠팡의 압도적인 배송 실적 성장세는 여러 기업이 새벽배송 전쟁에 뛰어든 배경으로 꼽힌다.

SSG닷컴은 신세계 유니버스 멤버십 확장에 이어 당일 오후 11시까지 상온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 한꺼번에 받아볼 수 있는 익일배송 서비스 ‘쓱1DAY(원데이)배송’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본격적인 이커머스 시장 경쟁에 돌입했다.

SSG닷컴은 지난 2022년 G마켓과 물류 협업을 강화하며, 신세계 유니버스 확장에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G마켓은 지난 2014년부터 자사 입점 판매자 상품을 익일배송 하는 ‘스마일배송’ 운영을 통해 경험을 미리 축적해 2019년부터 경기 동탄에 있는 총 4만평 규모의 메가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쓱닷컴은 ‘쓱1DAY배송’ 서비스를 운영할 최적의 파트너로 지마켓을 선택했다. 또한 지난해 8월, 지마켓은 쓱닷컴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스마일프레시’를 자사 플랫폼에 안착시키며 쓱배송 이용 고객층을 한층 확장했다.

네이버도 네이버페이를 통한 마일리지 적립에 그치지 않고 ‘도착보장’ 시스템으로 배송 경쟁에 나섰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업자들이 고객에게 약속한 도착일 안에 상품을 배송할 수 있도록 네이버가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오프라인 상점이라는 인식이 강한 농협도 본격적인 배송 서비스에 나섰다. 농협은 종합 온라인 쇼핑몰 농협 몰에서 ‘하나로마트 새벽배송’을 실시한다.

농협몰 새벽 배송은 오후 5시까지 주문을 완료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현재 수도권(일부 지역 제외)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편, 빠른배송의 첫 주자 마켓컬리는 배송업계 센세이션을 일으켰음에도 불구, 배송 강자의 명맥을 오래 이어가지는 못했다. 쿠팡 로켓배송이 급성장하며, 충성 고객들이 쿠팡으로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이에 마켓컬리는 생필품 위주의 상품 전달보다는 주 소비자층이 여성인 점을 고려해 뷰티 제품 공급으로 눈을 돌렸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뷰티컬리’를 오픈했다.

마켓컬리는 백화점 1층 매장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에스티 로더’, ‘라 메르’, ‘맥’, ‘아베다’, ‘랑콤’, ‘비오템’, ‘케라스타즈’, ‘록시땅’, ‘러쉬’ 등 브랜드를 정식 입점시켰다.

뷰티컬리라는 새로운 돌파구가 열린 것일까. 마켓컬리는 지난해 사상 처음 매출 2조 원을 돌파했다. 거래액은 2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마켓컬리는 지난 3월 감사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372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1조5614억원대비 30.5% 증가한 수치다.

김종훈 컬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뷰티컬리의 성공적 론칭과 효율적 비용 집행 등을 통해, 지난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유의미한 수익성 개선도 달성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익일배송은 어느새 현대인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익일배송이 아니라면 약 이틀 정도 소요되는 일반배송조차 느리다고 느껴질 정도다. 일상 속 깊숙이 자리 잡은 이커머스 시장의 배송 속도는 이제 소비재와 같아졌다.

현재 국내 주요 이커머스 시장 중 네이버, 지마켓, 11번가 등이 쿠팡처럼 익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지난 5월 익일 배송, 빠른 교환 서비스인 ‘플러스배송’을 시작했다. 국내 택배업계 1위 CJ대한통운도 지난 4월 익일 도착보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네’ 브랜드를 론칭하고 시행 중이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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